현대차와 기아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러시아 판매 부진이 타 시장의 성장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와 기아는 25일 서울 본사에서 컨퍼런스 콜을 개최하고, 올해 1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했다. 현대차와 기아 모두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인해 글로벌 판매량은 감소했지만, 고가 차량 판매 확대와 우호적인 환율 환경 등으로 인해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이날 양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현재 상황에 대해 애널리스트들에게 설명했다.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 서강현 부사장은 "전체 판매의 5%를 차지하는 러시아에서 전쟁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대러 경제제재 등으로 인해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부품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여 3월부터 러시아 생산공장 가동 중단을 결정했다"면서 "1분기 러시아 내 현대차 판매는 전년대비 25% 감소했다"라고 밝혔다.

서 부사장은 "전쟁 장기화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러시아 내 경영 환경에 대한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급변하는 경영상황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계획을 수립했다"면서 "러시아로 수출하는 부품들을 타지역으로 유연하게 전환 배정하여 러시아 외 지역 생산 확대를 추진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기아 재경본부장 주우정 부사장 역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 직접 생산이나 러시아 CKD 수출 등에서 차질을 빚고는 있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오히려 다른 지역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라고 전했다.

주 부사장은 "안 그래도 부족한 반도체를 타 지역으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라며 "(러시아에서) 물량 차질이 일부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지역으로의 전환을 통해 상당히 만회하고 있고, 실제로 대당 손익 면에서는 긍정적인 작용을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현대차그룹은 러시아 현지에 현대차와 기아뿐 아니라 현대트럭앤버스, 이노션, 현대건설, 현대글로비스,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오토에버, 현대위아, 현대제철 등 18개 법인을 설립하고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현지 계열사 수만 놓고 보면 국내 회사 중 가장 많다. 

현대차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에서 솔라리스(엑센트), 크레타 등 현지 전략 모델과 기아 리오(위탁 생산) 등 연간 20만대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은 체코 공장과 더불어 동·서유럽을 잇는 현대차의 유럽 핵심 생산기지다.

특히, 지난해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판매량은 23만3800여대로, 코로나19 영향에도 불구하고 2020년(22만419대) 기록을 넘어 코로나 이전인 2018년(24만3900대) 수준까지 회복한 만큼 하락 폭이 더욱 도드라질 전망이다.

자료 제공=기아
자료 제공=기아

기아도 러시아에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20만대 이상을 판매할 만큼 공을 들여왔다. 모닝(현지명 피칸토)을 비롯해 셀토스, K5, 쏘렌토, 카니발 등이 '2021 러시아 올해의 차'에 선정되는 등 현지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었고, '2021 러시아에서 가장 선호하는 대중 브랜드' 부문까지 수상하며 브랜드 이미지도 좋은 편이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현대차와 기아는 현지 판매가 급격하게 하락하는 등 직격타를 맞았다. 또한, 세계 각국의 경제 제재로 인해 현지에서 반도체를 비롯한 부품 수급이 불가능해지며 러시아 공장 가동도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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