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폭스바겐 사태, 우리는 '미개한' 소비자인가
  • 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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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2.16 11:15
[기자수첩] 폭스바겐 사태, 우리는 '미개한' 소비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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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엔 폭스바겐 디젤 스캔들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판매량이 줄고 있는데 한국에서만 판매가 급증했다는 류의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한 매체는 '폭스바겐 할인으로 인한 사상 최대 실적'이라며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가격에 휘둘리지 않는 선진국 소비자들의 원칙과 가치관을 배울 만하다'고 했다. 이건 흡사 한국 소비자들을 '미개하다'는 식으로 꾸짓는 투다. 

이는 사안을 지나치게 단순하게 해석한 것이다. 폭스바겐 판매량이 한국에서만 늘어난데는 '하필 11월'이라는 특이점이 있었다는 점을 놓쳐선 안된다. 

한국 자동차 시장은 유럽 일부 국가와 발맞춰 지난해 11월부터 배출가스 기준을 유로6(Euro 6)로 의무화했다.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시장 중 하나인 셈이다. 기존 유로5 자동차는 1년간 유예기간을 거쳐 지난 11월까지만 판매할 수 있게 됐다.

법률이 매우 엄격해 12월 1일부터는 유로5 재고 자동차가 남더라도 단 한대도 등록하지 못한다. 새차 그대로 분해해 중고부품으로 넘기거나 본국으로 돌려보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둘 다 불가능하다. 

때문에 유로6로의 전환을 서둘렀어야 하는데, 그럼에도 폭스바겐코리아 측은 안일하게 유로5차를 잔뜩 들고 11월까지 느긋하게 물량 조절을 하고 있었다. 심지어 연초에 판매를 시작한 대형 SUV 투아렉은 신차임에도 불구하고 유로5 모델이어서 주변을 의아하게 했고, 티구안, 파사트, CC 등의 유로5 물량도 꽤 있었다. 유럽 상당국가는 이미 유로6가 시행됐고 남아도는 구형 유로5를 한국으로 넘기는게 그룹 수익성면에서 최선이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9월달 이른바 '폭스바겐 게이트'가 터진 직후부터 발생했다. 10월에는 국내 판매량이 전년에 비해 2/3나 줄어 버렸다. 세계에서 한국 소비자들이 가장 빠르고 민감했다. 

11월에는 이때 남은 한달치 가까운 물량에다 다음달 물량까지 더해졌다. 다음달이면 '쓰레기'가 될 악성 재고 차들이 산더미로 쌓였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환경부 또한 23일부터 이들 차의 '판매 금지'를 시킬 참이었다. 그러자 판매 금지 직전 폭스바겐코리아는 자사 이름으로 이 차들을 스스로 매입했다. 밝혀진 것만 460대. 지난달 판매량의 10%가 넘는다. 이 밖에 딜러사나 중고차 업계 등으로 넘긴 차의 수는 파악 할 방법이 없다. 폭스바겐은 지난달 유로5 판매 대수도 공개하지 않았다. 따라서 11월의 판매대수는 크게 왜곡 됐다는 말이다. 그나마 왜곡이 적은 12월 판매 대수는 내년 1월이 돼야 알 수 있는데 이때까지는 섣불리 우리 소비자들의 구매 방향을 속단 할 수 없다. 

다시말해 우리 소비자들은 매우 예민하고, 가혹하기도 했다. 그 결과 폭스바겐은 지난달 한푼도 건지지 못하고 거져 주다시피 했던 차가 적지 않다. 당연히 '등록대수'는 높았겠지만 입맛은 썼을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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