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칼럼] 플랫폼 노동자의 정규직화…‘긱 이코노미’ 미래는?
  • 김민석 노무사(노무법인 넥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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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9.25 11:58
[김민석칼럼] 플랫폼 노동자의 정규직화…‘긱 이코노미’ 미래는?
  • 김민석 노무사(노무법인 넥스트) (pr@motorgrap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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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9.25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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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길거리에서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과 같은 배달대행 애플리케이션 광고를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이 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배달원을 두고 흔히 ‘플랫폼 노동자’라 부릅니다. 미국의 승차 공유 플랫폼인 ‘우버(Uber)’나 ‘리프트(Lyft)’의 운전기사 역시 플랫폼 노동자입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플랫폼 노동자를 근로자로 추정하는 법률 ‘AB5(Assembly Bill 5)’이 통과되어 오는 2020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이로써 캘리포니아주의 플랫폼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실업보험, 노동조합 가입 등 근로자로서 보장받을 수 있는 기본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에 미국 플랫폼 기업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최근 3년간 누적 영업적자가 97억 달러(11조6000억원)에 달하는 우버는 소속 운전자들에게 근로자의 권리를 보장하면 매년 5억 달러(60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우버와 리프트는 AB5를 주민투표로 처리하기 위해 6000만 달러(한화 720억원)를 공동으로 지출할 계획입니다. 더욱이 우버는 운전기사들이 근로자가 아니라는 입장을 계속 유지할 방침입니다.

AB5에 따르면, 모든 플랫폼 노동자들은 근로자로 인정되며 독립된 사업자임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ABC테스트를 거쳐야 합니다. 여기서 ABC테스트는 (A)근로자는 계약에 따라 사업주의 업무 지시나 통제로부터 자유로울 것, (B)근로자가 사업주의 핵심 업무 이외의 업무를 수행해야 할 것, (C)근로자가 동일한 영역에서 독립적인 사업을 영위하고 있을 것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ABC테스트를 통과해 독립적인 계약관계로 보기 위해서는 그 사실을 사업주가 입증해야 합니다. ABC테스트는 미국 매사추세츠, 버지니아, 뉴저지 등 이미 많은 주에서 도입하고 있습니다. 

우버 글로벌 비즈니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플랫폼 노동자의 근로자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플랫폼 노동자들을 노동관계법의 보호 영역으로 끌어오는 방법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근로자성을 인정하고 노동법을 원칙적으로 전면 적용시키는 방법이 있고, 유사근로자 개념을 도입해 노동관계법의 일부를 적용시키는 방법이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골프장 캐디, 학습지 교사, 퀵서비스 및 택배 종사자 등에 대해서 ‘특수형태근로자’라는 유사근로자 개념을 도입하여 임의로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플랫폼 노동자들도 특수형태근로자로 보고 근로자성은 부정하되 산재보험만 임의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업체가 대다수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플랫폼 노동자처럼 직접 고용을 하지 않고도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일명 ‘긱 이코노미(gig-economy)’는 처음 등장할 때만 해도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추앙받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생산수단의 소유 없이 노동력만 착취하며 모든 비용을 근로자에게 전가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긱 이코노미가 일자리 증가에 도움을 준다는 의견도 있지만, 국내에서는 음식점에서 직접 고용하던 배달직원이 플랫폼 사업자로 대체되며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들었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입니다. 일부 고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배달기사들을 제외한 대부분이 플랫폼 혁명에 휩쓸려 기존에 적용 받던 근로기준법도 적용 받지 못한 채 장시간 근로로 내몰리고 있는 현실입니다. 

많은 식당에서 배달직원이 근로자 수 산정에서 제외되면서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전환이 예상됩니다. 기존 식당에서 근무하던 다른 직원들마저 근로기준법상 일부 규정(해고의 제한, 연차휴가, 연장휴일야간 가산수당)을 적용받지 못하게 된 것은 긱 이코노미가 이룬 업적(?)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미 수많은 플랫폼 노동자들이 생겼고, 외국 사례들이 점차 쌓여가면서 우리나라에서도 곧 이 같은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긱 이코노미가 혁신인지 착취인지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정부 차원의 신중한 점검이 요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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