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 칼럼] 요즘 독일에서 잘 나가는 자동차들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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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4.25 11:18
[이완 칼럼] 요즘 독일에서 잘 나가는 자동차들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w.lee@motorgrap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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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4.25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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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연방자동차청(KBA) 자료에 따르면 2022년 독일의 1분기 신차 판매량은 60만 대(625,954대)를 겨우 넘겼습니다. 이는 판매량이 좋지 않았던 지난해 1분기보다 4.6% 줄어든 결과였습니다. 반도체 칩 부족 사태가 이어지고 있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물가 상승과 기름값 폭등 등으로 시장 회복이 이른 시간 안에 이뤄지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아우디 5기통 엔진을 품고 있는 포멘토 / 사진=세아트
아우디 5기통 엔진을 품고 있는 포멘토 / 사진=세아트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도 잘 팔린 자동차는 있는 법이죠. 우선 브랜드별 판매량을 보니 아우디가 유일하게 자국 시장에서 전년 대비 판매량이 늘어난 브랜드였습니다. 또한 테슬라의 인기는 더 커져 전년 1분기에 비해 무려 137.2%나 판매량이 늘었습니다. 전기차 호황 분위기 속에서 표정 관리하기도 바빠 보입니다.

▶독일 2022년 1분기 브랜드별 판매 순위 TOP 10 (자료: 독일 연방자동차청)

1위 : 폭스바겐 (11만2025대, -14.4%)
2위 : 메르세데스 벤츠 (5만7602대, -7.6%)
3위 : 아우디 (5만3036대, +4.2%)
4위 : BMW (5만245대, -11.0%)
5위 : 스코다 (3만7206대, -7.8%)
6위 : 오펠 (3만4681대, -16.8%)
7위 : 포드 (3만13대, -12.9%)
8위 : 세아트 (2만9383대, -3.4%)
9위 : 현대자동차 (2만3431대, +10.4%)
10위 : 르노 (1만9735대, -24.9%)

사진=VW

위의 결과를 보면 아우디와 현대자동차만 플러스 성장을 이뤄냈습니다. 또한 지난해 메르세데스를 따돌렸던 BMW는 1분기이기는 하지만 메르세데스와 아우디에 판매량에서 밀리고 말았네요. 8위를 차지한 스페인 브랜드 세아트는 폭스바겐의 애물단지에서 희망으로 떠올랐고, 르노는 이제 11위에 오른 피아트(1만7970대)에 순위가 역전될 위기에 몰렸습니다.

역시 가장 눈에 띈 것은 테슬라로 1만4408대를 팔아 브랜드 전체 순위 12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또한 토요타, 기아, 마쯔다, 미쓰비시, 혼다, 스바루 등 일본 주요 브랜드의 판매량도 비교적 큰 폭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늘어났습니다. 닛산만 -28.2%의 역성장을 했는데 추락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그렇다면 판매량 TOP 10에 든 모델들은 무엇이었는지도 확인해보겠습니다.

▶2022년 독일 1분기 판매량 TOP 10 모델

1위 : 폭스바겐 골프 (2만4557대, -7.7%)
2위 : 폭스바겐 티구안 (1만5405대, -20.6%)

3위 : 폭스바겐 T-Roc (1만1245대, -15.6%)
4위 : 미니 (1만136대, +0.4%)
5위 : 오펠 코르사 (1만615대, -16.9%)
6위 : 피아트 500 (1만23대, +45.6%)
7위 : 메르세데스 C클래스 (9766대, +10.8%)
8위 : 아우디 A3 (9756대, +10.7%)
9위 : BMW 3시리즈 (9749대, -14.5%)
10위 : 메르세데스 GLC (9687대, +14.6%)

골프 GTI / 사진=VW
골프 GTI / 사진=VW

골프의 추락은 몇 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그간 워낙 압도적 판매량을 보였기 때문에 그럼에도 2위와 큰 차이를 보이며 1위 자리를 여전히 지켰습니다. 티구안 하락세가 컸고, 반대로 피아트 500이 큰 폭으로 판매량을 끌어 올렸습니다. 피아트 500의 경우 전기차인 피아트 500e와 아직 엔진을 달고 나오는 파생 모델들 모두 좋은 성적을 거둔 덕에 이런 결과를 얻었습니다.

메르세데스 D세그먼트 세단과 SUV도 나란히 10위 안에 이름을 다시 올렸습니다. 한국산 모델 중에는 역시 전기차 판매량이 합산된 현대 코나가 20위(6668대, -12.4%), 기아의 씨드(5851대, +16.9%) 등이 비교적 상위권 순위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요즘 잘나가는 전기차 상위 모델 순위는 어땠을까요?

▶2022년 독일 1분기 전기차 상위 TOP 5 모델

1위 : 테슬라 모델 3 (9483대, -4.9%)
2위 : 테슬라 모델 Y (4925대)
3위 : 피아트 500e (4644대, -16.6%)
4위 : 현대 코나EV (3905대, +5.2%)
5위 : BMW i3 (3550대, -5.5%)

피아트의 선전을 이끌고 있는 500e / 사진=피아트
피아트의 선전을 이끌고 있는 500e / 사진=피아트

테슬라의 모델 3가 큰 차이로 1위 자리를 유지했습니다. 다만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조금 판매량이 줄었다는 게 아쉬웠는데요. 하지만 그 아쉬움은 모델 Y로 달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모델 3 한 모델로 유럽 시장에서 승부를 펼쳤던 테슬라는 모델 Y라는 동반자와 함께 유럽 시장 지배력을 더 강화할 수 있게 됐습니다.

특히 독일에 새로운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했고, 여기서 주력으로 생산될 모델 Y이기 때문에 과연 독일 및 유럽 시장의 관심이 모델 3만큼 커질 수 있을지도 새로운 관전 포인트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다만 만만치 않은 모델들과의 경쟁이 불가피합니다.

최근 독일 유력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모토운트슈포트의 비교테스트에서 모델 Y는 현대 아이오닉 5와 기아 EV6 등에 밀리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아이오닉5와 EV6에 대한 유럽 내 호평과 관심이 모델 Y 판매량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도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테슬라의 또 다른 희망 모델 Y / 사진=테슬라 

이처럼 피아트 500과 테슬라 모델 Y 등, 전기차 모델들이 독일 자동차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면 쿠프라 포멘토는 엔진 자동차로 독일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쿠프라는 스페인 브랜드 세아트가 만든 고성능 서브 브랜드죠. 포멘토는 여기서 만든 소형 SUV입니다.

우리에겐 무척 낯선 브랜드의 낯선 모델이지만, 독일과 유럽 전체에서 반응은 현재 상당합니다. 포멘토는 독일에서 1분기 동안 9085대(13위)가 팔렸는데 이는 작년보다 147%나 더 많이 팔린 것이었습니다. 지난 3월에는 4500대 이상이 팔리며 4위까지 순위가 치솟았죠. 그렇다면 무엇이 이처럼 포멘토에 열광하게 한 걸까요?

포멘토에는 150마력짜리 4기통 엔진부터 5기통 최대 390마력까지 낼 수 있는 엔진까지 선택의 폭이 넓게 엔진이 구성돼 있습니다. 소형 SUV로는 대담한 구성이 아닐 수 없습니다. 원래부터 경쾌한 운전으로 잘 알려진 세아트 모델들인데 거기에 귀한(?) 아우디 5기통 고출력 엔진이 들어간 것은 달리기 좋아하는 독일 운전자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작은 차체에 정확한 핸들링, 그리고 5기통 엔진과 7단 변속기의 영리한 조합은 스포티한 운전을 가능하게 했고, 이런 점이 포멘토의 성품 가치를 크게 높였습니다. 포멘토의 열풍이 어디까지 갈지 기대가 됩니다.

세아트의 고성능 브랜드 쿠프라의 포멘토 / 사진=세아트
세아트의 고성능 브랜드 쿠프라의 포멘토 / 사진=세아트

테슬라 모델 Y, 피아트 500, 그리고 쿠프라 포멘토까지, 2022년 시작과 함께 독일 자동차 시장에서 현재 눈에 띄게 활약하는 모델들은 모두 독일 브랜드가 아닙니다. 이런 비독일계 자동차들의 선전에 독일 브랜드들은 긴장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 어떤 자동차가 독일 시장에서 선전할지, 새로운 스타의 등장을 기대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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