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독일에서 처음 만났던 EQS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상징인 'S'가 잘 어울리는 차였다. 독특한 외모에 난생처음 보는 3개의 거대한 실내 디스플레이 조합, 그리고 뛰어난 정숙성과 고급스러운 실내 소재까지. 낯선 곳에서 만난 낯선 자동차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반년이 흐른 지금, 국내에 출시된 EQS를 다시 만났다. 지난 시승이 워낙 짧아 아쉬웠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EQS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시승한 모델은 EQS 450+ 런칭 에디션이다. 앞서 지난해 독일에서 탄 EQS 580과 배터리 용량은 동일하지만, 전기 모터가 하나 적고 최고출력이 약 36% 낮아 장거리 주행에 더 유리하다. 

두 번째 만남이지만, 외모는 여전히 낯설다. 운전석 위치가 앞바퀴 바로 뒤까지 전진했고, 보닛은 완만하게 A필러와 이어진다. B필러에서 정점을 찍고 완만하게 다시 흘러내리는 루프라인과 극대화된 휠베이스를 두고 벤츠는 '원 보우' 라인이라고 설명하는데, 활보다는 납작한 마우스나 허리가 길쭉한 닥스훈트가 연상되는 몸매다.

시승차에는 AMG 라인이 적용됐다. 안쪽에 동그란 패턴이 한 번 더 들어간 휠이 탑재됐고, 옆 창문 테두리가 크롬으로 장식되었다. 실내에도 AMG 라인 전용 스티어링 휠이 적용됐다.

뒷모습은 다른게 없다. 범퍼 형상부터 좌우로 길게 뻗은 테일램프, 트렁크 끝에 앙증맞게 달려있는 스포일러(?)까지. 배지 차이를 빼면 완전히 똑같다. AMG 라인인 만큼 좀 더 과감한 디자인의 디퓨저나 머플러 모양 장식 등을 통해 공격적인 인상을 풍겼으면 어땠을까.

실내는 다시 봐도 전기차 끝판왕이라 부를 만하다. 국내에서는 기본 사양으로 제공되는 MBUX 하이퍼스크린 덕에 미래차 분위기가 물씬 풍기며, 손이 닿는 대부분의 곳이 부드러운 가죽이나 나무, 알루미늄 등 고급 소재로 마감됐다. 

양옆에 놓여있는 원형 송풍구는 남아있지만, 이외 모든 것이 바뀌었다. 디스플레이가 마치 파도처럼 실내 전체를 가로지르듯 펼쳐져 있고, 엠비언트 라이트가 사방을 두르고 있다. 중앙 및 조수석 디스플레이에는 햅틱 피드백도 적용되어 터치할 때마다 마치 물리 버튼을 누르는 듯한 기분이 든다.

스마트폰 무선인터넷 공유 기능(테더링)을 활용하면 거대한 센터 디스플레이의 활용도는 더 높아진다. 애플뮤직과 지니뮤직을 통해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웹 브라우저를 활용할 수도 있다. 물론,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더라도 간단한 게임 정도는 즐길 수 있다.

다만, 로딩 속도는 아쉽다. 내장 게임인 테트리스를 실행해 봤는데 초기 로딩에만 20초가량 소요된다. 웹서핑처럼 외부의 데이터를 받아오는 작업이 아닌데도 오래 걸리는 것을 보면, 시스템 연산 능력이나 게임 최적화 정도가 부족한 것으로 추정된다.

차량을 간단히 살펴보고 운전대를 잡았다. 580 모델처럼 브레이크만 밟아도 자동으로 문을 닫아주지 않는다. 더욱이 소프트 도어 클로징 기능도 없다. 아무리 하위 트림이라지만, 1억8000만원에 달하는 가격을 생각하면 아쉬운 부분이다.

EQS 450+ 밑바닥에는 107.8kWh 배터리가 깔려있다. BMW iX(111.5kWh)의 등장으로 배터리 용량 순위는 밀려났지만, 여전히 시중 도심형 전기차의 두 배에 달하는 거대한 용량이다. 

계기판에 나온 주행 거리는 놀라운 수준이다. 약 98%가 남아있는 상태에서 무려 757km나 달릴 수 있다고 표시된다. 환경부 인증 주행거리(478km)보다 약 60%가량 멀리 갈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정도 주행거리면 전국 어디든 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EQS 450+의 최고출력은 333마력(245kW)으로, 580(523마력, 385kW)과는 꽤 차이가 난다. 출발하자마자 최대토크가 발휘되는 전기모터 특성상 도심에서의 움직임은 경쾌하지만, 속도를 높일수록 580과의 차이가 확연하다. 가속 페달을 강하게 밟았을 때 등이 시트에 파묻히는 그런 강렬함은 없다. 부담 없이 그저 편안하게 속도를 높일 뿐이다.

회생제동 단계는 발전량 순으로 D-, D, D+가 있으며, 발전량을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D 오토까지 총 4가지가 마련됐다. D 오토 모드는 도심 주행에서 꽤 유용하다. 기대했던 것보다 더 정확하게 작동한다. 차가 없을 때는 회생제동을 비활성화해 가속 페달을 자주 밟지 않아도 부드럽게 나아가며, 앞 차와 가까워질수록 강하게 회생 제동을 걸어주고 완전히 제동까지 해 준다. 

신호대기 중에는 전방 카메라가 교차로 상황과 신호등을 비춰준다. 정지선에 맞춰 정차할 경우 선바이저나 차량 지붕에 신호등이 가려져 목을 앞으로 쭉 빼야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EQS는 운전자가 별다른 조작을 하지 않아도 교차로에 서 있음을 인지하고 앞의 상황을 비춰준다.

고속 주행 상황에서는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과 후륜 조향 기능이 큰 도움이 된다. 속도 및 노면 상황에 따라 서스펜션을 자동으로 조절해 바닥에 거대한 배터리가 깔린 2.6톤의 차체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준다. 속도가 빨라지면 차체를 낮춰 공기 저항을 줄이는 기능도 물론 작동한다. 

후륜 조향 각도는 최대 4.5도다. 느리게 달릴 때는 앞뒤 바퀴를 반대 방향으로 조향해 회전반경을 줄이고, 고속주행 시에는 같은 방향으로 조향해 안정성을 높이고 스티어링 감각을 끌어올려준다.

S클래스와 마찬가지로 최대 10도까지 돌아가는 모듈이 적용되어 있지만, 현재는 4.5도로 제한된 상태다. 벤츠는 유럽 시장에서 후륜 조향 시스템을 구독제로 운영하고 있는데, 연간 일정 사용료를 지불하면 제한이 풀리는 방식이다. 벤츠코리아는 이르면 연내 국내 시장에도 구독 상품을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물론, 구독제가 싫다면 차량 구매 시 일시불로 지불하고 선택할 수도 있다.

디지털 클러스터는 운전하면 할수록 불만족스럽다. 독일에서는 워낙 짧게 탓던 탓에 느끼지 못했는데, 계기판이 과하게 누워있어 운전 중 보기에 불편하고 햇빛이 비치면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다. 벤츠도 이를 알고 있는지, 그간 적용하지 않던 계기판 상단 햇빛 가리개도 만들어놨다.

아마 운전석 디스플레이를 센터 및 동승객용과 억지로(?) 평평하게 배치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러 디스플레이가 한 판에 붙어있다는 점이 보기에도 좋고 미래차 같은 느낌도 들지만, 전자제품이 아닌 자동차인 이상 운전자가 보기 편한 것이 최우선 아니었을까 싶다.

무선 애플 카플레이가 차량과 실시간으로 연동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소소한 불만이다. 터널을 지날 때면 GPS 신호가 끊어지기 전 마지막 속도로 계속 안내해 터널 어디쯤에 있는지 가늠하기 어렵다. 국산차 대부분이 지원하는 기능이 벤츠에 없다니 아쉽다.

주행거리는 만족스럽다. 시승하는 동안 총 연비는 5.3km/kWh로, 표시연비(3.8km/kWh)보다 40%가량 뛰어난 수치를 기록했다. 전기차에 취약한 고속도로 위주의 주행이었음을 고려하면 놀라운 숫자다. 완충 상태라면 환경부 인증 주행거리(478km)를 훌쩍 넘어 500~600km는 거뜬히 달릴 수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고가 전기차 시장에는 '주행거리가 길지만, 감성은 부족한 전기차'와 '주행거리는 짧지만, 감성적인 자동차'만이 존재해왔다. 그러나 메르세데스-벤츠가 뛰어들고 긴 주행거리와 뛰어난 감성 품질, 그리고 오랜 기간 내연기관차를 만들어온 경험까지 잘 버무려진 전기차가 출시되고 있다. 이제야 비로소 '럭셔리 전기차'라는 카테고리가 완성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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