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폭스바겐 골프 GTI·GTD…스포츠카 넘보는 고성능 해치백
  • 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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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10.10 10:31
[시승기] 폭스바겐 골프 GTI·GTD…스포츠카 넘보는 고성능 해치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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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이 공격적으로 변했다.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며 살짝 흥분된 상태로 심박수가 빨라졌다. 평소와 달리 운전 스타일이 거칠어지고, 평소는 상상도 못 할 정도로 가혹하게 차를 몰아붙였다. 험준하기로 이름난 인제 서킷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레이스카의 지옥이라고 불려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을 정도로 고저차가 크고 테크니컬 코너도 많은 곳이다. 국내서는 가장 험하고 세계적으로도 꽤 달리기 어려운 편에 속한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지 폭스바겐 골프 GTI와 GTD는 시종일관 편안했다. 무리다 싶을 정도로 빠르게 코너를 진입해도,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아도, 과격하게 스티어링휠을 돌려도 별일 아니라는 듯이 날렵하게 주행을 이어갔다. 서킷에서 여러 종류의 차를 타봤지만, GTI처럼 안정적으로 빠르게 달리는 차는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전륜구동임을 감안하면 정말 놀라운 느낌이다. 

2일, 열린 '폭스바겐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에서 고성능 해치백 골프 GTI와 GTD를 타고 인제스피디움서킷을 달렸다. 또, 이 날 새롭게 출시된 시로코 R라인도 함께 타봤다.

◆ 골프 GTI…스포츠카 넘보는 고성능 해치백

이탈리아 차를 타보면 '차는 본래 짜릿해야 제맛'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GTI는 자칫 융통성이 없어 보일 정도로 굳건했다. 분명 여기저기 자잘한 실수가 있었을 텐데도, 인제서킷을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달렸다. 마치 핸들링, 가속, 제동 등 운전자의 의도를 미리 눈치채고 한 발 먼저 준비해 도와주는 듯했다. 

물론 전륜구동 모델이다 보니 후륜구동 특유의 다이내믹하고 날카로운 맛은 부족했지만, 타이어와 차체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물 흐르듯 매끈하게 움직이는 능력은 발군이다. 빠른 속도로 진입한 헤어핀과 연이은 코너에서도 접지력을 잃지 않았다. 이전 GTI도 대단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신형 GTI는 7세대 골프의 가로배치엔진용 플랫폼인 MQB로 만들어져 이전 세대에 비해 무게가 55kg 줄고, 차체 높이도 일반 골프보다 15mm 낮아서 주행성능이 향상된 듯 하다. 

▲ 폭스바겐 골프 GTI와 GTD에 적용된 XDS+ 시스템

새로 도입된 XDS+와 프로그레시브 스티어링의 조합은 서킷에서 최적의 성능을 발휘해 마치 스포츠카를 타듯 거침없이 달릴 수 있었다.

XDS+는 '전자식 디퍼런셜 록'으로 스티어링휠의 조향각과 휠 속도, 차체 기울기 등을 감지해 코너 안쪽 바퀴를 적절하게 제동시킨다. 덕분에 언더스티어가 크게 줄어들고, 스티어링휠 움직임이 더욱 정교해져 날렵한 코너링이 가능했다.

▲ 폭스바겐 골프 GTI와 GTD에 적용된 프로그레시브 스티어링

여기에 스포츠 가죽 시트가 몸을 쏠리지 않게 탄탄하게 받쳐주며, D컷 스티어링휠의 잡는 느낌과 조작감도 우수했다. 

'프로그레시브 스티어링'을 통해 '록투록(Lock to Lock)'을 2회전으로 줄였다. 중간 부분은 세밀하게 조작되지만, 조금만 돌려도 성큼성큼 돌아가 금세 주차를 끝낼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그래선지 스티어링휠을 적게 돌리고도 깊은 코너까지 공략할 수 있었다. 

차에 대한 믿음이 생기니 서킷 공략은 더욱 과격해졌다. 웬만한 코너는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도 패들시프트로 기어 단수만 낮춰 통과할 수 있었다. 휘어짐이 큰 코너에서는 브레이크를 조금 덜 밟고 스티어링휠을 과감하게 돌려보기도 했는데, 다른 차였다면 언더스티어가 발생할 만한 상황이었지만 GTI는 능숙하게 잘 빠져나왔다.

마지막 코너를 통과한 뒤 나타난 약 600m가량의 직선 구간.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니, 브레이킹 지점에서 시속 190km에 도달했다. 고배기량 스포츠 모델과 비교해도 부족함 없는 가속력이다. GTI에는 2.0리터급 직렬 4기통 직분사 터보 엔진이 탑재돼 최고출력 211마력, 최대토크 35.7kg·m의 동력 성능을 발휘한다. 최고속도는 210km/h로 제한됐지만,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 시간은 6.8초로 0.1초 앞당겼다. 제원상 성능은 동급 쏘나타 터보(271마력, 37.2kg·m)보다 한참 모자라지만, 실제로 속도를 올리는 능력과 순간적인 빠르기는 더 우수한 듯했다.

또, GTI에 적용된 6단 DSG(듀얼클러치)도 빠르고 정확하게 변속 타이밍을 잘 잡아줬으며, 패들시프트를 이용한 수동 조작감도 만족스럽다. GTI의 연비는 복합 11.5km/l다(도심 10.0km/l, 고속 13.9km/l)로, 동급 모델보다 10%가량 우수하다.

◆ 골프 GTD…성능과 연비 둘 다 잡은 만능 해치백

골프 GTD 역시 GTI에 적용된 경량화(55kg) 및 낮은 차체(15mm)와 XDS+, 프로그레시브 스티어링 등이 그대로 탑재돼 주행 감각이 우수했다. GTI보다 순간적인 가속력은 조금 떨어졌지만 덕분에 브레이크 타이밍을 조금씩 늦출 수 있어 코스 공략은 더 수월했으며, 꾸준히 속도를 올리는 능력도 GTI 못지않게 탁월했다.

특히, 2.0 4기통 디젤 엔진의 성능을 개선해 기존 GTD(170마력, 35.7kg·m)보다 강력한 184마력의 최고출력과 38.7kg·m의 최대토크를 낸다. 최고속도는 228km/h,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 시간도 7.5초로 0.6초나 줄였다.

또, 성능 좋은 6단 DSG와 블루모션 기술이 적용돼 복합 연비가 무려 16.1km/l나 된다(도심 14.4km/l, 고속 18.8km/l). 연료비 부담 때문에 GTI를 망설이는 소비자들에게는 좋은 대안이 될 듯하다.

◆ 시로코 R라인…가장 스타일리시한 2도어 해치백

시로코 R라인은 특유의 2도어 쿠페 디자인에 새로운 범퍼와 헤드램프·주간주행등, 다양한 에어로파츠, R라인 배지, 스포일러 등으로 더욱 강렬해졌다. 또, 실내에는 비틀처럼 센터페시아 상단에 오일 온도와 부스트 게이지, 크로노미터 등의 원형 계기반이 장착됐으며, 스포츠 가죽시트와 금속 페달 등이 적용돼 골프 GTI·GTD보다 스포티한 감성이 더욱 살아있다. 

파워트레인은 골프 GTD와 마찬가지로 2.0리터급 4기통 디젤 엔진이 탑재돼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38.7kg·m의 동력 성능을 낸다. 최고속도는 228km/h,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 시간은 7.5초다. 

페이시리프트 모델이다 보니, 7세대 골프에 사용된 MQB 플랫폼이 아니라 기존 6세대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무게중심이 워낙 낮고, 기본적인 차체 강성이 워낙 뛰어난 데다가 동력 성능도 향상돼 주행 성능은 더욱 탁월해졌다. 또, 한 세대 전 기술이긴 하지만, XDS(전자식 디퍼런셜 록)의 성능도 매우 뛰어나 날카로우면서도 안정적으로 서킷을 달릴 수 있었다. 

폭스바겐 골프 GTI와 GTD, 시로코 R라인은 4천만원 초반대의 가격으로 운전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보기 드문 수입차다.

똑같은 차에 고성능 엔진만 집어넣은 것이 아니라 차체와 서스펜션을 다듬고, 새로운 스티어링 기술과 전자식 디퍼런셜 록 등 더 빠르고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을 적용했다. 특히 GTI는 '서민들의 포르쉐'라 불리던 차다. 실용적인 해치백이면서도 감히 포르쉐에 비견 될 정도로 주행 성능을 인정받았다는 말이다. 사람들이 골프와 시로코를 인정하고 열광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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