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자국민에겐 안전장비 빼버리는 현대기아차
  • 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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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5.22 18:41
[기자수첩] 자국민에겐 안전장비 빼버리는 현대기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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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5000명이 죽는다. 그 어떤 전염병이나 치명적인 질병, 극악무도한 테러보다 더 많은 우리 국민들이 교통사고로 죽고 다친다. ‘자동차’라는 물건은 양날의 검처럼 인류를 크게 발전 시킨 장치인 동시에 인간의 가장 위험한 적이 돼 온 셈이다. 

그렇다면 자동차 회사가 국민들의 목숨과 안전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겨야 할까. 사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게 아닐까. 그렇지 않다면 총이나 폭발물을 만드는 테러범이나 다를바 없기 때문이다. 

 

기아차가 야심작 기아 카니발을 내놨다. 국내시장에서 판매를 회복할 비장의 카드라는게 기아차 측의 설명이다. "아빠가 가르쳐준 세상"이라는 캐치프레이즈도 내놨다. 카니발이 어린이들을 싣는 학원용차로 사용되기도 하고, 온가족이 타는 캠핑용으로도 활용하는걸 감안하면 기막히게 잘 쓴 문구다. 아이를 소중히 하는 따뜻함이 느껴진다. 

그러나 실상은 좀 다르다. 현대차그룹은 이번에도 기아 카니발의 안전장비를 굳이 빼버렸다.

우선 미국 수출형과 달리 가운데 좌석에 있던 헤드레스트를 모두 뺐다. 등받이 높이도 지나치게 낮아져 등을 절반 밖에 받치지 못한다. 이대로라면 불편함은 둘째치고라도 후방추돌에 치명적 상해를 입을게 분명해 보인다. 당연히 있을 법한 4열 시트의 가운데 좌석에도 헤드레스트가 없다. 값이 더 비싸다는 9인승도 마찬가지다. 

카니발 11인승. 헤드레스트와 안전벨트가 모두 없다.  

왜 헤드레스트가 없냐는 질문에 “국내 법규는 가운데 좌석에 헤드레스트를 장착하지 않아도 된다”라면서 어물쩡 넘어간다. 이어 “쌍용차 코란도 투리스모에도 없고, 수입 미니밴은 아예 가운데 좌석이 없다”고 강변했다.

가운데 좌석은 3점식 안전벨트도 없다. 허리에 매는 2점식 안전벨트만 널려져 있다. 고속버스처럼 말려 들어가거나 수납하는 기능도 없으니 실제 사용하라고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다. 

앞서 1열 가운데 좌석을 없앤 이유에 대해 현대기아차 부사장은 "1열에는 법규상 3점식 안전벨트를 만들어야 하는데, 장착하기 힘들어서”라는 취지의 답을 했다. 그렇다면 법규에 2,3,4열 가운데 좌석엔 3점식 안전벨트를 장착할 의무가 없다는 점을 교묘히 이용한 셈이다. 보이지 않는 안전장비까지는 확인 못했지만 법규가 허용하는 최소한의 장비만 장착 됐을게 분명할 것 같다.

북미용 카니발의 가운데 좌석. 헤드레스트가 있고 3점식 안전벨트도 마련돼 있다. 

미국에 판매되는 카니발은 7인승 혹은 8인승으로 만들어졌다. 넉넉한 공간을 둘째로 하더라도 3열에 앉은 사람이 후방추돌에도 버틸 수 있는 공간까지 만들어놨다. 당연히 모든 좌석에 헤드레스트가 있고, 모든 좌석에 3점식 안전벨트도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을 보호하지 않는 기아차가 미국인들을 보호하는 안전장비는 잘 갖춰놨다. 대체 어느 나라 기업인지 알 수가 없다. '아빠가 가르쳐준 세상'이 한낱 돈 몇푼에 좌우 되는 것이라니 너무나 화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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