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 정말 내연기관보다 더 많을까? [MG수첩]
  •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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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2.29 13:15
전기차 화재, 정말 내연기관보다 더 많을까? [MG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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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전기차 화재 사고 소식에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번 불이 나면 배터리 열폭주로 인해 대형 화재로 이어지는 데다가, 배터리 특성상 진압도 어렵기 때문이다. 전기차 보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화재 대응 능력을 높여 안전에 대한 걱정을 줄여야 하지만, 대책은 미흡해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소방당국이 전기차 화재진압에 나서고 있다=소방청
소방당국이 전기차 화재진압에 나서고 있다=소방청

# 전기차 화재, 내연기관보다 많을까?

먼저 전기차 화재가 얼마나 많이 발생하는지 살펴보자. 소방청에 따르면 올해까지 전기차 화재사고는 83건이다. 2017년 1건이 처음 보고된 이후, 매년 증가추이를 보이고 있다. 2018년은 3건, 2019년은 7건, 2020년에는 11건으로 두 자릿수를 넘어섰다. 작년에는 24건, 올해 12월 집계까지 37건 등 총 83건이 보고됐다. 

자동차 화재사고 추이
자동차 화재사고 추이

같은 기간동안 접수된 내연기관차 화재 건수는 2만7727건이다. 2018년 4995건으로 최고치를 찍은 다음 점차 줄어들고 있다. 전체 자동차 등록대수가 2017년 2253만대 수준에서 올해 2570만대(추정치)까지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확실한 감소세다. 

누적 등록대수 대비 빈도는 어떨까. 2021년 국토교통부 자료에 내연기관 자동차 등록 대수는 2491만대, 전기차는 23만대 수준이다. 이 기간 화재사고 발생 비율을 비교하면 내연기관차가 0.018%로, 전기차(0.010%)보다 2배 가까이 높다. 전기차에 불이 날 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단하기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 전기차 화재, 더 위험하다

그럼에도 전기차 화재 관련 보도가 잇따르는 이유는 분명하다. 갑자기 큰 불이 나는데, 진화도 어렵다. 대부분 차량이 전소되야만 끝난다. 시각적인 위압감뿐 아니라 사고가 나면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진다. 소비자들이 유독 전기차 화재에 불안해하는 이유다.

질식소화덮개=충북소방본부
질식소화덮개=충북소방본부

게다가 전기차는 빠른 속도로 무섭게 늘어나고 있다. 등록대수 대비 발생 빈도는 내연기관보다 적을 수 있지만, 절대적인 화재 건수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자동차 제조사의 안전 설계는 물론, 소방청의 전문 진압장비 확충이 절실하다.

그러나 상황은 좋지 않다. 소방청에 따르면 '차량을 침수시켜 진압하는' 이동식 냉각수조를 보유한 소방본부는 전국 18곳 중 3곳(세종, 부산, 경기)에 불과하다. 전기차 등록 대수가 많은 제주도나 서울은 아예 관련 장비를 보유하고 있지도 않았다. 

# 전기차 화재, 왜 나는건가

그렇다면 전기차 화재는 왜 나는 걸까. 이유는 다양하다. 충전기를 통해 필요 이상의 전기가 들어오는 과충전 현상이 생길 수 있고, 배터리와 모터의 냉각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고전압 전선의 누전도 주요 원인이다. 여느 전자기기처럼 강한 물리적 충격을 받아 배터리 손상으로 불이 날 수도 있다. 

폴스타2 배터리팩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폴스타2 배터리팩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막대한 에너지가 응축된 배터리가 전부 타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게다가 초기에 진압하지 못할 경우 재발화하는 열폭주 현상도 생긴다. 미국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 진압에 투입되는 소방용수는 평균 10만리터, 소방차 33대분에 달한다. 일반적인 내연기관 자동차에 쓰이는 양(1000리터)의 100배에 달한다. 

가장 큰 문제는 원인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모두 타버리니 최초 발화점, 또는 문제가 된 부품을 특정하기란 쉽지 않다. 누적되는 사고에도 뚜렷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는 이유다. 다양한 시험을 통해 재연은 가능하지만, 그 과정에서 어떤 부품이 어떤 이유로 불이 났는지 찾아내기 어렵다. 배터리 모니터링 시스템(BMS)을 포함한 소프트웨어의 오류 혹은 배터리 제조사의 공정 불량 등으로 '추측'되기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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