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병이 퍼져나간다. 누구도 안전할 수는 없다’ - 킹덤 시즌2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을 보지 않아도 모두 공감할 말이다. 좀비만 등장하지 않을 뿐, 전염병으로 인한 시국과 드라마 속 상황은 똑같다. 

자동차 업체들도 두렵긴 마찬가지다. 홍보·마케팅 관계자들이 머리를 싸매고 있다. 신차 발표회를 열고 고객 행사를 진행하자니 참석자 안전이 걱정된다. 자칫 행사장이 집단 감염 장소로 지목된다면 브랜드 이미지에 엄청난 타격이다. 바야흐로 자동차 홍보·마케팅에 ‘뉴 노멀’이 도래했다.

# 현대차그룹 상반기 전략 ‘언택트’

현대차그룹은 올 상반기 4종의 풀 체인지 모델과 2종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내놓았다. 제네시스 GV80은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되기 전이었던 1월에 발표회를 진행했지만, 아반떼·쏘렌토·G80 등은 모두 온라인 생중계로 공개됐다. 

신차 발표회는 고위 임원 참석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새로운 형태의 행사였던 만큼, 통상적인 과거와 사뭇 차이를 보였다. 차량 연구개발에 가장 밀접하게 관여한 연구원이 제품을 설명했고, 연예인·카레이서 등이 패널로 출연해 토크쇼 형태를 취했다. 

시승 행사도 철저한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했다. 통상 2~3명이 동승해왔던 것과 달리 1인당 1대 차량에 탑승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주기적인 차내 소독 작업을 거치고, 손소독제와 마스크 까지 비치했다. 

고객 초청 행사도 실험적으로 나섰다. 자동차 극장 형태의 드라이브 인 콘서트를 열고, 방문 고객들에게 제공된 간식도 불황을 맞은 재래시장에서 구매하는 등 새롭게 시도했다.  

# BMW, 세계로 뻗어나간 ‘드라이브 스루’

BMW코리아는 인천 영종도 드라이빙센터에서 진행한 5시리즈 월드프리미어 행사를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치렀다. 수입차 브랜드가 국내에서 월드프리미어를 가진것도 처음인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BMW그룹 첫 공식행사라는 점도 의미를 더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모든 행사를 ‘차 안’에서 경험했다. 제품 설명은 자동차 극장 형태로 꾸려졌고, 참가 등록과 식사, 차량 관람 등도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같은 행사를 치를 수 있던 건 아시아 유일의 드라이빙 센터도 한 몫을 했다. 축구장 33개 규모에 달하는 부지에 자리잡은 만큼, 많은 인원이 참석한 가운데에서도 ‘언택트’ 마케팅을 위한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 시트로엥 경영진, 스트리머로 나선 사연

시트로엥은 최근 C4 월드프리미어를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했다. 다만, 유튜브를 통해 누구나 볼 수 있었던 타 브랜드 행사와 달리 전 세계 2500여개 매체를 초청해 개별 접속 링크를 부여했다. 

시트로엥 임원들은 이날 두 세션에 걸쳐 실시간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첫 세션에서 차량 전반에 대한 질문을 받고, 두 번째 세션에서는 경영진이 개별적인 스트리밍 채널을 열어 추가적인 소통을 이어갔다. 모든 질문은 채팅을 통해 접수됐다. 

시스템 내 별도 페이지를 열고, 차량 실내외를 3D로 구현해 자세히 볼 수 있도록 했다. 차량에 대한 상세 자료와 관련 영상도 별도로 첨부해 취재 편의를 제공했다. 

# 페라리, F1 취소된 모나코에서 희망을 촬영하다

페라리는 지난 5월 프랑스 유명 감독 끌로드 를르슈와 함께 단편 영화 ‘위대한 만남’을 촬영했다. 장소는 모나코. 당초 2020 포뮬러 원(F1) 그랑프리 개최를 앞뒀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취소된 곳이다.

영화 촬영 작업은 많은 의미를 전달했다. 모나코를 포함한 유럽 대부분이 봉쇄된 이후, 일상으로의 복귀를 알리는 첫 공개 활동이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모나코 국왕과 왕자를 비롯해 페라리 회장 존 엘칸이 방문해 스태프와 주민들에게 위로를 건넸다.

이날 촬영에 동원된 페라리 SF90 스트라달레는 폐쇄된 모나코 일대를 시속 240km/h로 질주하며 F1 머신의 부재를 달랬다. 외신들은 페라리의 모나코 질주가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일상 생활의 정상화를 시작하는 첫 신호로서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평가했다. 

# 안방으로 들어온 포르쉐 박물관

포르쉐도 지난 5월 제 43회 국제 박물관의 날을 맞아 포르쉐 뮤지엄 디지털 라이브 투어를 진행했다. 이날 투어는 ‘모두를 위한 박물관’이라는 모토 아래, 공식 인스타그램과 포르쉐 뉴스 TV에서 진행됐다.

이날 디지털 라이브 투어에서는 2명의 가이드가 5600㎡에 마련된 80대 이상의 포르쉐를 2시간에 걸쳐 소개했다. 주요 전시품에는 역대 생산 차종과 레이스카, 프로토타입 등 진귀한 차량들이 포함됐다.

생중계는 영어와 독일어로 진행됐지만, 녹화 방송은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중국, 일본어 등 세계 각국의 언어로 통역됐다. 포르쉐의 전시 모토대로 ‘모두’를 위한 투어를 마련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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