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사람은 1년 뒤에나 받는데.." 전기차 사고도 보조금 거절 당한 황당 사연은?
  • 신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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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5.11 09:10
"저 사람은 1년 뒤에나 받는데.." 전기차 사고도 보조금 거절 당한 황당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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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를 계약한 A씨는 최근 판매사원으로부터 반가운 전화를 받았다. 누군가 취소한 차가 나와서 2주 안에 출고 받을 수 있다는 소식이었다. 1년은 족히 기다릴 각오였는데, 이런 기회가 오다니. 기쁜 마음으로 계약서를 작성하고, 전기차 보조금부터 신청했다.

그러나 A씨는 지자체로부터 황당한 대답을 들었다. 이미 보조금 접수가 마감돼 받을 수 없다는 것. 지자체 관계자는 "상반기 보급 대수의 1.5배 이상이 지원되어 접수를 마감했다"는 대답만 반복할 뿐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사정을 알아보니 더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해당 지자체는 올해 전기차 170여대에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는데, 아직 80여대만 출고돼 90대의 여유가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접수 건수가 170대의 1.5배인 250여대를 넘는다는 이유로 추가 접수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A씨는 "요즘 전기차는 지금 계약해도 1년 넘게 기다려야 차를 받을 수 있다"면서 "당장 차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보조금 혜택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분개했다. 이어 "이에 대해 지자체에 물어보니 '보조금 선발 기준은 지자체의 권한'이라며 모르쇠로 일관했다"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실제로 환경부는 보조금 지급 방식을 지자체의 자율에 맡기고 차량 출고 및 등록순, 신청서 접수순, 추첨 중 하나의 방식을 선택하도록 했다. 모터그래프 조사 결과 현재 대부분의 지자체는 차량 출고 혹은 신청서 접수순으로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신청서 접수순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최근 대부분의 전기차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중국 내 코로나 재확산으로 인한 일부 부품 수급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문제로 계약을 하더라도 인도가 늦어지고 있다. 

자료=환경부 저공해차 통합누리집
자료=환경부 저공해차 통합누리집
자료=안양시청 고시·공고 제2022-352호
자료=안양시청 고시·공고 제2022-352호

이에 많은 소비자들이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신청서 접수순으로 보조금을 지급할 경우, A씨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당장 차량을 구입한 사람에게 보조금이 돌아가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전기차의 경우 계약만 하면 차가 나오지 않아도 구매 지원 신청서를 접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빠른 출고 혹은 원하는 옵션의 차를 구하기 위해 가족 명의로 차를 여러 대 신청하는 경우가 많아 '허수'가 상당수 섞여있다.  

이렇다 보니 취소차나 전시차 같이 당장 출고되는 차량을 계약해도 지자체에 따라 보조금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생긴다. 예를 들면 1년 넘게 기다려야 하는 아이오닉5 계약자 때문에 다음달 차를 받을 수 있는 EV6 계약자가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국고보조금 역시 지자체 보조금과 연동되는 탓에 못받는다. 결국 차를 포기하거나 1000만원(경기도 기준)에 달하는 보조금을 포기하는 것 중 선택을 해야 한다. 그것도 아니면 7월경 하반기 추가 보조금을 노려야 하는데, 지금 차량 인도를 미룬다면 언제 차가 나올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언제 출고될지 모르는 전기차를 위해 보조금을 남겨두는 게 현실과는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지자체마다 일관성 없는, 유연하지 않은 정책 때문에 보조금 혜택을 보지 못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환경부는 올해 전기차 보조금 업무처리지침을 발표하며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선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예산이 충분한데도 당장 전기차가 필요한 사람에게 보조금이 돌아가지 않는다면, 환경부가 선도한다는 전기차 대중화 시대는 오히려 더 늦어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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