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용 칼럼] 리콜이 왜 나쁜가요? 제대로 안 하는게 나쁘지
  • 전승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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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1.13 15:29
[전승용 칼럼] 리콜이 왜 나쁜가요? 제대로 안 하는게 나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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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동차 리콜과 관련된 보도를 접했습니다. 한 수입차 브랜드가 경쟁사보다 3배나 더 많은 리콜을 하며 3년 연속 리콜 1위의 불명예를 얻었다는 부정적인 기사였습니다.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기사에 나온 숫자는 모두 사실이지만, 그 숫자가 말하는 것이 모두 진실은 아니라 생각됐기 때문이죠. 

여러분은 리콜을 나쁜 것으로 생각하시나요? 전 아닙니다. 물론 결함이 없는게 가장 좋겠지만, 수천~수만개의 부품으로 복잡하게 이뤄진 자동차에 문제가 안 생기기란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참고로 여기서 문제는 잦은 잔고장이 아닙니다. 주행 및 안전과 관련된 치명적 결함을 말합니다).

그래서 리콜을 하지 않는게 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감추고, 축소하고, 미루고.. 이런 기업들의 행태가 잘못된 것이지, 결함을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수정하는 리콜은 오히려 칭찬받아야 마땅하죠.

차량에 결함이 발견되면 자동차 회사에서는 엄청나게 머리를 굴립니다. 이걸 무상수리로 막을지, 리콜까지 해야 될지를 말이에요. 둘 중 어떤 방법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들어가는 돈의 규모가 달라지기 때문이죠. 당연히 리콜보다 무상수리가 훨씬 더 싸게 먹힙니다. 뭐, 회사 입장에서는 무상수리도 안 하는게 가장 좋겠지만요.

리콜은 소비자에게 적극적으로 알린 후 무제한 수리를 해줘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반면 무상수리는 적극적으로 알릴 의무도 없고, 수리 기간도 제조사가 정합니다. 제조사가 왜 그렇게 리콜을 안 하려고 하는지 아시겠죠. 소비자가 모르고 수리를 안 받는 만큼 회사의 손실은 줄어듭니다.

물론, 리콜과 무상수리는 정해지는 사유가 다릅니다. 리콜은 운행에 지장이 있거나 차량의 안전에 문제가 있을 때, 무상수리는 소모품이나 편의장치에 문제가 있을 때 시행합니다.

그러나 이 둘의 차이가 명확하지 않은 사유에 대해서는 가능한 무상수리를 하고 싶을 겁니다. 심할 경우에는 리콜 사유를 무상수리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있을 수도 있겠죠. 그 어떤 회사가 자신들의 결함을 먼저 말하고, 많은 돈을 들여 리콜해주려고 하겠습니까. 절대 그러고 싶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리콜이 나쁜 것으로 인식되면 기업들은 더 감추기 마련입니다. 잘못이 발견되면 최대한 빠르게, 그리고 정확하게 고치도록 장려해야 합니다. 너희가 이렇게 리콜을 잘해서 소비자가 더 안전해졌다고 말이에요.

이번에 리콜을 많이 했다고 브랜드도 마찬가지입니다. 특정 결함으로 차량에 화재가 발생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리콜을 실시하다 보니 전체적인 리콜 숫자가 늘어난 것이었습니다. 기사에도 '작년 리콜 중 80%는 화재 예방을 위한 특정 사유의 리콜'이라고 나와 있네요. 

브랜드 담당자 역시 "화재 위험이 낮은 차량까지도 선제적으로 리콜을 진행했다"면서 "리콜 대상 소유자에게 전화, 문자, 우편 등으로 최소 7~8번의 연락을 했고, 덕분에 대상 차량의 95% 이상이 리콜을 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 결과 해당 리콜 이후 같은 원인으로 화재가 난 케이스는 없었다고 하는데요. 그렇다면 3년 연속 리콜 1위여서 '불명예'라고 할게 아니라 3년 동안이나 꾸준하게, 그리고 적극적으로 리콜을 해서 화재 위험이 크게 줄었다고 칭찬 해주는게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아쉬운 마음으로 기사를 다 읽고 댓글을 봤습니다. 다행히 우리 소비자들의 인식도 많이 좋아졌더군요. 제 생각과 마찬가지로 적극적으로 리콜한 브랜드에 대해 우호적인 반응이 더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어쨌든 리콜은 제조사에 무조건 손해입니다. 일부러 결함을 만들 이유는 없습니다. 고의적인 결함으로 얻는 이익보다, 결함이 발견됐을 때 수습하는 손해가 더 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리콜은 나쁜게 아닙니다. 제대로 안 하는게 나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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