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용 칼럼] 쏘나타와 K5의 엇갈린 운명…"이게 다 디자인 탓?"
  • 전승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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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1.07 11:04
[전승용 칼럼] 쏘나타와 K5의 엇갈린 운명…"이게 다 디자인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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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5가 연간 판매량에서 쏘나타를 제쳤습니다. 아주 가끔 월간 판매량을 넘어선 적은 있지만, 이렇게 연간 실적에서 쏘나타를 추월한 것은 올해가 처음입니다.

K5는 작년 총 8만4550대가 판매되며 전년(3만9668대) 대비 213%란 경이로운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2019년 말 나온 3세대 모델이 신차 효과를 톡톡히 본 것이죠.

반면 쏘나타는 2019년 10만3대에서 작년 6만7440대로 33%가량 줄었습니다. 쏘나타 역시 2019년 초 8세대 모델을 출시했지만, 신차 효과를 이어나가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K5가 쏘나타를 앞질렀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두 차는 같은 플랫폼과 같은 파워트레인, 비슷한 안전·편의 사양을 갖춘 형제 모델입니다. 그럼에도 그동안 쏘나타가 K5를 압도할 수 있었던 이유는 현대차와 쏘나타가 가지고 있던 브랜드 파워였죠. 그런데 이게 무너졌다는 겁니다.

물론, 형제 모델 중 기아차가 현대차를 앞지른 경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최근 쏘렌토가 싼타페를 넘었고, 스포티지는 투싼과 엎치락뒤치락하며 준중형 SUV 1위 경쟁을 합니다. 둘 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덕분에 별다른 편견(?) 없이 공정한 경쟁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어쩌면 현대차 타이틀을 단 싼타페와 투싼을 넘어선 쏘렌토와 스포티지가 대단한 것일 수도 있겠고요.

그런데 쏘나타는 그 의미가 다릅니다. 지금은 다소 퇴색됐다고는 하지만, 쏘나타가 어떤 차입니까? 원조 국민차로 엄청난 사랑을 받은 모델입니다.

당장 EF 쏘나타부터 살펴봐도 1999년부터 2003년까지 5년 연속 베스트셀링카 1위를 차지했으며, NF 쏘나타도 2005년부터 2008년까지 4년 연속 1위를 기록했습니다. 이후 아반떼에 자리를 양보했지만, YF 쏘나타가 나온 2010년과 LF 쏘나타가 나온 2015년에는 다시 1위에 오르는 저력을 보여줬습니다. 

그런데 8세대 DN8이 나오면서 상황은 바뀌었습니다. 출시 첫해인 2019년에는 그랜저(10만3349대)에 밀려 2위에 머문 데다가, 작년에는 K5에도 밀린 것이죠. 베스트셀링카 순위도 2위에서 6위로 떨어졌습니다. 

전체 판매량이 줄어든 것은 핑계이라도 있습니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국민차의 자리가 그랜저로 올라간 것, 아웃도어 활동의 증가로 중형 세단 소비층이 SUV로 분산된 것, 말리부와 SM6 등 새로운 경쟁 모델이 등장한 것, DN8 쏘나타는 택시를 내놓지 않을 것 등이 그 이유가 되겠죠. 하지만, K5에 밀린 것은 명백한 전략의 실패로 보입니다. 쏘나타와 K5는 같은 조건이거든요.

더 큰 문제는 택시 물량을 뺄 경우 쏘나타와 K5의 격차가 더욱 벌어진다는 겁니다. 현재 쏘나타와 K5는 모두 이전 세대(쏘나타는 LF, K5는 JF) 모델만 택시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작년 판매된 쏘나타 중 LF 택시는 1만9373대로 전체의 28.7%에 달합니다.

반면 K5 판매량 중 JF 택시는 5457대로 6.5%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K5는 쏘나타보다 택시 이미지가 적은 것이죠. 순전히 DN8 쏘나타(4만8067대)와 DL3 K5(7만9093대)만 따지면 3만1026대나 차이가 납니다. K5를 압도하던 쏘나타 판매량이 이제는 K5의 60%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물론, 이 숫자는 작년 한정이고, 앞으로 얼마든지 바뀔 수 있습니다. 그런데 쏘나타가 다시 예전처럼 K5를 압도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국민차(또는 패밀리 세단)의 자리는 준대형인 그랜저로 옮겨졌습니다. 그렇다는 것은 중형 세단의 소비층이 예전보다 젊어졌다는 것이죠. 그리고 쏘나타는 이 소비층을 공략하는데 쏘나타는 실패했습니다. K5는 성공했고요.

개인적으로 현재의 쏘나타는 ‘이미지는 올드하고 생김새는 특이하다’고 생각됩니다. 8세대까지 이어진 중형 세단의 긴 역사는 어쩔 수 없는 올드함을 만들었고, 이를 만회하기 위한 파격적인 디자인 변화는 이해하기 힘든 특이함을 만들었다고 판단됩니다.

이와 반대로 현재의 K5는 쏘나타에 비해 훨씬 더 신선하고 매력적입니다. 호평받던 1세대를 뛰어넘은 매력적인 디자인으로 젊은 소비자들을 열광시켰죠. '메기 vs 역대급 디자인'의 승자는 뻔합니다. 젊어진 중형 세단 소비자는 이제 망설임 없이 K5를 사게 됩니다. 

실제로 사전 계약 당시에도 K5 계약자 중 30%는 20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쏘나타(14%)보다 2배 이상 높은 숫자입니다. 20~30대 비중 역시 58%로 전 세대(31%)에 비해 27%나 늘었습니다. 

쏘나타의 올드함이 싫은 젊은 소비자들은 대안를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2016년에 말리부와 SM6가 그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존재감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작년 SM6는 8527대, 말리부는 6548대 파는데 그쳤습니다. 사실상 현재 중형 세단의 선택지는 쏘나타와 K5 둘뿐이고, K5는 쏘나타의 대안을 넘어서 '우선순위'가 된 것이죠.

자동차를 산 사람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 1위가 "이 차 왜 샀어? 차라리..." 랍니다. 그래서 물어보는 사람도 없고, 설명할 필요도 없는 차가 가장 좋은 차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당연히 많이 팔리기도 하고요. 지금 중형 세단 시장에서는 K5가 그런 차인듯합니다. 한 번 틀어진 방향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텐데요. 과연 쏘나타가 언제, 어떤 방법으로 다시 K5 위에 설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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