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차, 다른 이름…나라마다 바뀌는 자동차 네이밍
  • 권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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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0.18 11:29
같은 차, 다른 이름…나라마다 바뀌는 자동차 네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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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같다고 다 같은 차가 아니다. 국가별 규정이나 현지 소비자 니즈에 맞춰 제원, 옵션, 디자인 등이 다를 수 있다. 반대로 같은 차라고 해서 모두 동일한 이름을 쓰는 것도 아니다. 특히 차명은 각 지역에 맞춰 다른 이름을 쓰는 경우가 흔하다. 소비자가 발음하기 쉽고 친근감을 느끼는 단어를 선호하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기존에 쌓아둔 이미지를 계승하는 경우도 있다.

#어디서 많이 본 이름인데?

국내에서는 현대차 아반떼가 출시되며 엘란트라가 사라졌지만, 북미를 포함한 일부 시장에서는 여전히 그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엘란트라는 격정을 뜻하는 프랑스어 ‘엘란(Elan)’과 이동 및 운송을 의미하는 영어 ‘트랜스포트(Transport)’의 합성어다. 미국 시장에서 인지도가 다소 낮은 i30는 엘란트라 GT로 판매되고 있다.

엘란트라 외에도 기아차 K3와 K5는 각각 포르테, 옵티마 등 국내에서 자취를 감춘 이름을 여전히 달고 있다.

토요타 아쿠아는 일본을 제외한 해외 시장에서 프리우스C로 판매된다. 토요타 관계자는 “아쿠아란 생소한 이름 대신 프리우스 라인업으로 판매하는 것이 브랜드 전략에서 더 유리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쌍용차 티볼리는 중국 시장에서 티볼란으로 차명이 바뀌었는데, 이는 중국에서 GM이 티볼리 상표권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다 쉽고 친근한 단어 차용

현대차 그랜저는 2017년까지 북미 시장 등에서 아제라로 판매됐다. 푸른 색을 뜻하는 ‘애저(Azure)’와 ‘시대(Era)’의 합성어로, 푸른 시대를 뜻한다. 그랜저는 장엄하다는 뜻으로, 미국 실생활에서는 사실 잘 쓰이지 않는 고풍스런 표현이다.

기아차 모닝은 유럽에서 피칸토로 개명됐다. ‘즐겁다(pican)’와 ‘노래(canto)’를 합친 단어다. K7은 카덴자가 됐는데, 쏘나타와 포르테에 맞춰 음악 용어를 채택했다. 협주곡에서 화려한 독주를 나타낸다.

르노삼성의 차명 족보는 복잡하다. 르노삼성 2세대 SM7는 르노의  1세대 탈리스만과 같은 차량이다. 이후 2세대 탈리스만은 르노삼성 SM6가 됐다. 이와 비슷하게 르노 1세대 콜레오스는 국내에서 QM5로 판매됐지만, 2세대 콜레오스는 QM6로 진화했다.

#발음과 뜻 때문에...

1955년 국내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자동차의 이름은 ‘시발(始發)’이다. ‘첫 출발’이라는 뜻 깊은 의미를 담았지만, 다소 난감한 발음이 아닐 수 없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다른 문화권에도 종종 있다.

기아차 카니발은 북미 시장에서 미국 애리조나주 휴양지의 이름을 딴 ‘세도나’란 이름을 달았다. 식인 풍습을 뜻하는 ‘Cannibal’을 연상한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플래그십 세단 K9의 수출명은 K900인데, 이는 K9이 개를 뜻하는 형용사 ‘Canine’과 발음이 같아서다.

기아차 현지전략모델 K4는 중국에서 2017년 부분변경을 거치면서 중국명 카이션이 추가됐다. K4 발음이 ‘죽을 수도 있다(可以死)’와 발음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현대차 코나는 커피와 서핑보드로 유명한 하와이의 지명을 땄지만, 이는 포르투갈어로 여성의 성기를 뜻하는 속어와 발음이 같다. 이 때문에 포르투갈에서는 하와이의 이웃섬 카우아이로 개명됐다.

쌍용차 무쏘도 비슷한 사례를 겪었다. 무쏘는 코뿔소를 뜻하는 무소를 경음화한 한국식 이름이지만, 스페인에서는 이 발음이 여성의 음부를 의미해 코란도 패밀리로 변경된 바 있다. 현재 무쏘는 영국 등에서 렉스턴 스포츠의 수출명으로 사용되고 있다.

#중국인은 ‘큰 것’과 ‘8’을 좋아해

글로벌 럭셔리 자동차 판매 1위인 중국 시장을 위해 많은 업체들이 공을 들이고 있다. BMW나 메르세데스-벤츠는 다른 국가에서 보기 힘든 롱휠베이스 모델(LWB)을 판매하고 있다. 특히, 벤츠는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650을 중국에 출시할 때 숫자 ‘8’을 좋아하는 중국인들의 취향에 맞춰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680으로 이름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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