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로스터 N 다이어리-④] “어렵지 않은 수동 운전”
  • 최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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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7.17 10:23
[벨로스터 N 다이어리-④] “어렵지 않은 수동 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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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동 운전의 핵심은 클러치 미트

한때 수동변속기가 자동변속기 대비 더 뛰어난 성능을 발휘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 당시 수동변속기 이점이라면 뛰어난 효율과 빠른 반응, 직접 변속하며 느끼는 운전의 즐거움 등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물론 현 시점에서 이런 이야기가 의미 없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자동변속기의 성능과 효율이 대폭 향상되었고, 수동변속기의 이점과 자동변속기의 편안함을 갖춘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성공적으로 정착한지 오래입니다. 지금 수동변속기는 설 자리를 완전히 잃었고, 만나는 것조차 어려워졌습니다.

그럼에도 수동변속기를 찾는 수요는 꽤 있습니다. 그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해 봤습니다.

첫째, 감성적인 만족을 위해서입니다. 손발로 자동차와 호흡을 맞췄던 이들에겐 너무나 심플해진 과정에 이질감을 느낍니다. 비록 변속 시간이 더 길어지고, 효율이 떨어진다고 해도 자동차라는 큰 기계를 수족처럼 다룬다는 것에 대한 희열과 만족감을 느끼게 됩니다. 

둘째, 선택지가 한정적이기 때문입니다. 상당수는 수동변속기와 자동변속기에 이르는 2가지 선택지가 제공되지만, 수동변속기만 제공되는 차들도 적지 않습니다. 뛰어난 주행 성능과 운전의 즐거움을 내세우는 차들 중 일부가 이 흐름을 따르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그 개체수가 많았지만, 지금은 비슷한 컨셉트를 추구하더라도 수동변속기만 탑재되는 비율이 정말 낮아졌습니다.

그 수가 손꼽힐 정도가 되면서 그에 대한 관심이 생기는 건 당연한 결과이지 싶습니다. 최근 선보인 포르쉐 718 스파이더와 카이맨 GT4는 6단 수동변속기 사양만 제공(내년 중 PDK 추가 계획)됩니다. 제가 타고 있는 벨로스터 N도 이에 해당합니다. 이 역시도 연말이나 내년 중 듀얼클러치가 추가된다고 합니다. 출시 당시 선택지가 2가지였다면, 심각하게 고민했을 겁니다. 

운전 면허를 취득하기 전부터 수동변속기를 다루는 지인들 덕분에 수동변속기가 어려운 존재라고 느낀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도로 소통 상황에 따라 가끔씩 운전을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긴 했지요. 차가 가고 설 때부터 코너를 선회하는 전 과정에서 운전자는 매 순간 변속의 유혹에 빠져들게 됩니다. 

수동변속기를 다뤄 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성능을 발휘한다는 명목 아래 직선 도로 또는 코너 진입 전 기어 단수를 낮추게 되는데 이런 일련의 과정 모두 기계인 자동차와 정서적인 유대감을 갖게 만듭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일상 주행 시 느껴지는 불편함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 거겠지요.

수동 운전의 핵심은 클러치 미트라고 생각합니다. 일명 ‘반클러치’라고 하죠. 정말 중요합니다. 클러치 미트를 매끄럽게 못 한다면 시동 상태가 흔들리거나 심한 경우 꺼지게 됩니다. 나름 부드럽게 잘한 것 같은데 엔진 시동이 계속 꺼지는 상황이 반복되고 ‘내 손발은 왜 내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이는 것인가’라고 자책까지 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과정을 거쳐 숙달되기에 이릅니다.

개인적인 경험과 과거 수동 운전 교육을 했던 입장에서 이 방법을 권장하고 싶습니다. 먼저 차량 통행이 거의 없는 곳을 가셔서 사이드 브레이크를 채운 상태에서 클러치를 밟아 1단에 넣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클러치 페달을 꾹 밟습니다. 이때부터가 정말 중요한데 클러치 페달을 정말 서서히 떼시기 바랍니다. 핵심은 클러치 페달을 서서히 뗄 때 차가 움찔거리며 나가려는 시점을 찾는 데에 있습니다.

이 시점이 바로 클러치가 미트되는 일명 반클러치 시점입니다. 이 상황을 반복 및 숙달하여 몸에 감각을 익히시기 바랍니다. 이 상황에서 클러치 페달을 떼고 액셀 페달을 밟아 출발하라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권장하고 싶진 않습니다. 클러치 상태가 정상적이라면, 클러치 페달 조작만으로도 충분히 차량을 출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엔진 특성(가솔린보다는 디젤)이나 자동차의 콘셉트(데일리, 스포츠)에 따라 클러치 페달의 조작 난이도는 상이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줄 겁니다.

수동 운전의 어려움을 느끼는 가장 큰 요인이 출발이기에 이 다음엔 문제될 게 없습니다. 언덕길에서는 차가 튀어나가려는 시점에 맞춰 클러치 페달을 떼면서 액셀 페달을 자연스럽게 밟으면 됩니다. 처음 수동 운전의 출발을 배우는 과정에서 엔진 회전수(RPM)를 높이 쓰지 않기를 바랍니다. 1500rpm 내에서 수동변속기를 수족처럼 다룬다는 생각으로 꾸준한 반복 숙달하는 게 중요합니다. 지나친 엔진 회전수 상승은 불필요한 클러치 소모 및 기계적인 데미지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수동변속기가 각광받게 된 이유와 수동 운전에 대한 방법 등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상당수에게는 번거롭고 불필요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그러나 매 순간 운전하는 즐거움을 느끼며, 자동차와 호흡을 맞춘다는 관점에서 수동 운전의 매력은 예나 지금이나 확실하다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수동변속기가 탑재되는 차의 개체수가 현저히 줄어들면서 그 가치가 더욱 높아지고 있지요. 같은 이유로 수동변속기가 탑재된 일부 차종(대표적으로 BMW E82 1M)에 대한 거래 역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앞으로도 수동변속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며, 마음껏 자동차를 향유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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