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 닛산 리프(Leaf)를 시승했다. 닛산은 '최초'란 타이틀도 갖고 싶었는지 2010년 출시한 리프를 세계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라고도 소개하고 있다. 미쓰비시가 2009년 아이-미브(i-MiEV)나, 테슬라가 2008년 내놓은 테슬라 로드스터가 앞섰지만, 개조차가 아닌 '전기차 전용'으로는 처음이라는 것 같다.

 

세계 최초든 아니든 리프는 BMW i3와 함께 가장 주목받는 전기차다. 이미 리프는 20만대가량 팔렸으며, i3도 매년 판매량을 늘리며 리프의 뒤를 빠르게 쫓고 있다. 최근 전기차 시장은 리프와 i3에 의해 움직인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그런데 두 차의 느낌은 사뭇 다르다. 리프가 기존 내연기관차의 스타일과 주행감 등을 최대한 익숙하게 유지한 모델이라면, i3는 지금까지 없던 자동차라는 신선함을 한껏 담았다. 이 둘이 앞으로 어떤 활약을 펼치냐에 따라 전기차 시장 흐름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닛산 리프의 장단점을 각각 3가지 꼽아보면서 어떤 차인지 살펴봤다. 이 차의 가격은 5480만원으로, 정부 지원금과 지자체 보조금 등의 세금 혜택을 더하면 3000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 

# 장점 하나. 공기역학적에 신경 쓴 파격 디자인

 

외관부터 파격적이면서도 공기역학 디자인으로 만들어졌다. 둥글둥글한 차체와 오리궁둥이처럼 툭 튀어나온 후면부, 뾰족한 램프 디자인 등은 낯설수도 있겠지만, 전기차에나 가능할 법한 과감한 시도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삐죽 튀어나온 헤드램프는 스포츠카에나 사용될 정도로 과격하다. 정면에서 부는 바람을 갈라 사이드미러가 받는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곳곳에 와류를 막는 지느러미 형상의 부품이 달려있기도 하다. 

 

다른 해치백에 비해 리어 윈도우가 푹 들어갔다. 테일램프 형상 또한 와류를 최대한 막는 방향으로 설계했고, 범퍼 하단부도 핀이 달린 디퓨저를 더하는 등 효율을 높이기 위해 최적화된 디자인이 적용됐다.

 

# 장점 둘. 내연기관과 비슷한 느낌의 주행 성능

리프는 전기차임에도 별다른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저속에서는 전기차 특유의 주파수가 느껴지기도 하지만, 속도를 높였을 때의 주행감은 내연기관, 특히 가솔린 모델의 그것과 꽤 닮았다.

전기차는 엔진 대신 모터가 달렸기 때문에 특유의 주행감을 갖고 있다.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의 발진감, 스티어링휠을 돌렸을 때의 움직임 등은 무척이나 정직하지만, 내연기관차에 익숙한 운전자들에게는 좀 가볍고 심심하다. 조금 과장하자면 자동차가 아니라 장난감을 조작하는 것같은 느낌과 비슷하다.

 

그러나 리프는 전기차의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우수한 내연기관 자동차에서나 느끼던 신나는 주행감을 최대한 살려냈다. 다른 전기차처럼 자로 잰 듯 빠르고 정확하게 속도를 높이지만, 페달과 스티어링휠의 조작감은 신기할 정도로 감칠맛 난다.

특히, 배터리를 차체 하부에 넓게 깔아 무게 중심을 낮춘 덕분에 급코너에서도 꽤 안정적으로 달린다. 우수한 가속감에도 불구하고 변속기가 없기 때문에 최고속도는 145km/h로 전기차가 갖는 한계가 분명하다. 하지만, 제한속도 내라면 신나게 달릴 수 있다. 

# 장점 셋. 넉넉한 주행 거리 및 에코 버튼과 B모드

리프의 주행 가능 거리는 다른 전기차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런데 실제로 이들과 함께 주행하면 가장 먼 거리를 달릴 수 있을 듯했다. 고속 주행 및 급가속, 히터·열선시트·열선스티어링휠 등을 사용했을 때의 배터리 소모량이 매우 적다고 느껴졌다.

 

가장 큰 이유는 모터와 배터리 조합에 여유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리프에는 80kW 모터와 24kWh 리튬-이온 배터리가 장착돼 최고출력 109마력, 최대토크 25.9kg·m의 동력 성능으로 132km를 달릴 수 있다. 다른 전기차와 제원을 비교해 보면, 모터와 배터리를 쥐어짜지 않았다는게 확연히 드러난다. 배터리 용량보다 모터의 성능이 너무 강하거나, 주행 거리가 길 경우 조금만 무리를 하면 배터리가 급속히 닳아 없어지는데, 리프는 이런 현상을 최소화하면서 밸런스를 적절하게 조절했다.

 

또, 에코 버튼과 B모드(브레이킹 드라이브 모드)를 통해 주행 거리를 더욱 안정적으로 늘렸다. 에코 버튼은 배터리 사용을 최소화해 주행하는 것으로, 눌러 보니 주행거리가 4km가량 늘어났다. B모드는 회생제동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배터리를 충전시키는 주행 모드다. 지붕 후면부에 있는 태양광 충전기를 이용해 USB 및 12V 시거잭 등의 전원으로 사용하는 점도 인상적이다. 

# 단점 하나. 충전의 번거로움

 

아직까지는 모든 전기차의 충전이 번거롭지만, 리프의 경우는 미국용 120V를 사용해 조금 더 까다롭다. 국내는 220V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시승차 트렁크에는 흔히 도란스라 부르는 가정용소형전압조정기가 들어있다. 집에서 충전하기 위해서는 전압조정기를 가정용 콘센트에 꽃은 다음 충전 케이블을 연결해야 하는데, 이 전압조정기가 꽤 무거운 데다가 충전을 할 때마다 들고 다녀야해 번거롭기 그지없다. 

한국닛산에 문의해 보니, 전압조정기를 이용하는 충전 케이블은 미국에서 특별히 가져온 것으로,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제공되지 않는다. 즉,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220V 콘센트에서는 리프를 충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용 충전기가 설치된 곳에서만 충전이 가능하다. 

 

급속 충전도 마찬가지다. 현재 전기차 급속 충전 방식은 DC 차데모, DC 콤보, AC 3상 등 세 가지다. 리프는 DC 차데모를 사용하는데, 국내에 출시된 전기차 6종 중에서 유일하게 이 방식으로 충전한다. 기아차 쏘울EV와 레이EV를 비롯해 BMW i3와 쉐보레 스파크EV는 DC 콤보 방식이다(르노삼성 SM3 Z.E.는 AC 3상). 기아차의 경우 차데모 방식을 사용하다가 최근 유럽과 미국 등 수출을 염두해 DC 콤보로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리프가 국내에서 충전소 인프라 구축하는게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 하나의 급속 충전기에 두세가지 급속충전을 모두 지원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는 전기차 초기 단계에 맞춘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전기차 보급을 위해 급속 충전 방식에 대한 통일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이유다.

# 단점 둘. 다소 저렴해 보이는 실내와 비한글화 내비게이션

 

파격적인 외관에 비해 실내는 매우 아쉽다. 듀얼 계기반과 마우스 느낌의 독특한 기어노브 등에서는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한 흔적이 보이지만, 전체적인 레이아웃을 비롯해 사용된 소재와 마감 등은 조금 아쉽다. 전기차가 워낙 비싸다 보니 조금이라도 가격을 낮추기 위한 노력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요즘 나오는 차와는 차이가 있어 눈 높은 국내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는 부족해 보였다.

 

내비게이션을 한글화하지 않은 것도 아쉬운 점이다. 전기차인 만큼 목적지나 경로 주변 충전소를 알려주는 기능을 마련했는데, 한글화가 되지 않아 영어를 모르는 사람이 사용하기에는 다소 불편할 듯했다.

이에 대해 한국닛산 측은 "기자들에게 제공된 시승차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차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라며 "소비자들에게 전달되는 차에는 한글화된 아틀란 내비게이션이 탑재됐다"고 설명했다. 또, "내비게이션 한글화와 별개로 충전 시설을 안내하는 기능도 이미 한글화가 끝났다"고 말했다.

 

# 단점 셋. 아쉬운 공간 활용성

공간 활용성도 다소 부족했다. 전고가 1550mm로 꽤 높은 편인데도 뒷좌석 머리 공간은 그리 넉넉하지 않다. 허리를 세우면 머리가 천장에 닿는다. 배터리를 차 바닥에 넓게 깔았다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뒷좌석 아래에 가장 많은 배터리가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를 트렁크 아래로도 분배해 뒷좌석 머리 공간에 여유를 줬으면 더 좋았을 듯하다.

 

후면부 디자인 덕분에 트렁크 공간이 좁은 편이다. 지붕이 C필러를 타고 급격히 깎인 데다가 안으로 움푹 패였기 때문이다. 좀 아쉬운 공간이다. 차라리 어중간한 트렁크 공간을 줄이더라도 뒷좌석 공간을 늘렸다면 어땠을까 싶다.

전반적으로 장점과 단점이 크게 엇갈리는 자동차다. 하지만 전기차라는 장르에 대해 불안감이 가득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전기차를 대중화 시킨 일등 공신이라는데는 이견이 없다. 가장 많이 팔린 차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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