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국내 자동차 업계는 어느 때보다 어렵고 힘든 한 해를 보냈다. 무엇보다 코로나19가 산업계 전반을 뒤흔들었다. 시장 사이클이 돌아가지 않는 가운데 위기에 취약한 몇몇 업체들은 사업 철수 및 법정관리를 결정했다. 신차의 품질 문제를 비롯해 일부 경영진의 부적절한 처신에 대한 비판의 여론도 들끓었다. 2020년을 되돌아보며 국내 자동차 업계 10대 뉴스를 선정해봤다. 

# 코로나19 직격탄에 ‘휘청’

국내 자동차 업계는 연초부터 코로나19 여파로 공장 가동에 어려움을 겪었다.

와이어링 하네스 등 중국산 부품 수급 문제로 1분기 상당수 공장이 멈춰섰다. 이어 미국과 유럽, 인도 등 해외 각지의 현지 사업장도 타격을 입었다. 여기저기서 발생하는 코로나19 확진자로 인해 생산 시설부터 판매, 서비스, 연구개발 시설까지 수시로 문을 닫았다.

2020년 예정됐던 대형 전시 및 모터스포츠 이벤트도 줄줄이 취소됐다. 당초 정상 개최 의지를 피력했던 부산모터쇼가 연기를 거듭한 끝에 행사를 취소했고, 국내 첫 개최를 앞둔 포뮬러E도 내년으로 미뤄졌다.

# 논란 속 시작된 ‘민식이법’

일명 ‘민식이법’은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특가법)을 통칭하는 패키지 법안으로, 스쿨존 안전 시설 확충과 어린이 교통사고 처벌 수위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식이법은 교통 약자인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됐다. 실제로 서울시에서는 법 시행 이후 스쿨존 내 차량 이동 속도가 눈에 띄게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입법 취지와는 별개로 일부 조항에서 논란을 빚었다. 개정안에 명시된 ‘안전에 유의하며 운전해야 할 의무’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대표적인 예다. 고의성 없는 교통사고의 처벌 수위가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의견과 인명사고가 발생할 경우 운전자 무과실이 거의 없다는 현실도 논란을 더했다.

# 쏘렌토 하이브리드, 하루 만에 계약 중단

기아차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사전계약 개시 하루 만에 접수를 중단하는 굴욕을 맛봤다. 친환경차로 인정받기 위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고, 이에 따라 세제 혜택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배기량 1000~1600cc 미만 차량은 복합 연비 15.8km/l 이상을 달성해야만 친환경차로 인정받았다.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15.3km/l를 기록하는 데 그쳤고, 취·등록세 면제 혜택을 받지 못했다. 결국 기아차는 300억원 규모의 자체 보상안을 마련하고, 쏘렌토 하이브리드 계약 고객 1만4500여명의 세제혜택을 보장했다.

이와 별개로 하이브리드 모델의 인기는 뜨거웠다. 출시 이후 11월까지 월 평균 3000~4000대의 판매 기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1월까지 집계된 누계 실적은 총 2만1246대로, 쏘렌토 전체 판매량(7만1500대)의 30%에 달한다.

한편, 최근 정부가 친환경차 기준을 변경함에 따라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 수입차 ‘언택트’에 집중하다

코로나19 팬데믹에 직면한 수입차 업계는 마케팅 전략을 확 바꿨다. 신차 출시회와 기자간담회 등 대부분의 행사를 비대면 온라인 방식으로 전환했다. 

BMW는 인천 영종도 드라이빙센터에서 신형 5시리즈와 6시리즈 월드프리미어 행사를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신차를 관람했고, 이는 온라인을 통해 전 세계 공개됐다.

이외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폭스바겐, 푸조 시트로엥 등도 온라인으로 신차 출시회 및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채팅 및 화상 회의 플랫폼을 활용한 다양한 이색 마케팅 활동도 병행했다.

# 닛산·인피니티, 전격 철수 

지난해 일본차 불매운동에 이어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사업 운영에 어려움을 겪던 한국닛산이 결국 철수했다.

닛산·인피니티는 높은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수입차 대중화를 이끌어왔다. 인피니티는 한때 수입차 점유율 1위를 기록했었고, 미국에 이어 글로벌 2위 시장이란 지위까지 안은 바 있다. 현대기아차의 안방을 위협한 좋은 자극제 역할도 맡았다.

하지만 한국닛산은 빛났던 과거를 뒤로하고, 미쓰비시·스바루에 이어 국내에서 철수한 세 번째 일본차 업체로 전락했다.

# 수입차 대표, 불명예의 연속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사장, 파블로 로쏘 FCA코리아 전 사장(왼쪽부터)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사장, 파블로 로쏘 FCA코리아 전 사장(왼쪽부터)

수입차 업계 몇몇 외국인 사장들이 그릇된 행실로 논란을 일으켰다.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사장은 임기 말 ‘도피성 출장’ 논란을 빚었다. 환경부가 메르세데스-벤츠의 배출가스 조작 혐의를 고발했지만, 정작 그는 이 문제를 회피했다. 검찰 수사 직전, 출장을 명목으로 한국을 떠났고 임기가 남아있는 상황에서도 귀국하지 않았다. 해외에서 임기를 마친 그는 메르세데스-벤츠 캐나다 사장직에 부임했고, 최근 북미 세일즈·마케팅 총괄 겸 메르세데스-벤츠 USA 사장에 내정됐다.

2013년부터 7년간 FCA코리아를 이끈 파블로 로쏘 전 사장은 직장 내 성추행 및 가혹행위 의혹이 제기되며 불명예 퇴진했다. 직원들에게 성적인 질문과 폭언을 일삼았다는 주장이 청와대 국민청원과 전 임직원들을 통해 폭로됐고, 의혹 제기 직후 사장직에서 물러났다. 지프 브랜드를 다시 일으키고 외국인 최초로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회장에 선임됐지만, 좋은 열매를 거두지는 못했다.

# 잇따른 전기차 화재

지난해 BMW 연쇄 화재 사태에 이어 올해 전기차에서도 화재가 잇따라 발생하며 안전성 문제가 대두됐다.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과 쉐보레 볼트 EV는 대규모 리콜을 진행했고, 테슬라는 긴급 상황 시 탈출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제기됐다.

코나는 리콜 직전까지 12건의 화재 사고가 보고됐다. 고전압 배터리 셀 제조 불량 및 내부 합선으로 인한 화재 가능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만 2만5564대가 리콜 조치됐고, 해외 시장에서도 7만대 가량이 리콜됐다. 볼트 EV도 완전 충전 혹은 완전 충전에 근접할 경우 화재 발생 가능성이 확인돼 충전 용량을 90%로 제한하는 리콜이 실시됐다.

이어 테슬라 모델X의 화재사고는 또 다른 논란을 야기했다. 전원이 상실된 상태에서는 외부에서 문을 열 수 없는 구조 탓이다. 차량 내에서 비상시 문을 여는 절차가 다소 복잡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 현대차그룹 정의선 시대 개막

현대차그룹은 10월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회장직에 올랐다고 밝힌다. 그의 부친인 정몽구 회장이 회사를 이끌어온지 20년 만이다.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그룹의 미래 사업 모색에 집중하고 있다. 기존 전동화 사업과는 별개로,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및 로봇 사업 진출을 추진하는 등 자동차 업체가 아닌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업체’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있다. 당장 세타2 엔진 결함을 비롯해 제네시스 브랜드 등 신차 초기 품질 문제부터 풀어야한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유럽 론칭 및 중국 실적 회복, 순환출자 해소를 통한 그룹 지배구조 개편 등도 숙제다. 

# 전동 킥보드 규제 ‘혼란의 연속’

오락가락한 전동킥보드 규제를 두고 비판의 여론이 일고 있다.

상반기 국회에서는 전동킥보드를 포함한 개인형 이동장치(PM)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자전거 도로 이용을 허용함과 동시에 만 13세 이상 누구나 무면허로 PM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개정안이 통과되자 국회에 날선 비판이 쏟아졌고, 불과 7개월 만에 다시 법 개정이 이뤄졌다.

이에 따라 내년 4월부터 전동킥보드 등 PM 사용자는 원동기 혹은 운전면허가 있어야하며, 승차 정원 초과, 보호 장구 미착용, 음주운전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 또 다시 위기가 찾아온 쌍용차

쌍용차는 누적된 적자와 대주주의 투자 철회로 극심한 유동성 위기에 시달렸다. 결국 2008년 이후 두번째 법정관리를 이달 신청한다.

쌍용차의 위기는 신규 투자 부재가 컸다. 당초 마힌드라가 산업은행에 제안한 5000억원대 신규투자가 좌절됐고, 2300억원 규모의 마힌드라 자체 투자 계획도 백지화됐다. 결국 400억원대 일회성 특별 자금만이 투입된 쌍용차는 주요 자산을 매각하고, 임직원 급여를 축소하는 등 자구책을 썼지만 역부적이었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국내외 은행에 대출금 3100억원 가량이 연체됐고, 만기 연장에 실패했다. 쌍용차는 회생절차 신청과 함께 ARS 프로그램을 통해 유동성 문제 해결에 나섰다.

마힌드라는 대주주 지위를 포기하고 쌍용차 매각 가능성도 시사한 상태다. 미국의 HAAH오토모티브홀딩스가 신규 투자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매각이 불발될 경우 법정관리 아래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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