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현대차 베뉴, 누군가에게는 드림카
  • 김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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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7.15 11:29
[시승기] 현대차 베뉴, 누군가에게는 드림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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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 모든 자동차 제조사는 중국으로 몰렸다. 합작사를 세우고, 중국을 위한 차를 만들었다. 중국인들이 선호할 만한 디자인을 연구하고, 중국 세금 정책과 환경 기준을 따른 엔진을 만들기 시작했다. 전세계적인 엔진 다운사이징은 중국과 무관하지 않다. 여전히 중국의 자동차 시장은 가파른 성장을 보이고 있지만, 늘 새로운 먹거리는 필요한 법이다. 그게 인도 시장이다.

인도의 인구는 약 13억명. 10년 이내에 중국을 넘어설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고, 실제 인구는 이미 중국을 넘어섰다고 말하는 이들도 많다. 베뉴는 그런 인도 시장을 위해 탄생한 자동차다. 짧은 전장, 높은 전고는 인도의 자동차 세금 체계의 ‘소형차’ 조항을 만족시키면서도 SUV의 실용성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베뉴는 미국에도 팔고, 유럽에도 팔 계획이다. 인도을 위해 많은 부분이 맞춰진 것은 사실이지만, 각 지역에 따라 크기나 선택사양이 다른 것은 당연지사. 한국에서 판매되는 모델은 일단 길이가 4m를 조금 넘는다. 범퍼를 늘려서 더 당당한 느낌이 나타나도록 했다.

실제로 베뉴는 그리 작아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차체가 넓고, 전고가 높아서 스토닉보다 큰 느낌이 들었다. 얼핏보면 티볼리와도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려웠다. 옆에 나란히 서면, 그제서야 차이가 확연하게 보였다. ‘작은 차’라는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아도 될 듯 했다. 특히 경차와는 비교할 수준이 아니었다.

캐스케이딩 그릴의 테두리는 사라졌고, 상하로 분리된 램프는 코나, 싼타페 등과는 다른 느낌을 줬다. 기아차 텔루라이드가 떠오르는 주간주행등은 도로에서 단번에 베뉴의 존재감을 높였다. 베뉴에는 시선을 사로 잡는 여러 디자인은 요소가 있었다. 투톤 루프 컬러가 그렇고, 로커 패널의 플라스틱 프로텍터를 가로지르는 바디 컬러의 라인, C필러에 붙은 베뉴 뱃지도 눈에 띄었다.

커스터마이징에 대한 노력도 동반됐다. 젊은 소비자들을 공략하는 만큼 개개인의 만족감을 높여줄 수 있는 장치들을 마련했다. 가장 비싼 플럭스 트림은 일반 트림과 확연히 다른 디자인 요소를 지니고 있었다. 튜익스 외장 디자인 파츠가 기본으로 적용됐고, 10개의 외장 컬러, 3개의 루프 컬러를 선택할 수 있다. 또 내장 컬러와 컬러마다 각기 다른 패턴의 시트 스티치가 적용됐다.

공간은 흥미로웠다.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SUV 중에서 전장은 가장 짧지만 실내가 크게 좁지는 않았다. 오히려 스토닉보다 넓었고, 코나와 큰 차이가 없었다. 특히 머리 공간에 대해서는 아무런 걱정을 할 게 없었다. 하지만 한계는 명확했다. 뒷좌석에 세명이 나란히 앉기는 어려워 보였고, 시트 폴딩을 제외하면 뒷좌석을 위한 어떤 편의장비도 없었다.

베뉴, 스토닉, 코나, 셀토스, 더 넓게 보면 여기에 쏘울이나 니로까지 한데 묶을 수 있겠다. 이미 현대·기아차에서는 우리나라 시장을 전부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많은 소형차가 있는 셈이다. 베뉴는 무엇을 내세울 수 있을까. 자칫 가장 작다는 것만 부각될 수도 있다. 다행스럽게 현대차는 스토닉보다 큰 엔진을 베뉴에 넣었다. 현대·기아차의 최신 스마트스트림 1.6 가솔린 엔진과 IVT 무단변속기는 베뉴를 산뜻하게 만들었다.

K3를 통해서도 경험했었던 새로운 파워트레인은 보여지는 숫자보다 만족도가 높았다. 베뉴를 끌기에는 충분한 힘이었다. 특히 IVT 변속기의 기민함은 주목할만 했다. CVT 변속기를 가장 잘 만드는 일본 브랜드에 비해서도 꿀리는게 없었다. 우리가 그동안 경차에서 경험했었던 CVT 변속기는 엔진회전수가 불규칙하게 오르내리거나, 가속을 이어갈 때, 무작정 엔진회전수를 끌어올리기만 했었다. IVT 변속기는 마치 다단화 변속기처럼 정밀하게 엔진회전수를 조절했다. 수동 모드에서도 기존 6단 자동변속기보다 훨씬 더 빠르게 기어를 바꿨다.

쾌활한 움직임은 해치백을 닮았다. 짧은 휠베이스가 기민한 움직임을 만들었다. 토션빔, C-MDPS 등 소형차의 기본적인 구성을 가지고 있지만, 움직임이 허술하진 않았다. 파워트레인의 성능이 섀시를 뛰어넘는 느낌은 있지만, 일반적인 도로에서 문제될 만한 요소는 짧은 시간 동안 드러나지 않았다.

베뉴는 절묘하다. 그 크기도 그렇고,  타겟도 그렇다. 누군가에게는 작고 하찮은 차일 수 있겠지만, 큰 차가 부담스럽고, 그 공간마저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베뉴만한 선택도 없다. 현대차는 ‘혼라이프’를 강조하지만, 꼭 혼자일 필요가 없을 정도로 베뉴는 많은 것을 충분히 만족시켜줬다. 현대차는 전세계적으로 다양한 소형차를 판매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에서는 그런 제품을 만나지 못했는데, 베뉴를 시작으로 작고 알찬 자동차를 더 자주 만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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