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폭스바겐 골프R, 가장 강력하고 비싼 골프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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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2.15 17:14
[시승기] 폭스바겐 골프R, 가장 강력하고 비싼 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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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는 전세계 자동차 중에서 가장 다양한 엔진이 장착되는 차다. 작고 경제적인 3기통 엔진부터 강력한 고성능 터보 엔진도 탑재됐다. 뿐만 아니라, 여전히 많은 디젤 엔진이 탑재되고 있으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다양한 친환경 파워트레인까지 탑재됐다.

골프를 보면 차체 구조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실감하게 된다. 여러 파워트레인이 장착된 수많은 골프를 타봤지만, 모두 한결같이 각자의 목소리를 낸다. 왜 모든 브랜드가 공용 플랫폼 개발에 오랜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지는 골프를 보면 잘 알게된다.

 

이른바 ‘디젤 게이트’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한 거대 그룹에서 공유되는 부품은 한번 잘못되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파장이 크다. 지금은 엔진이 문제지만 사실 MQB 플랫폼에 근원적인 문제가 발생한다면 폭스바겐그룹은 현재 상황은 그저 가벼운 에피소드 정도로 느껴질 만큼 큰일이 발생할 것이다. 

 

물론 폭스바겐도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다행인 것은 플랫폼은 구조적 결함이 있을지 언정 ‘꼼수’는 부릴 수 없기 때문에 그야말로 기술력으로 승부해야 한다. 

# 견고한 뼈대와 이를 지탱하는 것

MQB 플랫폼은 골프R의 강력한 힘도 무리없이 견딘다. 차체 밸런스나 하체의 반응, 핸들링 등도 견고한 뼈대 덕택에 더 빛을 발한다. 골프R의 핸들링이야 두말하면 입 아프다. 사실 전륜구동 골프의 핸들링도 불가사의할 정도로 뛰어나다.

골프R은 잘 만들어진 골격과 섀시에 추가로 첨단 장비까지 갖췄다. 최신 5세대 할덱스 커플링을 사용하는 사륜구동 시스템 4MOTION은 앞뒤의 구동력 배분을 거의 자유자재로 변화시킨다. 평소엔 대부분의 힘을 앞바퀴에 보내지만 한껏 가속을 할 땐 뒷바퀴에 많은 구동력을 보내 추진력을 얻는다. 

 

전자식 디퍼렌셜 락인 XDS+은 코너를 빠르고 정확하게 돌 수 있게 만든다. 코너를 돌 땐 안쪽 바퀴보다 바깥쪽 바퀴가 더 많이 돌게 된다. XDS+는 스티어링 조작, 속도 등을 통해 상황을 감지하고 분석해, 안쪽 바퀴에 제동을 걸어 바깥쪽 바퀴와 이상적인 회전수로 맞춰준다.

 

서스펜션도 골프R을 위해 새롭게 설계됐다. 차체는 일반 골프에 비해 20mm 낮고, GTI 및 GTD에 비해 5mm 더 낮다. 시로코R의 서스펜션은 원초적일 정도로 단단했다. 도로의 충격을 상쇄한다기 보다 받아치는 느낌이었다. 또 코너에서도 효과적으로 무게 이동을 받아주지 못했다.

 

골프R은 달랐다. 단단했지만 또 사뿐했다. 코너에서 무식하게 무게를 견디는게 아니라 적당히 품어줬다. 스트로크가 짧지만 섬세하게 움직였다. 눌렸던 스프링이 풀릴 때도 신경질적이지 않았다. 덕분에 코너에서의 진입과 탈출 속도가 빨라져도 움직임은 부드럽기만 했다.

# 가장 완성도 높은 파워트레인 조합

2.0리터 터보 엔진과 6단 DSG 변속기의 조합은 GTI와 같지만, 골프R의 엔진은 GTI보다 81마력이나 강력하다. 하지만 GTI에 비해 크게 폭발적이진 않다. 잔뜩 기대하면 한참 실망할 수도 있다.

 

그래도 재미요소는 충분하다. 엔진의 풍족한 힘을 바탕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호쾌한 가속을 즐길 수 있고, DSG 변속기는 역동성을 부여한다.

많은 브랜드가 엔진의 힘을 강조하지만, 운전의 재미는 변속기를 통해 얻는 경우가 더 많다. DSG 변속기는 100마력도 채 안되는 폴로마저 재미있게 만든다. 상황을 파악하는 능력이 누구보다 뛰어나다. 가속을 할때면 엔진회전수를 한계까지 사용한다. 또 기어 변속이 빠른 것은 물론이고, 힘을 잃지도 않는다. 힘껏 달리다가도 코너 진입을 위해 속도를 줄이면 스스로 기어를 두어단 내린다. 굳이 패들시프트를 조작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기어를 올리거나 내릴때마다 흥분을 돋우는 배기음도 골프R의 매력 중 하나다.

 

주행모드 변경 시스템 ‘드라이빙 프로파일’의 레이스 모드는 운전의 재미를 극대화시킨다. 레이스 모드의 골프R은 그야말로 레이스카를 닮았다. 스티어링은 더 민감해지고, 엔진과 변속기는 더욱 적극적으로 변한다.

 

# 골프R이 보여주는 폭스바겐의 정체성

폭스바겐은 대중 브랜드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 스코다와 세아트에게 자신의 역할을 물려주고, 프리미엄 브랜드로 한단계 올라서고 싶어한다. MQB 플랫폼을 통해 절감된 신차 개발 비용을 품질 향상을 위해 쏟아부었고, 라인업도 확장하고 있다.

골프R은 이런 폭스바겐의 변화를 잘 보여준다. 모터스포츠 및 고성능차 개발을 담당하는 폭스바겐 R GmbH가 골프R을 맡은 이유도 있지만, 비단 주행성능 외에도 기존 폭스바겐과 차별화된 점은 많다.

 

거대한 19인치 휠과 골프R 전용 범퍼와 공기흡입구, LED를 촘촘히 박아넣은 주간주행등과 테일램프, 4개의 크롬 테일 파이프가 적용된 듀얼 배기 시스템 등은 일반 골프와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실내도 몇몇 다른 부분이 있지만 골프의 큰 틀은 벗어나진 않았다. 많은 소비자들이 바라던 전동식 시트도 적용됐다.

 

골프R의 가격은 5190만원이다. 머리 속에 고착된 골프의 이미지를 생각한다면 도저히 납득할 수 없을 가격이다. 실제로 골프R은 5천만원이 넘는 수입차라고 생각하기 힘든 부분도 실내엔 더러 있다. 

 

어차피 골프R은 골프와 달리 모두를 위한 차가 아니다. 골프R은 정말로 폭스바겐과 골프를 사랑하며, 운전을 즐기는 소수를 위한 차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골프R을 포용할 수 있는 마니아들이 얼마나 있을지 궁금하다.

* 장점

1. DSG 변속기는 가장 완성도 높은 듀얼클러치 중 하나.

2. 스티어링, 사륜구동, 서스펜션, 브레이크 등의 조화와 완성도.

3. 드라이빙 프로파일은 기대보다 주행 감각 변화 폭이 크다. 

* 단점

1. 성능의 향상만큼 실내 소재도 향상됐어야 했다.

2. 가격. 시로코R은 그래도 4천만원대였다.

3. GTI의 상징성이 더 큰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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