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제네시스 EQ900...'최고급 차'를 향해 달리다
  • 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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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2.21 17:46
[시승기] 제네시스 EQ900...'최고급 차'를 향해 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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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일곱번째 스타워즈에도 그 유명한 “내가 네 아버지”가 나온다. 적인줄만 알았는데 알고보니 아버지였다는걸 깨닫는 느낌은 어떨까. EQ900을 처음 본 현대차 집안의 장남 아반떼의 기분이 그랬을지 모른다. 난생 처음 본 제네시스 집안 아버지라는데 어째서 나랑 저리도 닮은걸까.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를 수 없다니, 아아 막장드라마가 따로 없다. 

사실은 여기도 출생의 비밀이 있다. 현대차는 향후 5개년 동안 제네시스 브랜드의 다양한 차를 내놓는다는 계획을 얼마전 깜짝 공개했다. 그러나 이 차는 엄연히 현대차 최상위 모델 에쿠스의 후속으로 디자인 돼 오던 것이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작은 아버지격인 G80(현행 제네시스)과의 '패밀리룩'도 고려돼야 했다. 이래저래 현대차의 '룩'을 완전히 바꿀 시간적 여유는 없었다. 그러다보니 한지붕 두가족 간에 야릇한 구도가 형성되고 말았다. 

 

브랜드 론칭을 하려면 우선 전시장부터 분리가 돼 고급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이번 제네시스는 준비를 마쳤다기 보다는 선언적인 의미가 크다. 지금 비록 남의 집에 얹혀 팔리는 신세지만 내후년부터 G70을 통해 첫번째 ‘완전한 제네시스’ 디자인을 내놓고 별도 매장과 서비스센터를 열면서 차근차근 단계적으로 분리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면 제품의 실내외 디자인에서 이 차가 완전히 현대차의 분위기를 벗었나 살펴보면 별로 그렇지 않다. 그저 거대한 제네시스로, 더 완성도 높은 제네시스로 느껴질 뿐이다. 그게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전 제네시스도 워낙 잘 만든 자동차였기 때문이다. 

# 제네시스 EQ900, '세계 최고급' 향해 아직은 달리는 중

요즘은 수억원짜리 자동차들도 수시로 언급되다 보니 1억원짜리는 대수롭지 않게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1억원(약10만불)이 넘는 자동차는 세계적으로도 톱클래스에 오르는 몇개의 브랜드만 만들어 낼 수 있는 자동차다. 이 정도 차급의 차는 당연히 세계 최고 수준의 존재감을 갖춰야 하고, 탄다는 것 자체로서 남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돼야만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그저 돈을 헛되이 써버리는 졸부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1억원이 넘는 자동차는 그 회사 안팎의 모든 기술력과 디자인, 품질 수준을 끌어 들여 최고조에 도달하곤 한다. 그러다보니 이 급의 차 중 ‘나쁜 차’는 찾아보기 어렵다. EQ900을 처음 타면 놀랄 정도로 좋은 품질에 감탄하게 된다. 기쁘지만 한편으론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마침 이 차가 나오기 전날 BMW가 새로 내놓은 7시리즈를 시승했다. 타면 “와아”하고 감탄사가 나오는 요소들이 여럿 있었다. 3년전 S클래스가 처음 나왔을때도 미래의 차를 탄 것 같아 무척 놀랐다. 최고급 차들은 현재 소비자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차가 아니다. 한번 나오면 적어도 5년 이상 경쟁차들과 맞서 싸워야 하기 때문에 몇년 후의 소비자들의 시각을 예측하고 끌고 가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 면에선 좀 부족하다. 독창적인 느낌으로 근미래의 신선한 디자인을 선도해야 하는데, 어디선가 본듯한 실내외 디자인을 갖고 있어서다. '인간 중심적인 자동차를 추구한다'지만 아직 기능은 물론 감성도 갈길이 멀다. 경쟁사들은 예술품 속에 들어 앉는 듯한 실내를 만들어내고 있는데, 여전히 성실한 실내다.

상대적으로 쉽게 도달할 수 있었을 오디오 성능도 턱없이 부족하다. 현대차가 그동안 프리미엄 라인에 붙여온 렉시콘 사운드는 만족스러운 적이 없었다. 볼륨을 올리면 귀만 아프고 가슴을 울려주는 느낌이 없다.  트렁크 일부를 희생 해서라도 서브우퍼를 강화하는 옵션을 제공해야 한다. 

 

이 정도 차급이라면 다양한 실내외 컬러와 소재를 포함해 오디오 시스템이나 각종 장비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개인화(individual) 옵션도 매우 중요하다.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라면 어쩔 수 없이 다른 브랜드로 눈을 돌리기 때문이다. 값비싼 옵션을 선택하지 않으면 두고두고 눈에 밟히고, 결국 또 다시 같은 차를 사게 되는 일도 많다. 그게 '인디비주얼'이나 '비스포크'의 작동 방식이다. 

그런 점을 갖추지 못한 제네시스 EQ900 시승차 실내는 모두 엇비슷하다. 그럼에도 뒷좌석에 앉으면 최고급 자동차에 탔다는 기분을 물씬 느낄 수 있었다. 특히 4인승은 5인승에 비해 훨씬 고급스럽다. 가운데 높은 터널이 길게 뻗어있어 세련되고 독특한 기분이 든다. VIP시트 쪽과 운전석쪽은 각각의 옆 좌석보다 조절되는 부위가 더 다양하고 편안한 점도 눈에 띈다. 

 # 승차감과 주행감은 매력적

시승차는 3.3리터 터보 AWD 모델이었다. 뒷좌석 승객은 지금 시동이 켜져 있는지 어지간해선 알아채지 못하는 정도의 정숙성을 갖고 있다. 노면의 소음이나 고속에서의 풍절음도 역시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가속 사운드는 꽤 나오는 편인데, 이전의 제네시스 3.3은 좀 힘겨워 하다 못견디고 터져나오는 소리가 났다면 이번의 제네시스 3.3 터보는 처음부터 꽤 힘찬 느낌을 만들어내는 쪽으로 사운드가 튜닝 돼 있다. 세련된 구성이다. 

정지상태에서 페달을 끝까지 밟아 급가속 해봐도 AWD와 전자제어시스템 덕분에 휠스핀 없이 네바퀴가 딱 붙은채로 가속한다. GPS계측기를 이용해 측정해본 결과 시속 100km까지 가속은 불과 5.8초. 테스트 때마다 조금씩 달라지겠지만 이 덩치로 이런 가속이라니 좀 놀랐다. 

 

코너링은 더욱 놀랍다. 어째서 이 덩치가 이렇게 잘 움직이는가 궁금해지게 된다. 핸들의 조향감각도 우수하고, 전자제어식 서스펜션이 감쇄력을 수시로 변화 시키면서 안정적인 거동을 유도하기도 한다. 현대차 측은 오버스티어와 언더스티어를 서스펜션의 높낮이 조절 없이 감쇄력 조절만으로도 바꿔낼 수 있다는 설명을 한다. 그게 그리 큰 효과가 있을까 싶지만 정작 거동을 보면 터무니 없는 말은 아닌것 같다. 

엔진은 최고 트림에 5.0리터 V8 타우 엔진을 넣는데, 미국 모하비 사막에서 시승해 본 결과 풍부한 사운드 면에서나 다이내믹한 주행감 면에서도 이 차에 가장 어울리고 멋진 유닛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국내에서 주력은 3.3리터 터보다. 심지어 3.3리터 터보의 가장 높은 모델은 5.0리터 모델과 가격차이가 1천만원도 채 나지 않는 최고급 모델이다.

3.8리터 자연흡기는 3.3리터 터보보다 오히려 한단계 아래 모델이다. 중국에선 세금 문제로 인해 3.0리터 터보를 파는데 이때는 3.8리터와 족보를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고민이 될 것 같다. 

 

'모던 에르고' 시트 덕에 뒷좌석에서의 느낌은 이전 제네시스와 꽤 달랐지만 운전석은 그렇지 않다. 현행 제네시스(DH)의 파워트레인과 서스펜션 구성은 물론 실내외 디자인도 굉장히 많이 따랐기 때문에 운전석에 앉아 차를 내달리면 제네시스를 타고 있는 느낌도 들었다. 코너링이나 가속감 모두 현행 제네시스와 비슷한 느낌이 드는데, 이보다는 조금 더 강력한 한방이 있었으면 한다.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과 스스로 핸들을 조향하는 기능은 놀랍지만 이전 제네시스부터 있던 것이다. 고속도로 지원시스템이 추가 됐는데, 다른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그 반대인 '막히는 도로 지원시스템(Traffic Jam Assist)'를 내놓고 있다. 보통은 고속도로에서는 운전하고 싶고, 막히는 시내도로는 운전하기 싫어지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발전을 놀랍지만 경쟁사에 비해 아직도 뒤에 서 있다. 첨단 기능을 통해 깊은 인상을 주려면 조금 더 서두르는게 좋겠다. 

# 가격대비 가치...아직은 제네시스 EQ900의 큰 장점

1억원 가까운 자동차에서 가격대비 가치가 높다는 말을 하는건 좀 미안하지만 사실 그렇다. 현대차는 이 차를 자꾸만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나 BMW 7시리즈와 대적하는 차로 내세우곤 하는데, 그들과 직접 비교하기는 좀 곤란하다.

 

우선 가격대부터 다르다. 시승차는 9000만원대인데, 이 정도면 동급의 E클래스 정도를 살 수준이지 S클래스의 동급을 살 돈은 안된다. S클래스를 사려다가 갑자기 마음을 바꿔 EQ900을 살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은 반면 E클래스 대신에 이 차를 사야 할 이유는 꽤 많다. 같은 가격에 훨씬 넓고 편안하고 고급스런 공간과 기능을 제공한다는게 무엇보다 큰 장점이다. 우리 소비자들이 필요한건 바로 그런게 아니던가. 과연 자신이 스포티한 주행감각을 좋아하는지, 이런 차를 원하고 있던건지를 곰곰히 생각해봐야 한다. 

다만 독일차의 재미있는 스토리를 듣다보면 나도 모르게 빠져들게 된다. 저렇게까지 공들이고 인정받은 역사의 일원이 되고 싶은 마음도 물씬 든다. 반면 현대차는 스토리를 알래야 알수가 없다. 기자들이 무얼 물어도 기밀이 새나간다며 답하기를 두려워 하니 개발 과정 등 모든게 비밀에 싸여있다. 갑자기 뚝딱하고 '좋은차'를 내놨다는데 그게 쉽게 납득될리 없다. 현대차도 단순히 그저 '좋은차' 만들기에 그치지 말고 많은 소비자들에게 이야기 해 줄 수 있는 제네시스의 프리미엄 스토리, 강력한 차별화 요소를 만들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대차 제네시스 EQ900 화보 - 모터그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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