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의 MG] 자동차도 개명합니다…“이름 바꾸길 잘했다”
  •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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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5.22 17:30
[주말의 MG] 자동차도 개명합니다…“이름 바꾸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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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김춘수 - 꽃)’

이름이 가지는 힘은 때로는 사람 혹은 제품의 운명을 바꿀 정도로 강력하다. 자동차 역시 브랜드 정체성을 투영시키거나 제품 라인업의 통일성을 강화하기 위해 이름을 바꾸곤 한다.

# 한때 ‘회장님차’로 불린 에쿠스

플래그십 세단은 쉽게 이름을 바꾸지 않는다. 판매량이 중요한 볼륨 모델과 달리 브랜드 정체성을 대표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짧은 기간 3차례 이름을 바꾼 제네시스 G90의 변화는 이례적이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시작은 현대차에서 출시한 동명 고급 세단 BH부터다. 당시 BH는 독자 개발한 V8 엔진과 후륜구동계를 앞세웠다. 2013년 풀 체인지를 거친 제네시스 DH는 독자 브랜드 출범 이후 G80으로 이름을 바꿨고, 플래그십 세단이던 에쿠스도 EQ900으로 재탄생했다.

사실 해외에서는 G90이란 이름을 썼지만, 국내에서는 EQ900을 사용했다. 20여년 간 현대차 최고급 세단으로써의 헤리티지를 존중하고자 ‘EQUUS’에서 이름을 딴 EQ900으로 불렀다.

제네시스는 2018년 EQ900 차명을 G90으로 바꾸고, 이후 G70을 출시하며 세단 라인업을 완성했다. 제네시스는 브랜드 첫 SUV GV80에 이어 올 연말 GV70을 투입해 SUV 라인업 확대도 준비하고 있다.

# K5의 K는 ‘Korea?’

기아차는 크레도스, 옵티마, 로체 등 풀 체인지를 거칠 때 마다 주력 차명을 변경했다. 이는 브랜드 지속성을 떨어트리고, 소비자 혼란을 야기시켰다. 이런 고민에서 등장한 이름이 K시리즈다. 알파벳과 숫자를 조합하는 차명 체계는 유럽 브랜드와 유사하다.

최초의 K시리즈는 2009년 출시된 K7이다. 이후 K5, K9, K3 등 뒤이어 출시된 신차에도 K가 붙었다. 중국 시장에서도 승용 모델을 K, SUV 라인업을 KX로 명명하는 등 라인업 전반을 재정비 했다. 미국 등 일부 시장에서는 기존 명칭을 그대로 쓰고 있지만, 최근 북미형 옵티마(K5)의 차명을 국내명과 통일하기로 결정하며 K시리즈가 확대될 여지가 보인다. 

여담이지만 K시리즈의 K는 ‘기아차(KIA)’와 ‘대한민국(Korea)’를 상징함과 동시에 ‘강함·지배·통치’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Kratos’를 뜻한다. 특히 최근 K-팝에 이어 K-방역, K-펭귄 등 우리 만의 히트 상품을 표현할 때 'K(Korea)'를 붙이는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K는 성공을 뜻하는 알파벳일지도 모른다.

# 벤츠, SUV는 GL, 스포츠카는 CL로 헤쳐모여 !

메르세데스-벤츠는 과거 세단 중심의 제품 라인업을 주력으로 삼아왔다. 이 탓에 A부터 S클래스까지 체계적인 라인업과 확실한 차명 체계를 지니고 있다. 이에 반해 SUV 라인업은 급하게 구축된 티가 역력했다. GLK는 SLK나 CLK같은 스포츠카를 연상시켰고, G클래스와 GL의 관계는 설명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바야흐로 SUV가 대세인 시대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14년부터 SUV 라인업을 GL로 통일하고, 제품 라인업을 빠르게 정리하고 나섰다. 고유의 클래스명을 조합해 GLK는 GLC로, ML은 GLE로 이름을 바꿨다. 엔트리 모델은 GLA로, 풀사이즈 SUV인 GL은 체급에 맞게 GLS로 다시 태어났다.

회사는 같은 의미로 하드톱 로드스터에는 SL, 쿠페형 세단은 CL이라는 체계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SLK는 SLC로 이름을 바꿨고, 쿠페형 세단 라인업은 CLA와 CLS 등 두 종류로 나뉘었다. 기존의 CL, CLK 등 세단 기반 쿠페는 S클래스와 E클래스 쿠페로 재탄생했다. 

다만 모든 제품군이 통합된 것은 아니다. 모든 SUV가 GL이라는 이름을 단 것과 달리, G클래스는 여전히 독보적인 클래스로 남아있다. 

# SUV는 에어크로스, MPV는 스페이스투어러

시트로엥도 최근 SUV와 MPV 라인업에 대한 네이밍 체계를 통일했다. 이 정책에 따라 향후 출시될 모든 SUV는 에어크로스 라는 차명을 쓰게 됐고, MPV 및 미니밴은 스페이스투어러로 불리게 된다.

당장 ‘그랜드 C4 피카소’는 ‘그랜드 C4 스페이스투어러’로 차명이 바뀌었고, 최근 출시된 SUV들도 C3 에어크로스, C5 에어크로스 등의 차명을 쓰고 있다. 시트로엥은 각각 2개씩의 SUV와 MPV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 뉴욕물 먹은 캐딜락, 세단은 CT·SUV는 XT로 재정비

캐딜락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본사를 뉴욕에 위치시켰다. 캐딜락은 해당 기간 동안 새로운 브랜드 정체성 확립을 시도했다.

가장 대표적인 활동으로는 라인업 개편을 꼽을 수 있다. 당시 캐딜락은 CTS, DTS, BLS, STS, XTS 등 단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이름을 사용했다. 이를 과감히 버리고 세단을 CT, SUV를 XT로 각각 통합했고, 후속 출시 차명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STS의 후속 차종으로 CT6가 첫 선을 보였으며, 최근 ATS 후속 CT4, CTS 후속 CT5가 선보여졌다. SUV 라인업에서도 XT5 출시에 이어 XT4, XT6 등의 새로운 라인업이 출시됐다. 다만, 메르세데스-벤츠와 마찬가지로 에스컬레이드는 그 차명을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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