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대부분의 자동차 제조사가 엔진 및 변속기 개발에서 손을 떼고 있다. ZF 8단 변속기도 2008년 상용화 이후 2번의 개선이 있었을 뿐 후속 버전 없이 15년 이상 쓰이고 있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토요타가 내연기관용 변속기를 개발하고 있어 화제다. 심지어 수요도 적은 고성능차 전용이다.

토요타 가주 레이싱의 야리스 WRC(좌)와 토요타 GR 야리스
토요타 가주 레이싱의 야리스 WRC(좌)와 토요타 GR 야리스

아키오 토요다(Akio Toyoda) 회장이 DAT라는 이름의 새로운 변속기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DAT는 다이렉트 오토매틱 트랜스미션(Direct Automatic Transmission)의 약자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내연기관용 자동변속기다. 일부에서는 자동차 마니아들의 목마름을 해소시켜줬다며 'Dat's Akio Toyoda'라고 불리기도 한다. 

개발 중인 DAT는 GR 야리스(GR Yaris) 탑재를 목표로, 현재 레이스카에 장착해 성능과 내구성을 평가하고 있다. 아키오 회장은 이 변속기를 '게임 체인저'라고 부를 정도로 자신감을 보였다. 

특히, 성능 중심의 제품인 만큼 빠른 변속이 강점이다. 아키오 회장은 "수동변속기를 쓰면 나와 프로 드라이버의 변속 시간은 0.2초 차이가 났자만, DAT를 쓰니 시간 손실이 없어졌다"면서 "가속과 제동에 집중할 수 있어 더 빠른 주행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히로마키 이시우라 프로드라이버
히로마키 이시우라 프로드라이버

프로 드라이버의 평가도 좋았다. 슈퍼 다이큐(Super Taikyu)에 출전 중인 히로마키 이시우라(Hiroaki Ishiura)는 "일반 자동변속기는 기계적인 연결감이 약하지만 DAT는 출발하는 순간부터 일체감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어 "가속페달 조작에 따라 운전자가 원하는 기어로 바로 바뀌는 것도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DAT에 대한 구체적인 기술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2016년 토요타가 내놓은 다이렉트-시프트(Direct-shift) 변속 기술의 연장선일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토크 컨버터에 별도의 유압 시스템과 락-업 클러치를 결합해 저회전 영역부터 직결감을 높이는 방식이다. 현재 캠리 등 다양한 내연기관에 사용되고 있다. 

토요타 GR 야리스. 현재는 수동변속기 모델만 판매 중이다.
토요타 GR 야리스. 현재는 수동변속기 모델만 판매 중이다.

토요타가 고성능 자동변속기를 개발하는 이유는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운전의 즐거움을 전달하기 위함으로 전해졌다. 일본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에 면허를 취득한 일본 운전자 중 70%는 수동변속기를 다룰 수 없다. 자동변속기 운전자의 서킷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이 아키오 회장의 목표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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