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칼럼] 파업의 정당성과 불법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
  • 김민석 노무사(노무법인 넥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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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1.06 10:24
[김민석칼럼] 파업의 정당성과 불법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
  • 김민석 노무사(노무법인 넥스트) (pr@motorgrap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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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1.06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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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법원 갤러리)

2009년 5월 쌍용차 노조는 사측의 정리해고 결정에 반대하며 평택 공장을 점거하고 파업을 실시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정리해고를 포함한 회사 구조조정에 관한 사항은 경영 주체의 경영상 판단에 따른 것이므로, 경영권에 해당하기 때문에 파업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당시의 파업은 결국 불법으로 선언됐습니다.

파업이 불법으로 규정되면 노조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민형사 면책 규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즉, 회사는 노조에게 위법한 파업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배상의 청구가 가능해 진다는 의미입니다. 쌍용차는 영업손실 등 피해액 수십억원을 청구했고, 경찰 역시 진압 과정에서의 장비 손괴 등을 이유로 상당액을 노조에 청구하였습니다. 2013년 1심 판결에서는 회사와 국가가 노조를 상대로 청구한 약 47억원의 손해배상액이 인정됐습니다. 현재 손해배상액은 지연이자까지 붙어 백억 이상인 상황입니다. 결국 평생을 일해도 갚을 수 없을 금액을 빚지게 된 조합원들 중 일부는 삶을 포기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 파업의 정당성은?

(사진=쌍용차)

쌍용차 사태를 계기로 파업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어떤 요건을 갖춰야 하는지 새삼 재조명됐습니다. 파업이 정당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노조법상 적법하게 신고된 노조나 이에 준하는 헌법상 단결체가 파업의 주체가 되어야 하며(주체의 정당성), 파업 전 사측과 충분한 교섭을 하고 관할 지방노동위원회에서 조정 절차를 거친 후, 조합원 찬반 투표를 거쳐야 하고(절차의 정당성), 파업을 함으로써 달성하려는 목적이 정당한 교섭 대상에 해당하는 것 이어야 합니다(목적의 정당성). 아울러 폭력 및 파괴행위를 하지 않고 노무 제공을 거부하는 등 소극적인 방법을 통해 파업이 이뤄져야 합니다(수단 방법의 정당성). 

이 요건들을 모두 갖추어야 비로서 정당한 파업에 해당하는 것이며, 여기서 단 하나라도 어긋난다면, 불법 파업이 되는 것입니다. 이렇듯 구조적으로 워낙 촘촘한 요건들로 인해 노조에서는 아무리 피하려고 해도 불법 파업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가 어려워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파업이 정당성을 상실하게 되는 경우 노조는 사측으로부터 막대한 손해배상을 청구 당하게 됩니다. 특히 매출액의 규모가 큰 완성차업계의 경우 불법 파업으로 인한 피해액은 천문학적인 바, 파업의 정당성이 상실되는 순간 이것이 그대로 노조와 조합원들에게 손해배상 청구액으로 들어오게 되는 것입니다. 일부 노조의 경우 워낙 규모가 대형이고 조합비가 막대하여 이러한 손해배상액을 견뎌내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판결 이후 손해배상 가압류까지 연결되면서 노조는 해체되고 조합원들은 채무 변제에 대한 의지를 상실해 심지어는 목숨을 끊기도 합니다. 특히 쌍용자동차에서는 위법한 파업으로 인해 사망하였다고 추정되는 조합원이 현재까지 무려 30명에 달하고 있습니다. 

# 발의된 노란봉투법과 앞으로의 방향은?

(사진=국회 자료실)

이러한 문제들을 개선하고자 개정 노조법이 지난 2017년 발의됐습니다. 영국 등 해외 사례를 참조하여 만들어진, 이른바 ‘노란봉투법’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법안의 주요 골자는 ‘노조가 아닌 조합원 개인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금지’, ‘사측의 정리해고 결정에 대한 파업의 정당성을 인정’, ‘노조 규모에 따른 손해배상액의 상한을 규정하는 것’ 등입니다. 그러나 현재 개정안은 국회 상임위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계류됐으며, 20대 국회가 종료됐다는 점을 고려할 때 회기 만료로 인해 폐기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그래도 해당 법안을 관철하고자 하는 시민단체가 활동 중이고, 노동계에서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사안이기에 21대 국회에서도 법률 발의 자체는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경영계의 반발을 고려할 때 상임위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2009년 쌍용차 파업 이후 벌써 10년이 지났습니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있었음에도 돌이켜보면 근본적으로 개선된 것은 없습니다. 노사의 인식 변화와 함께, 개정 노조법이 비교적 원만하게 합의되어 쌍용차 사태가 산업계에 남긴 상흔을 치유할 수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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