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in 칼럼] D세그먼트 학살자, 볼보 신형 S60
  • 김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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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9.14 09:55
[Erin 칼럼] D세그먼트 학살자, 볼보 신형 S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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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자동차 시승은 지금 이 차를 살 수 있다는 전제 하에 구매하는 마음으로 임합니다. 일종의 셀프 최면이죠.

시승 후 사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다면 어떤 이유 때문에 마음이 더 부풀어졌는지, 구매하고 싶은 입장에서도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생각해 봅니다.

반대로 시승 후 사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면, 그 또한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요.

10여 년 동안 자동차를 시승하고 시승기를 쓸 때마다 늘 한결같이 느껴왔던 볼보의 특징이 있습니다. 처음 키를 받았을 때부터, 운전을 마치고 주차한 후 차에서 내릴 때까지의 모든 과정이 물 흐르듯 매끄럽다는 점입니다. 몸에 딱 맞는 옷, 손에 익은 핸드폰처럼, 자동차와 대하는 모든 과정이 자연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하루에 몇 차종씩 번갈아 타는 와중에도 그 사이에 볼보가 섞여 있다면 볼보의 운전석에서만큼은 이질감도 없고 적응의 시간도 필요 없습니다. 단순히 시트가 좋고 운전자세가 편해서뿐만이 아닙니다. 운전자가 차에서 하는 모든 행위에 대한 자동차의 피드백이 매우 예측 가능한 정교한 영역 한가운데 맞춰져 있습니다. 상당한 인체공학적 설계 위에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특유의 섬세한 배려심이 더해진 결과입니다.

여기까지는 볼보가 지녀왔고, 지켜온 기본 전제입니다. 이러한 특징을 당연하다는 듯 바탕 삼은 상태에서 볼보의 신형 S60이 출시됐습니다.

구형보다 신형, 다른 차보다 신모델이 더 나은 건 제조업에서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지 않다면 굳이 신모델을 개발할 필요가 없겠죠.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신형 S60의 완성도는 동급 D세그먼트 가운데 압도적입니다. 자동차 개발에는 수 많은 부서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관여하기 때문에 그 차가 지향하고자 하는 목표점을 끝까지 또렷하게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S60은 D세그먼트를 학살하겠다는 볼보의 강한 의지가 느껴집니다.

먼저 디자인부터.

처음 오피셜포토가 공개됐을 때부터 신형 S60에 대해 전세계적인 디자인찬사가 쏟아졌습니다. 제일 큰 이유는 완벽에 가까운 프로포션 때문입니다. 그동안 D세그먼트에서 가장 이상적인 사이드뷰 대명사는 언제나 BMW 3시리즈가 차지해 왔습니다. FR(앞 엔진, 뒷바퀴굴림) 특유의 긴 노즈, 짧은 프론트오버행, 넉넉한 휠 베이스가 마치 활시위를 당기는 듯한 역동적인 측면 비례를 만들어냈기 때문입니다. 이런 비례감은 FR에서만 가능한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FR도 아닌 FF(앞 엔진, 앞바퀴굴림) 플랫폼의 S60 사이드뷰 비례감이 난공불락이었던 BMW 3시리즈의 그것보다 더 뛰어나 보입니다.

프론트 오버행은 FF차로서 이례적일 정도로 짧게 설계됐고, 앞 좌우의 모서리를 뒤쪽으로 깎아내어 실제 길이보다 더 짧아 보이도록 디자인했습니다. 그만큼 앞바퀴가 앞쪽으로 이동한 것이기에, 앞바퀴와 앞문 사이의 거리가 멀어졌고, 보닛이 길쭉해 보입니다. 전형적인 FR플랫폼의 디자인을 FF플랫폼으로 구현한 것입니다. 상대적으로 실내공간은 뒤쪽으로 밀려나 보이고 이로 인해 시각적인 무게중심이 약간 뒤쪽으로 치우쳐 있습니다. 앞쪽 엔진룸은 길어 보이지만 시각적 무게중심은 뒤쪽에 있기에, 비로소 활시위를 당기는 듯 역동적인 사이드 디자인이 완성된 것이죠. 이런 디자인을 뽑아내기 위해 엔지니어와 얼마나 많은 갈등과 협업이 필요했을지 두말하면 잔소리입니다.

인테리어 완성도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러나 대시보드의 디자인 자체는 그리 참신하지 않습니다. 다소 고리타분해 보일 만큼 클래식한 느낌마저 납니다. 크기를 줄이는 요즘 추세와 정반대로 커다랗게 뚫어놓은 송풍구도 어딘가 모르게 어색합니다. 그 밖에 디자인도 자동차 실내에서 익숙하게 볼 수 있는 평균적인 모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S60 인테리어에서 놀라운 점은 소재와 마감품질에 있습니다. 폐차할 때까지 볼 일도 만져볼 일도 없을 허벅지 근처와 대시보드 아래의 표면까지 푹신한 우레탄으로 마감해 놓았습니다. 이 가격대 차에 달려있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B&W스피커 커버는 리얼 알루미늄을 깎아내 만들었고, 곳곳의 나무트림은 나무무늬가 아닌 진짜 원목입니다. 원목을 얇게 켜서 만들었기 때문에 손으로 만져보아도 나무의 오목볼록한 표면느낌이 살아있습니다.

기어노브 아래쪽 센터터널 표면도 같은 리얼 우드로 덮어 놓았습니다. 그런데 그 커버가 두루마리처럼 말리며 열릴 때, 한 덩어리인 줄 알았던 리얼우드 표면에 경계선이 생기며 여러 조각으로 나뉘면서 접혀 들어가는 모습이 점입가경입니다. 어떻게 경계선이 전혀 보이지 않을 만큼 원목조각들을 정교하게 배치했는지 놀라울 따름입니다.

헤드레스트 받침대 부분까지 가죽으로 감싸 놓은 모습

이 가격대 차에서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인테리어의 소재와 마감품질이 경쟁모델과 다른 차원의 수준입니다. 분명히, 이 정도의 인테리어는 같은 가격대 경쟁모델에 없습니다. 차급에 비해 인테리어 소재가 워낙 고급스럽다 보니, 넉넉한 뒷자리 공간과 B필러의 에어벤트, 뒷자리에도 터치패널로 넣어놓은 공조기 컨트롤러 등의 장점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습니다.

마지막은 주행소감 입니다.

이번에 들어온 신형 S60에는 2.0리터 터보 엔진에 8단 자동변속기가 물려 있습니다. 254마력, 35.7kg-m인 최고출력 최대토크는 모자라지도 넉넉하지도 않습니다. 딱 예상했던 만큼의 힘으로 차를 이끌어 줍니다. 실제 연비도 공인연비인 리터당 10.8km보다는 낮은 8km대를 찍었지만 시승을 위해 험하게 몰아붙였던 점을 감안하면 평균적인 수준입니다.

놀라운 점은 핸들링입니다. 노면을 끈적하게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네 바퀴의 접지력이 인상적인데, 그렇다고 스포츠카들처럼 운전대가 무겁지도 않습니다. 스티어링 휠 자체는 산뜻하게 돌아가는 가운데 바퀴는 지면을 붙잡으며 차의 방향을 묵직하게 바꿔주는 느낌. 앞쪽이 너무 무거웠던 과거 볼보의 단점은 줄었고 강인한 섀시와 정교한 스티어링이 만들어내는 끈적하면서도 느끼하지 않은 핸들링 감각은 더욱 살려냈습니다.

함께 시승했던 동승자와 제네시스 G70, BMW 3시리즈,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의 주행소감과 비교하며 대화했는데, 생각해 보니 S60만 FF입니다. FF세단을 타면서 저도 모르게 FR 스포츠세단들과 비교하게 된 것입니다. 그만큼 전후 무게배분이나 각 타이어로부터의 감각 모두 균형미가 훌륭하다는 뜻이겠지요. 앞머리가 돌아가지 않아 코스이탈하기 일쑤였던 과거의 FF차량은 잊어도 좋을 듯 합니다. 엔진 위치가 그릴 근처까지 앞당겨진 차에서 어떻게 이런 코너링을 뽑아낼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입니다.

그 밖에 제동성능이나 승차감 등에 대한 평가는 앞서 설명 드린 ‘볼보 특유의 매끄러움’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S60의 시승을 마치면서도 시승 전 자기최면을 걸었던 ‘구매하는 마음’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커졌지요. 솔직히, 자동차 자체만으로 보면 단점을 못 찾겠습니다. 그리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D세그먼트 모델 중 압도적인 완성도라는 것을요.

다만, 저는 세단형인 S60보다는 왜건 모델인 V60 혹은 V60을 오프로더처럼 꾸며놓은 V60 CC(크로스 컨트리)가 더 끌리더군요. S60의 모든 것을 똑같이 누리면서도 공간활용도가 더 좋고, 디자인 완성도가 더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때마침 시승행사장 한 켠에 V60 CC가 있어 비교해볼 수 있었는데요. 그렇지 않아도 D세그먼크 차량 중 디자인으로 가장 칭찬 받는 S60인데, V60은 이보다 더 완벽합니다. 역시 볼보는 세단보다 왜건을 더 잘 만드는것 같습니다. 

S60의 가격은 반자율주행과 B&W 스피커까지 모두 포함한 최상급 트림이 5360만 원. BMW 320D의 기본모델보다도 30만 원이 더 저렴합니다. 역시 볼보는 D세그먼트를 학살하려고 작정한 게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그 덕분에 지금 주문해도 내년 초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말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칭찬 일색이라 찜찜하면서도 다르게 표현할 방법이 없었던 S60 시승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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