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수첩] 쉐보레 볼트EV '원 페달' 오작동!…'부실 설명'이 사고 부른다
  •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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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4.14 09:00
[MG수첩] 쉐보레 볼트EV '원 페달' 오작동!…'부실 설명'이 사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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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쉐보레 볼트EV 고객들 사이에서 '원 페달 드라이빙'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며, 불편을 호소하는 이들이 등장하고 있다.

원 페달 드라이빙은 오직 액셀러레이터만으로 가·감속이 가능한 기능으로, 대부분의 전기차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감속은 물론, 완전 제동까지 가능한 탓에 한 번 익숙해지면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편리한 기능이다. 볼트EV의 경우 변속기를 L모드로 두면 관련 기능이 활성화된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시내 주행에서 운행 피로도를 낮추며, 일상에서는 배터리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완전 정차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정차 중 브레이크를 밟거나 파킹 기어를 체결하지 않아도 된다. 때문에 사용자 중 상당 수가 적잖은 만족도를 표시한다.

문제는 원 페달 드라이빙을 사용하는 중 일부 차량이 완전히 멈춰 서지 못하거나 차체가 꿀렁이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 원 페달 드라이빙?

원 페달 드라이빙의 작동 원리는 간단하다. 페달을 떼는 순간 회생제동 시스템이 개입해 잉여 동력을 회수하고, 이를 통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 하는 원리다. 이 때 감속 및 제동은 온전히 모터에 의해 이뤄진다. 모터를 역회전시켜 속도를 줄이고, 이 과정에서 발생되는 전기를 배터리에 저장하는 발전기의 원리인 셈이다. 

더욱이 볼트EV는 리젠 온 디맨드 시스템을 더한다. 스티어링 휠 후면에 패들 스위치를 누르면 회생제동 시스템이 작동하는 원리로, 스위치 작동 여부에 따라 에너지 회수가 가능하다. 이는 초기형 모델은 물론, 최근 출시된 신형 볼트EV와 볼트EUV에도 탑재된 기능이다. 

전기차 이용자들이 관련 기능을 활용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제동 과정에서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회수해 주행가능거리를 늘리기 위함이다. 또한, 브레이크 대신 모터를 활용하는 만큼, 브레이크 패드와 같은 소모품 마모를 최소화할 수 있다. 

# 어! 완전 정차가 안된다!!

볼트 EV에 탑재된 리젠 온 디맨드 버튼(스티어링 휠 뒤편)
볼트 EV에 탑재된 리젠 온 디맨드 버튼(스티어링 휠 뒤편)

원 페달 드라이빙과 리젠 온 디맨드 기능은 전기차 효율을 극대화하고, 운전 편의성을 끌어올리며, 소모품 교체 주기까지 절약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차주들은 동일한 도로 환경에서도 불규칙하게 완전 정차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며 문제를 호소한다. 

2018년 볼트EV를 구매한 A씨는 원 페달 드라이빙 기능을 사용하던 중 차가 완전히 멈추지 않고 몇 차례 3~4km/h의 느린 속도를 유지하며 계속 움직였다고 제보했다. 더욱이 리젠 온 디맨드 버튼을 활용해 제동을 해도, 1초 후 다시 제동이 풀리고 차가 앞으로 나아가는 현상도 발견됐다. 

그는 쉐보레 공식 서비스센터를 통해 여러 차례 의심 부품을 교체 받았지만, 이후로도 그와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국GM 본사에서 파견된 전문가도 관련 문제점을 살펴봤지만, 이렇다 할 원인도 규명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A씨는 "주행기록 저장 장치까지 설치받아 한국GM 측에 관련 데이터를 전달했지만, 의미있는 결과는 도출되지 않았다"라며 "리젠 온 디맨드 버튼은 제동 보조 장치일 뿐, 주 제동 장치가 아니라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말한다.

A씨 외에도 유사 증상을 겪고 있다는 여러 차주들이 있었다. 원 페달 드라이빙 기능을 사용하는 중 단순히 완전 정차가 되지 않는다는 사례부터 회생제동이 간헐적으로 작동하며 차량이 꿀렁이는 현상도 제보됐다.

# 아 다르고, 어 다르다

원-페달 드라이빙에 대해 볼트EV 출고 시 제공하는 차량 설명서를 살펴봤다. 

'운전 및 작동 항목'을 살펴보면, "원-페달 주행에서 가속 페달은 차량의 가속뿐만 아니라 차량의 감속 및 완전한 정차를 제어하는데도 사용될 수 있습니다"라고 적혀있다. '리젠 온 디멘드(232페이지)' 항목에서도 "리젠 온 디맨드를 작동하면 차량은 완전히 정지하게되고 패들에서 손을 떼기 전까지는 앞으로 전진하지 않습니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해당 설명대로라면 원 페달 드라이빙과 리젠 온 디멘드는 완전 정차가 가능한 '제동 수단'의 역할을 한다. 회사 측 설명처럼 단순 보조 제동 기능이라면, "회생 제동 기능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말아야 하며, 반드시 제동 보조 수단으로만 활용해야 한다"고 명시되어야 한다.

볼트 EV의 국내 매뉴얼. 리젠 버튼을 떼기 전 까진 차량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적혀있다.
볼트 EV의 국내 매뉴얼. 리젠 버튼을 떼기 전 까진 차량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적혀있다.
볼트 EV의 국내 매뉴얼. 배터리가 완전히 충전되었거나 차가운 경우 원 페달 주행이 제한된다고 적혀있다.
볼트 EV의 국내 매뉴얼. 배터리가 완전히 충전되었거나 차가운 경우 원 페달 주행이 제한된다고 적혀있다.

특정 조건을 명시하고 있지만, 주의사항도 자세하지 못하다. 

"배터리가 완전히 충전되었거나, 차가운 경우 원 페달 주행은 제한될 수 있습니다(225페이지)"란 설명과 달리 고객들은 배터리 충전 여부나 주행 시간에 관계없이 이상 증상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볼트 EV의 미국 매뉴얼. 미끄러운 도로에서는 리젠 온 디맨드 기능을 사용하지 말라고 명시되어있다.
볼트 EV의 미국 매뉴얼. 미끄러운 도로에서는 리젠 온 디맨드 기능을 사용하지 말라고 명시되어있다.
볼트EV의 미국 매뉴얼. 경사로에서는 브레이크 페달로 차량을 고정시키라고 명시한다. 
볼트EV의 미국 매뉴얼. 경사로에서는 브레이크 페달로 차량을 고정시키라고 명시한다. 

국내와 달리 미국에서는 보다 더 자세히 설명하거나 표현이 엄격하다. 미국형 볼트EV 사용 설명서에는 "급경사에서는 브레이크 페달로 차량을 고정해야 하며, 미끄러운 도로에서는 리젠 버튼을 사용하지 말 것"이라고 적혀있다.

국내에서 "배터리가 완전히 충전되었거나, 차가운 경우 원 페달 주행은 제한될 수 있습니다"란 표현은 미국에서 "(배터리가 충분하여) 회생제동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브레이크 페달을 주 제동 장치로 사용하라"고 지시하고 있다.

기아 EV6 설명서
기아 EV6 설명서

경쟁 브랜드도 원 페달 드라이빙의 비작동조건과 주의사항을 비교적 상세하게 기술했다. 기아 EV6 매뉴얼(4-17페이지, 아이 페달)에 따르면, EV6의 아이 페달(원 페달 드라이빙)은 오르막 또는 내리막 경사가 심한 도로, 경사가 끝나는 지점, 경사가 있는 길에서 출발과 정차를 반복할 때 작동되지 않는다. 

완전 정차와 관련한 경고도 비중있게 적혀있다. 구체적으로 "차량 및 도로 상태에 따라 정차가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 전방 도로 상황 및 주행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하면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 직접 속도를 조절하십시오", "아이 페달 주행 시 항상 전방을 주시하십시오", "긴급 제동이 필요할 경우, 브레이크 페달을 이용하여 정차하십시오", "미끄러운 노면에서는 아이 페달 기능을 사용하지 마십시오. 사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등 언급하고 있다.

#한국GM, "특정 조건에서 움직일 수 있다"

한국GM은 관련 문제를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A씨의 차량을 비롯해 본사 측 엔지니어들과도 해당 사안을 면밀히 파악했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GM은 "원 페달 모드와 리젠 온 디멘드 버튼은 주행 보조장치이지 제동장치가 아닌 만큼, 완전 정차 후에는 브레이크를 밟고 있기를 권장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원페달 모드에서 정차 시 물리적인 브레이크가 체결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차량은 얼마든지 움직일 수 있는 상태"라며 "특정 조건에서는 차량이 얼마든지 움직일 수 있는 만큼 풋브레이크 사용을 권장한다"라고 밝혔다. 

차량 제동 여부는 안전과 직결된 영역이지만, 사실 대부분은 관련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발생 빈도가 드물다는 점은 물론, 상당수 운전자가 속도를 줄이며 자연스레 브레이크를 밟는 습관 때문이다. 하지만 브랜드의 설명을 믿고 평소 원 페달 기능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던 이들에게는 한 번의 오작동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원 페달과 리젠 버튼은 분명 유용한 기능이다. 좋은 기술을 소비자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홍보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그에 앞서 주의점도 반드시 알려야 한다. 사용설명서는 막연함을 배제하고, 일어날만한 모든 가능성을 염두해 원칙적으로 세세한 설명을 담아내야하기 때문이다. 그 대상이 아직 많은 이들에게 익숙치 않은 전기차라면 더욱 그래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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