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메르세데스-AMG GT 4도어 쿠페…고급 세단·레이싱 머신 ‘두 얼굴의 차’
  • 신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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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0.18 09:00
[시승기] 메르세데스-AMG GT 4도어 쿠페…고급 세단·레이싱 머신 ‘두 얼굴의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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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사진으로 AMG GT 4도어를 접했을 때는 ‘CLS’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차종 모두 스포티한 디자인의 4도어 쿠페이기 때문이다. 앞서 사진과 자료만 훑어보고는 단순히 기존 GT에 문 두 개를 추가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물로 만나본 AMG GT 4도어는 한층 강력한 성능과 단단한 밸런스를 기반으로, 4도어 쿠페 이상의 매력이 있다.

(왼쪽부터)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사장, 마크 레인 제품&마케팅 부문 총괄 부사장
(왼쪽부터)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사장, 마크 레인 제품&마케팅 부문 총괄 부사장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14일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AMG 스피드웨이에서 ‘AMG 퍼포먼스 드라이브’ 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메르세데스-AMG가 새롭게 출시한 AMG GT 4도어 모델을 시승할 수 있었다. 

AMG GT 4도어는 SLS, GT에 이어 AMG가 순수 개발한 3번째 모델로, CLS 및 E클래스와 많은 부분을 공유한다. 하지만 AMG 관계자는 “자체 부품이 2200개가 넘어가는 만큼 CLS 및 E클래스와는 전혀 다른 차”라고 강조했다.

AMG 전 라인업이 공터에서 퍼포먼스를 벌이며 기자들을 맞이했다. 전 차종이 일렬로 늘어선 후 GT 43 S 및 GT 63 S 두 대가 드리프트를 선보이며 퍼포먼스의 대미를 장식했다.

AMG GT 4도어는 AMG GT와는 전혀 다른 인상을 풍겼다. 패스트백 스타일의 후면에 모든 시선이 집중됐다. 4도어 모델인 만큼 AMG GT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CLS와 유사한 디자인이지만, 한눈에도 확연히 더 큰 차체를 갖췄다. 

전면에는 AMG 전용인 세로형 그릴이 탑재됐다. 안쪽에는 액티브 에어패널이 적용되어 엔진 예열 정도 및 가·감속 등 상황에 따라 수시로 여닫히며 주행 성능을 끌어올린다.

측면에서는 낮게 설계된 전면부와 프레임 리스 창문, 완만한 곡선을 그리는 루프라인이 쿠페 디자인임을 보여주는 동시에 역동성을 발산한다. 21인치 단조 휠이 탑재됐으며,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 시스템이 적용됐다.

후면에서는 좌우로 얇으면서 길게 뻗은 테일램프가 트렁크 라인을 살려주며, 속도에 따라 자동으로 작동하는 ‘액티브 리어 윙’이 탑재됐다.

가변식 스포일러는 80km/h부터 작동하며, 속도에 따라 총 5단계(GT 43 S는 3단계)로 동작한다. AMG 관계자는 “가변식 스포일러인 액티브 리어 윙은 고속주행 시 차량의 다운포스를 증가시켜 안정적인 접지력을 발휘하게 도울뿐 아니라 제동 시 에어브레이크의 역할도 한다”고 전했다.

이날 준비된 시승 차량은 AMG GT 63 S로, GT 4도어는 물론, AMG 라인업 중 가장 강력한 성능을 가진 모델이다. 4.0L V8 바이터보 엔진과 AMG 스피드시프트 9G 9단 변속기의 조합으로 최고출력은 639마력, 최대토크는 91.7kg·m에 달한다. 

AMG GT 63 S는 브랜드 내 가장 강력한 성능을 갖췄으며,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 데는 3.2초 소요된다. 1000~3250rpm 사이에서는 실린더 4개를 비활성화해 4기통 엔진처럼 작동해 연비를 높이는 실린더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적용됐다.

M177 V8이라는 모델명을 가진 이 엔진의 가격만 1억3000만원에 달한다. 차량 가격 2억4540만원 중 절반이 엔진 값이다. AMG 관계자는 “이 엔진은 100대 중 1대를 무작위로 500시간가량 테스트하며, 테스트 후 고객에게 인도해도 전혀 문제가 없을 만큼 견고하다”며 자부심을 보였다.

실내 곳곳은 카본 파이버 및 가죽으로 장식됐다. 스티어링 휠은 경쾌하고 민첩하게 돌아간다. 스티어링 휠에는 현재 주행 모드를 확인할 수 있는 작은 화면과 ESP, 서스펜션 모드를 조절할 수 있는 버튼이 탑재됐다. 패들 시프터 및 각 버튼의 조작감도 우수했다.

주행 모드는 ‘슬리퍼리’, ‘컴포트’,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레이스’, ‘인디비주얼’ 등 6가지가 제공되며, 각 모드에 따라 엔진 반응이나 서스펜션, 사륜구동 시스템 등이 변한다.

또한, 12.3인치 고해상도 디스플레이가 두 개 탑재돼 계기판과 멀티미디어 디스플레이 역할을 수행한다. 계기판 디스플레이는 주행 모드에 따라 색상 등이 변화하며,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는 속도, RPM, 중력 가속도, 엔진 출력을 보여주는 그래프가 위치한다.

이는 메인 디스플레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계기판 디스플레이에서 간단하게 보여주는 정보를 그래픽과 함께 전달하며, 엔진 출력과 각 바퀴에 전달되는 토크도 보여준다.

차량을 살펴본 후 트랙에 올랐다. 앞차를 따라 피트 레인을 빠져나온 뒤 가속 페달을 부드럽게 밟자 차량이 매섭게 튀어 나가기 시작했다. 트윈 터보를 장착한 덕에 터보 렉은 거의 느낄 수 없으며, 가속 페달을 밟는 만큼 즉각적으로 차가 움직였다.

직선 주로에서 차량을 200km/h 이상까지 가속했다. 변속 시 RPM이 낮아지며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매력적이다. AMG 차량의 엔진음은 본사 내 20명의 이사가 모두 승인해야만 차량에 적용할 수 있다. 곧 마주한 코너에서 속도를 급하게 줄였지만, 차체는 안정감을 유지했다. 이미 앞 시승자들이 트랙 수십 바퀴를 달린 뒤였지만,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 시스템은 차량 속도를 의도한 만큼 정확하게 줄였다.

멀티 챔버 에어 서스펜션 시스템과 4매틱+ 시스템이 적용되어 코너를 다소 거칠게 돌아도 차체가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또한, 리어 액슬 스티어링 시스템이 낮은 속도에서는 앞바퀴와 뒷바퀴를 반대 방향으로 조향해 회전 반경을 줄이고, 일정 속도 이상에서는 서로 같은 방향으로 조향해 마치 프로 레이서처럼 드리프트 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게 했다. 급가속·급감속을 반복해도 안정적인 차체 밸런스와 함께 다양한 운전 보조 시스템이 개입한 덕에 급코너에서도 차체 뒷면이 미끄러진다기보다는 부드럽게 따라온다. 

AMG GT 63 S는 고성능 모델답게 다소 단단한 승차감을 가졌다. 가뜩이나 고성능 엔진을 제어하느라 긴장한 상황에서 금방 지칠 수밖에 없었다. 시승을 마친 한 기자는 “택시 드라이빙을 맡은 인스트럭터도 지칠 만큼 힘든 차”라고 평가했다.

물론, AMG GT 63 S는 강력한 성능과 더불어 4인승 모델다운 실용성과 배우자를 설득할 명분(?)까지 갖췄다. AMG 측도 이 차를 두고 “드디어 온 가족이 AMG 최고의 성능을 즐길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레이서 가족이라도 뒷좌석에서는 이 차의 성능을 함께 즐기기 어렵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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