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미국 노조 파업…한국GM에 튈 ‘불똥’은?
  • 신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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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9.24 14:42
GM 미국 노조 파업…한국GM에 튈 ‘불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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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UAW 개리 존스 위원장, GM 매리 배라 회장 (사진=GM)
(왼쪽 맨 앞부터) UAW 게리 존스 위원장, GM 메리 배라 회장 (사진=GM)

미국 제너럴 모터스(GM)의 노사 갈등이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미자동차노조(UAW) 소속 GM 조합원 4만9000여명은 구조조정 중단, 임금 인상, 의료 혜택 확보, 고용 안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을 요구하며, 이달 15일 전면 파업에 나섰다. 노조는 최근 수년간 GM이 흑자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오하이오주와 미시간주 공장 폐쇄를 결정한 것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GM 노조는 지난 2007년 9월에도 8만여명이 전면 파업에 돌입한 바 있다. 당시 GM은 글로벌 경제 위기로 인해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었다. UAW는 퇴직자의 복지 기금 신설을 비롯해 미국 내 공장 증설과 투자 확대 등을 요구했다. 노사 양측이 건강보험신탁기금을 마련하는 데 합의하며 이틀 만에 파업은 끝났지만, 약 2만5000여대의 생산 차질과 하루 평균 약 3억 달러(한화 약 3580억원)의 손해 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파업 여파는 북미 지역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 캐나다 오샤와 공장은 생산 라인의 절반 가량이 멈춰섰고, 직원 1200명을 레이오프(Layoff, 향후 재고용을 조건으로 일시적 해고)했다. 또한, 파워트레인을 공급하는 캐나다 글로벌 프로펄션 공장도 소속 근로자 700여명을 레이오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현지 파업이 길어지며 한국GM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국GM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기본급 5.65% 인상을 비롯해 통상임금 250% 및 사기진작 격려금 650만원 지급, 고정주간조 생산장려수당 2만원 적용, 부평2공장 발전 전망계획 확약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사측은 최근 5년간 누적 적자가 4조원에 달하는 등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어 임금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GM 본사에서도 중재에 나섰다. 지난달 22일 GM 해외사업부문 줄리안 블리셋 사장이 방한해 “모든 임직원이 회사의 현재 경영 여건을 인지하고, 도전과제를 극복하기 위해 한 팀으로 일해야 할 때”라며 노조를 설득했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었다. GM 본사는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한국의 노사 분규는 관심 밖으로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미국 노조의 파업은 하루에 수억 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사측이 극적 타결을 위해 노력할 가능성이 있지만, 한국GM의 파업은 본사 입장에서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GM 본사가 미국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여 오하이오주와 미시간주 공장 폐쇄를 철회할 경우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공장들의 물량을 이전할 가능성이 크다. 물량 재배치가 현실이 된다면 노사 분규가 길어져 생산 차질을 겪고 있는 한국GM이 될 확률이 현실적으로 높다.

실제로 줄리안 블리셋 사장은 방한 당시 한국GM 임원들에게 “한국에서 생산하지 못하는 물량을 다른 공장으로 옮길 수도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 카허 카젬 사장, 쉐보레 트래버스
한국GM 카허 카젬 사장, 쉐보레 트래버스

이와 별개로 최근 출시한 콜로라도와 트래버스의 수입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한국GM은 아직까지 공급에 차질이 없어 다음 달 정상적으로 차량을 인도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미국 내 파업으로 인한 생산 중단이 길어질 경우 물량 확보를 장담할 수 없다. 신차는 출시와 동시에 ‘신차 효과’를 받아 판매량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한데, 출고가 지연된다면 초기 계약자들이 이탈하고 시장 주목도가 떨어져 판매량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더불어 한국GM 노조가 자사 수입차에 대한 불매운동을 전개하겠다고 예고한 만큼, 이미지 타격까지 더해져 판매에 난항이 예상된다.

한국GM 노조는 파업에 더해 카허 카젬 사장 퇴진 시위까지 나선다.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돈을 더 달라고 우리 차 불매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절규하는 것”이라며 “그만큼 절실하게 단 몇 년 후도 기약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해 말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트래버스와 콜로라도 등 자사 수입차 불매운동까지 진행할 것이라는 예고에 대해 노조는 “여러 대응 방안 중 하나로 논의중일 뿐”이라며 “국민과 조합원들의 공감이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당장 진행 할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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