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수첩] "니가 비행기야?" 전조등 안 켠 스텔스 차량이 늘어나는 이유
  • 권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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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2.09 16:31
[MG수첩] "니가 비행기야?" 전조등 안 켠 스텔스 차량이 늘어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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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뒤에 차 있어!!!!!!!!!!!!!!"

차선을 바꾸기 위해 방향지시등을 켜고 스티어링휠을 돌리려는데, 동승석에 탄 지인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라 멈칫 한 순간, 측후방에서 검은 물체가 빠르게 지나갔다. 조금 전 사이드미러를 확인할 때는 전혀 보이지 않았던 '스텔스 차량'이었다.

사진=BMW
사진=BMW

스텔스 차량이란 등화장치가 꺼진 채 달리는 자동차를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는 스텔스 전투기에 빗댄 표현이다. 야간이나 악천후 등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위치 파악이 안 돼 대형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고속으로 달리는 중 스텔스 차량을 발견하지 못하고 차로를 변경할 경우에는 더 위험하다.

이러한 사고를 줄이기 위해 최근 나온 자동차들은 주간주행등, 오토 라이트, 하이빔 어시스트 등 다양한 첨단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텔스 차량은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왜 그럴까?

#스텔스 차량이 줄지 않는 다섯 가지 이유

첫번째 원인은 주간주행등(DRL)의 의무 장착이다. 주간주행등은 전조등 주변에 별도로 부착되는 추가 조명으로,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 7월부터 판매되는 모든 차량에 의무적으로 장착된다. 밝은 낮에도 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광량이 무척 높게 설정됐는데, 덕분에 전조등이 꺼진 상황에도 밤길 시야가 어느정도 확보된다. 운전자가 전조등이 켜져있다고 착각할 수 있는 것이다.

다음은 디지털 클러스터의 보편화다. 과거 계기판 및 각종 실내 조명은 외부 전조등과 연동됐다. 전조등 스위치를 조작하지 않으면 실내에도 조명이 들어오지 않아 운전자는 금세 알아챌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디지털 클러스터 계기판이 널리 보급되며, 주행 중에는 언제나 밝은 LED 조명이 들어온다. 운전자가 전조등 조작을 깜빡할 가능성이 높다.

사진=메르세데스-벤츠
사진=메르세데스-벤츠

불야성같은 도심의 밤과 촘촘하게 채워진 가로등도 한몫한다. 도로를 워낙 환하게 비추고 있어 전조등이 꺼져있더라도 야간에 운전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사람의 눈은 적응력이 매우 좋아서 밝은 곳에서 어두운 곳으로 가더라도 빠르게 시야를 확보한다. 그래서 운전자가 전조등이 꺼져 있음을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 

네번째 이유는 전조등 오프 상태다. 장기간 주차를 할 때 방전을 우려해 스스로 전조등을 끄거나, 발렛파킹 맡기거나 차량 정비를 위해 입고시켰을 때 타인에 의해 전조등이 꺼질 수 있다. 특히, 정비사는 차량 점검 시 전조등을 끄는 경우가 많아, 운전자가 차량을 인도받은 후 이를 모른 채 도로를 달릴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전조등 고장이다. 운전자는 전조등을 켰지만, 등화장치가 고장나 실제로는 불이 들어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는 운전자의 관리 소홀이라 볼 수 있다.  

이렇듯 대부분의 스텔스 차량은 운전자가 전조등이 꺼진 사실을 모르는 상태에서 발생한다.

#스텔스 차량 어떻게 줄일까?

운전자가 전조등 켜는 것을 잊는다면, 차량 스스로 작동하도록 기본값을 변경하는 방법도 있다. 실제로 일부 제조사는 전조등 기본값을 '자동'으로 설정하기도 한다. 의도적으로 전조등을 끄더라도, 다시 시동을 걸면 '자동'으로 돌아가 전조등이 켜지는 방식이다.

전면부 뿐만 아니라 후면부 주간주행등을 의무화 시키는 것도 고려할 수도 있다. 르노삼성과 쌍용차, BMW 등 일부 차종의 경우 시동을 걸면 전면과 함께 후면에도 주간주행등이 켜진다. 앞·뒤 주간주행등이 켜진다면 최소한 주변 차량에게 자신의 존재는 알릴 수 있게 된다.

이밖에 전조등 오프 기능을 없애 운전자가 자의적으로 끄지 못하게 하거나, 시간과 연계해 자동차를 운행하는 동안 낮에는 주간주행등, 밤에는 전조등이 저절로 켜지게 하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

도로교통법 제37조 제1항에 따르면 차량은 일몰 후, 안개가 끼거나 비·눈이 올 때, 터널 안 등에서는 전조등, 차폭등, 미등을 켜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승용차·승합차 2만원, 이륜차 1만원 등의 범칙금이 부과되는데, 스텔스 차량으로 인해 벌어지는 사고의 위험성에 비해 처벌 수위는 너무 낮은 듯하다. 경찰 당국 역시도 고의성 입증이 어려워 제대로 단속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운전자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한 처벌 강화 및 더 안전한 차를 위한 제도 개선은 필요해 보인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운전면허를 딸 때, 전조등 상태를 무조건 확인하도록 보다 철저히 교육하는 것이다. 운전자 스스로도 평소 등화관류를 점검해 파손이나 고장 여부를 스스로 체크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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