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MAN 라이온스 시티 E, 미래가 아닌 현재의 전기버스
  • 독일 뮌헨=신승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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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8.13 17:54
[시승기] MAN 라이온스 시티 E, 미래가 아닌 현재의 전기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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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용차는 물론, 상용차 시장의 화두는 단연 ‘전동화’다. 세계 각국의 모빌리티 트렌드는 ‘배출가스 저감’에서 이제 ‘배출가스가 없는’ 단계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은 올해 6월 ‘친환경차 지침(Clean Vehicle Directive)’을 발표하며, 보다 깨끗하고 에너지 효율적인 차량의 도입을 선포했다. EU 결의안에 따르면, 당장 오는 2025년부터 공공 부문에서 배기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차량을 도입해야 한다.

MAN은 한 발 더 나아가 순수 전기버스 ‘라이온스 시티 E’를 통해 E-모빌리티 시대가 이미 시작됐음을 알린다.

독일 뮌헨에서 만난 라이온스 시티 E의 외관은 기존 내연기관 모델과 큰 차이가 없다. 굳이 차이점을 꼽자면, 배터리로 인해 살짝 솟아난 루프라인과 출입구 바로 옆에 위치한 충전포트 정도다. 물론, iF 및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한 현행 라이온스 시티의 디자인도 충분히 감각적이고 미래지향적이다. 

실내는 저상버스 구조다. 내연기관 모델과는 사뭇 다르다. 맨 뒷좌석 안쪽에 위치한 엔진타워(룸)가 제거됨에 따라 넓은 공간은 물론, 개방감까지 선사한다. 국내 저상버스와 비교한다면, 출입구 및 통로뿐만 아니라 후열 좌석 높이도 한층 낮게 배치됐다. 더불어, 3개의 출입문이 승하차 편의성을 높인다.

운전석 구성은 일반 모델과 동일하다. 다만, 왼쪽 계기판에 엔진 회전수(PRM)를 대신해 ‘ECO-ON’으로 전기모터 상태를 표시해준다. 

주차 브레이크를 해제하고 다이얼 변속기를 조작한 후, 알리안츠 아레나 스타디움을 돌기 시작했다. 육중한 덩치에도 불구하고 전기차답게 가속페달에 민첩하게 반응한다. 즉각적이지만 부드러운 가·감속에 승차감까지 우수하다. 

일반 버스와 비교해 울컥거리는 변속 충격에서 자유롭고, 롤링 현상도 잘 억제되어 있다. 전반적인 정숙성도 우수하지만, 배터리 관리를 위해 이따금 작동하는 냉각 팬 소음은 옥에 티다. 

MAN 라이온스 시티 E의 최대 장점은 안정적인 주행거리다(전장 12m 모델 기준, 480kWh급 배터리 탑재).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가 최소 200km에 달한다. 날씨나 에어컨 사용 등 요건에 따라 주행거리는 최대 270km까지 늘어난다.

시내버스의 경우 잦은 정차 및 승하차로 인해 연료 효율성이 떨어지고, 날씨에 따른 공조장치 가동 비중이 높다. 현재 국내 각 지자체에서 도입한 전기버스를 살펴보면, 중국산 혹은 중국산 부품을 사용한 제품이 상당수다. 이들의 제원상 주행거리는 150~180km에 달하지만 실제 운행거리는 110~130km 수준에 불과하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잦은 충전으로 인해 실제 가동운영 시간은 상당히 떨어진다.

50~60인승 기준의 국내 시내버스와 비교해 라이온스 시티 12 E 모델은 88명을 수용할 수 있다. 보다 많은 승객을 태우고 더 오랜 시간을 운영할 수 있는 셈이다. 굴절버스인 시티 18 E 모델(전장 18m)은 120명까지 수용할 수 있으며, 640kWh급 모듈형 배터리를 탑재해 최소 주행거리 200km를 안정적으로 지원한다.

배터리 완충에 필요한 시간은 100kW급 고속 충전을 기준으로 3시간 미만이 소요된다. 콤보 타입 충전 방식(CCS)을 지원하기 때문에 공간만 있다면 기존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 즉, 전기버스 전용 충전소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다. 

라이온스 시티 12 E 모델은 유럽 내 시범 운행을 거쳐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한다. MAN은 전기버스 양산에 앞서 고전압 제품 전문가를 집중 육성하고 있으며, 전문 서비스 센터 개설과 부품 물류 시스템 개선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앞서 라이온스 시티 CNG 모델처럼 라이온스 시티 E 모델도 국내 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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