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타가 탄생한 이유는 간단하다. 해치백을 선호하지 않는 지역이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처럼 땅덩어리가 넓은 곳에서는 해치백의 장점이 퇴색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더 웅장하고 스포티한 소형 세단이 필요했다. 그래서 골프는 유럽 생산 비중이 높지만 제타는 전세계 곳곳에서 생산되며 지역에 따라 아틀란틱, 폭스, 벤토, 보라 등의 이름으로 불렸다.

 

같은 뼈대로 만들어지지만 완전히 다른 디자인과 포지셔닝이 필요했다. 골프를 디자인한 조르제토쥬지아로에게도 큰 숙제가 닥친 셈이다. 이탈디자인의 주지아로는 한시대를 풍미한 디자이너지만 그의 작품들은 꽤 비슷비슷했다. 폭스바겐은 기존 골프와의 차별성을 요구했고, 1979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통해서 첫번째 제타가 모습을 드러냈다.

◆ 1세대(1979-1984)

1세대 제타에서는 골프와 다른 차임을 강조하기 위한 노력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해치백을 2도어 쿠페 및 4도어 세단으로 변경한 것을 제외해도 차이점은 많다. 골프는 원형 헤드램프를 고수했는데, 이에 반해 제타는 네모난 형태의 헤드램프 디자인을 적용했다. 당시 네모난 헤드램프는 주로 고급차에 쓰이는 디자인이었다. 실내에도 골프와 차별화를 두기 위해 벨루어 직물시트를 적용했고, 카페트나 색상을 달리했다.

▲ 1세대 제타

최고출력 50마력을 발휘하는 1.1리터 가솔린 엔진부터 13.리터, 1.5리터, 16.리터 1.8리터 등 다양한 가솔린 엔진이 적용됐다. 독일, 유고슬라비아, 남아프리카 공화국, 멕시코 등 전세계 각지에서 생산된 만큼 그 지역 선호도가 크게 영향을 끼쳤다. 유럽 지역에서는 1.6리터 터보 디젤 엔진이 탑재되기도 했다.

▲ 1세대 제타의 외관 색상

1세대 제타는 1979년 8월부터 1984년 2월까지 총 57만1030대가 생산됐다.

◆ 2세대(1984-1992)

2세대 제타는 제타를 전세계에 알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나아가 조금씩 골프의 그늘을 벗어나는데 크게 기여했다. 특히 1985년에는 ‘미국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유럽차’로 등극하며 높은 인기를 누렸다. 제타를 필요로 하는 시장도 늘었다. 특히 중국 창천 공장과 청두 공장에서 제타를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생산량이 급증했다.

▲ 2세대 제타

골프와의 차별성도 여전히 부각됐다. 기존 1세대 디자인 방향성을 고수했고, 스포티함을 강조하는 노력도 더해졌다.또 공기역학적 디자인 설계가 적용되기 시작했다. 계기반에는 트립컴퓨터가 추가됐고, 전자식 연료 분사 시스템도 적용되면서 기술적인 혁신도 이뤘다.

1.8리터 엔진은 최고출력 89마력을 시작으로 110마력, 137마력으로 성능을 높아졌다. 특히 고성능 모델인 GLI가 출시되면서 최고출력 134마력, 최대토크 18.3kg.m의 2.0리터 엔진이 추가됐다. 또 유럽에서의 수요도 늘면서 효율이 극대화된 1.6리터 에코 디젤 엔진도 적용되기 시작했다.

2세대 제타는 1984년부터 1992년까지 생산됐으며, 중국에서는 택시로 활용되면서 1991년부터 2013년까지 만들어졌다. 2세대 제타는 총 170만8390대가 생산됐다.

◆ 3세대(1992-1999)

3세대는 ‘벤토(Vento)’로 이름이 변경됐다. 벤토 또한 포르투갈과 이탈리아어로 바람을 뜻한다. 이름까지 바꾸는 극단적인 수를 둔 것은 여전히 골프의 그림자가 짙었기 때문이다. 단, 미국 시장에서는 제타의 인기가 무척 높았기 때문에 그 이름을 그대로 유지했다.

▲ 3세대 제타

3세대는 제타는 1세대 골프 GTI 디자인 총책임자였던 허버트쉬퍼(Herbert Schafer)가 디자인을 담당했다. 자연스럽게 스포티한 디자인이 더욱 부각됐고, 공기저항계수는 스포츠카에 버금가는 0.32Cd에 불과했다. 충분히 역동성이 발휘됐다고 생각했는지, 3세대 제타부터 2도어 쿠페는 생산되지 않게 됐다.

가솔린 엔진은 1.6리터, 1.8리터, 2.0리터, 2.8리터 등이 탑재됐다. 특히 최고급 모델에 탑재된 2.8리터 VR6 엔진은 최고출력 172마력,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6.9초만에 도달하는 성능을 발휘했다.

디젤 엔진은 본격적으로 TDI 엔진이 탑재되기 시작했다. 당시 1.9리터 TDI 엔진은 최고출력 90마력의 힘을 냈고, 연비는 20.8km/l 수준이었다.

◆ 4세대(1999-2005)

제타는 유독 이름이 많이 변경됐다. 4세대는 유럽, 호주, 브라질 등지에서 ‘보라(Bora)’란 이름으로 불렸다. 보라 역시 바람을 한 종류다. 국내서도 보라란 이름으로 판매됐다. 또 왜건이 추가됐는데 일부 국가에서는 골프란 이름으로 판매되기도 했다. 하지만 4세대부터 제타는 나아갈 노선을 확실하게 정했다. 비록 골프의 뼈대를 쓰지만 파사트의 길을 따라가기로 한다.

▲ 4세대 제타

4세대 제타는 파사트의 디자인을 여러 부분 공유했다. 또 골프 뿐만 아니라, 아우디 A3, 세아트 레온, 스코다 옥타비아 등과 플랫폼을 공유했다. 덕분에 모듈러 플랫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점차 바뀌어갔다. 

4세대 제타의 판매가 끝나갈 무렵인 2005년 제타의 전세계 판매대수는 약 660만대에 달했다. 이중 3분의 1은 미국 시장에서 판매될 정도로 제타는 미국 시장에서 특히 인기가 높았다.

◆ 5세대(2005-2010)

5세대 제타는 2005년 LA 모터쇼를 통해 공개됐다. 폭스바겐 신차가 미국에서 최초로 공개된 것은 신형 비틀 이후 두번째다. 그만큼 제타가 미국 시장에서 중요한 모델로 자리 잡았다.

▲ 5세대 제타

그동안 골프와 제타의 차별화를 강조했던 폭스바겐이 5세대 제타에는 골프의 디자인을 거의 그대로 채용했다. 패밀리룩을 강조하는 의도도 있지만 대신 제타에는 골프 R32의 디자인을 적용했다. 고성능 및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특히 5세대에는 폭스바겐그룹의 FSI 및 TSI 가솔린 엔진이 장착되기 시작됐고, 6단 및 7단 DSG 변속기도 탑재되기 시작했다. 5세대는 최신 제타의 시초라고 볼 수 있다. 

◆ 6세대(2011-현재)

6세대부터 본격적으로 파사트의 동생 역할을 담당하기 시작한다. 디자인도 파사트의 것을 따른다. 여전히 세단을 선호하는 지역은 많았고, 파사트와 제타는 그곳에서 폭스바겐의 살림을 책임졌다. 특히 국내 시장에서는 골프와 제타는 나란히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골프라는 거대한 산 앞에서도 제 목소리를 낸 것. 단순한 파생모델에서 이젠 골프의 경쟁자로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 6세대 제타

폭스바겐그룹의 기술력은 점점 높아졌고, 제타에 다양한 파워트레인이 탑재됐다. 하이브리드나 사륜구동 모델도 추가됐으며, 연료효율을 위한 폭스바겐의 첨단 기술도 녹아들었다. 또 제타는 폭스바겐에서 가장 작은 세단이지만 프리미엄 세단 못지 않은 편의 및 안전 장비가 탑재되기 시작했다.

◆ 6세대 페이스리프트(2014-현재)

제타는 35년의 시간 동안 전세계에서 약 1400만대가 판매됐다. 판매대수에 있어서 골프와 비틀, 파사트의 뒤를 바짝 쫓고 있으며 중국 및 남미 등의 신흥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며 선배들을 위협하는 존재가 됐다.

▲ 6세대 제타 페이스리프트

지난 1일 국내에 출시된 6세대 제타 페이스리프트는 제타의 또 다른 시작을 알린다. 폭스바겐은 최근 전모델의 프리미엄화를 실행하고 있으며, 신형 제타 또한 그런 폭스바겐의 전략이 고스란히 담겼다.

최신 바이제논 헤드램프와 LED 테일램프가 한층 세련된 인상을 준다. 그릴과 범퍼의 디자인을 세밀하게 다듬어 완성도를 높였고, 실내엔 스티어링휠, 인스트루먼트 패널 등을 변경했다. 또 각종 내장재를 완전히 새롭게 사용했다.

 

유로6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시키는 신형 2.0 TDI 엔진이 탑재됐다. 이전 세대 엔진과 비교해 출력은 10마력 높아졌고 연료 소모는 6% 줄었다. 국내엔 최고출력 110마력과 150마력 두가지 버전으로 판매된다. 각각의 복합연비는 16.3km/l, 15.5km/l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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