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메르세데스-벤츠의 새 수장 ‘올라 칼레니우스’를 만나다
  • 독일=김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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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0.08 09:00
[인터뷰] 메르세데스-벤츠의 새 수장 ‘올라 칼레니우스’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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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간 다임러 그룹을 이끌었던 디터 제체가 떠났다. 그는 ‘디터형’이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우리에게 익숙하다. 큰 키와 덥수룩한 콧수염을 기른 그는 유쾌하고, 소탈한 사람으로 기억에 남는다. 그는 새로운 세대에게 메르세데스-벤츠의 새로운 이미지를 심어주었고, 경쟁 브랜드와의 격차를 크게 넓히고 떠났다. 다임러 AG의 감사회는 그의 후임으로 1993년부터 다임러 그룹에 몸을 담은 ‘올라 칼레니우스(Ola Källenius)’를 임명했고, 지난달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그를 만났다.

마치 신화 속에 등장하는 영웅 같은 이름이었는데, 알고보니 그는 스웨덴 사람이었다. 스웨덴에서 대학을 나왔고, 스위스에서 국제 경영 및 재무·회계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3년 다임러의 국제 매니지먼트 어소시에이트 프로그램을 통해 다임러 그룹에 합류했고, 2009년 메르세데스-벤츠 US 대표이사, 2010년 메르세데스-AMG 총괄 디렉터, 2015년 다임러 이사회 멤버 및 메르세데스-벤츠 승용 부문 마케팅·세일즈 총괄 등을 지냈다. 그의 이력을 보자니, 메르세데스-벤츠를 위해 태어난 사람같았다.

하지만 그는 다임러 그룹 최초의 ‘비독일인’ 수장이다. 그는 그런 것은 상관없고, 주변에서도 그런 것에 대한 차별은 없다고 말했다. “지금 맡은 업무와 관련해 제 국적은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봅니다. 자동차 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 흥미롭게 변하고 있습니다. 최근 수십년 동안 가장 도전적인 시기일 겁니다. 그래서 현재 저에게 주어진 역할이 무척 기대됩니다. 다임러 그룹에서 그런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 자체가 영광입니다.”

올라 회장은 우리에게 친숙한 여러 독일 자동차 그룹의 회장 중에서 가장 젊다. 어찌보면 이례적이다. 아마 브랜드의 젊은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가져가기 위함일지도 모르겠다. 또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함이겠다.

“소비자들의 행동은 빠르게 변화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노르웨이입니다. 메르세데스-벤츠 EQC는 그곳에서 매진되었습니다. 각국의 규제도 변화할 것이지만, 메르세데스-벤츠는 더 매력적인 신차를 선보일 것입니다. EQ 브랜드의 신차를 출시하면서, 우리는 간단한 규칙을 세웠습니다. 단지 구색을 갖추자고 모델을 추가하지 말자는 것이었죠. 신차를 만들 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노르웨이는 전기차의 판매가 신차 판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가능한 일이었다. 올라 회장은 여러 지역의 변화를 희망적으로 전망했으며, 이에 따른 준비가 철저하게 되고 있음을 설명했다.

“기술은 정말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20년 내로 어떤 기술이 등장할지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배터리 전기차, 연료 전지차 등의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해조류 등을 이용한 바이오연료를 혼합한 합성 연료도 각광받고 있습니다. 향후 10년간 승용차는 전기차로 대부분 전환될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국가가 같은 길을 걷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각기 다른 길을 걷는 여정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올라 회장은 전기차를 만드는 것보다, 시장이 이를 받아드릴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기술이 제도보다 빠르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먼 미래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다만,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엔지니어들 덕분에 놀라운 일이 더 많이 생길 것이라고 기대했다.

올라 회장은 두서없이 쏟아지는 질문에도 그는 당황하지 않고, 답변을 이어갔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메르세데스-벤츠, 그리고 자신에 대한 확신이 가득한 것처럼 보였다. 경쟁 브랜드와 관련된 질문에도 단호했다.

“BMW와의 협력 관계에서도 메르세데스-벤츠 만의 관행을 실천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실력 있는 두 회사가 운전자 보조 시스템, 개인용 자율주행 시스템 등에 대해 비슷한 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 두 업체가 손을 잡고 유럽과 여러 시장에서 모빌리티 서비스 거점을 구축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봤습니다. 두 회사 모두 이로 인해 이득을 볼 것이고, 더 좋은 상황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경쟁하는 관계이면서도 협력하는 관계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는 현재 자율주행 기술 연구·개발과 테스트 일부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또 글로벌 카셰어링 서비스도 함께 하고 있다. 올라 회장은 매우 합리적인 사람 같았다. 작은 것보다는 총체적인 ‘이득’을 중요시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속에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원칙이 바탕에 깔려있었다.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경영을 하되, 그것이 메르세데스-벤츠다워야 한다는 것.

메르세데스-벤츠는 자동차 분야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회사들과 손을 잡고 있다. 이제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다. 첨단 기술의 융합체고, 통신, 데이터, 각종 IT 기기 등을 함께 포괄하고 있다.

“2008년 메르세데스-벤츠는 CES에 처음 참가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사람들은 ‘자동차 업체가 여기서 뭐해?’라는 표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 CES에 자동차 브랜드가 대거 등장했고, 테크 기업들이 기술 시연을 위해 자동차를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새로운 기회가 열렸기 때문이죠. 오늘날의 자동차는 바퀴가 달린 스마트폰이 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상생활과 깊숙하게 연결된 제 3의 공간이 되었죠. 정말 흥미로운 기회이자 투자입니다. 그렇다고 메르세데스-벤츠가 ‘전자 기기’를 만들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자동차의 엔지니어링과 스마트폰의 엔지니어링의 지향점은 다릅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BMW와 손을 잡고, 통신이나 맵 데이터 업체들과 지속적인 인연을 맺는 궁극적인 이유 중 하나가 자율주행이다. 자율주행은 굉장히 민감한 기술적 사안이다. 올라 회장도 조심스럽게 자율주행에 관한 다임러 그룹의 입장을 밝혔다.

“자율주행의 경우, 고도로 섬세한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큰 규모의 투자가 이뤄져야 하며, 이를 통해 판세를 바꿀 수 있습니다.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도, 하나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분야지만 그만큼 불확실성이 존재합니다. 저와 메르세데스-벤츠 엔지니어링팀은 그동안 상당한 시간을 투자해 함께 논의하고 있습니다. 법적 규제의 존재 유무와 관계없이 안전이 가장 중요합니다. 법적 규제가 없더라도 우리 스스로가 매우 신중한 방식으로 개발하고자 자체적으로 규제를 마련해야 할 상황입니다. 자율주행은 완전히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입니다.”

좁은 회의실에서 전세계 기자들을 하루 종일 상대하는 그는 피곤한 기색 한번 내비치지 않았다. 미리 준비된 질문도 아닌데, 매우 성실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다임러 그룹은 불확실성을 가진 미래에서도 자신들의 역할은 명확하다고 말했다.

“우리는 메르세데스-벤츠가 가장 잘하는 일, 고객들이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멋지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일에 집중할 것입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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