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차는 현대와 토요타와 혼다가 새롭게 도전하는 친환경차 분야입니다. 과거에 없던 새로운 기술로 다른 차원의 친환경을 이끌어내겠다는 것이죠. 그래서 그런지 출시된 수소차들을 보면 그렇지 않은 일반적 자동차들보다 디자인이 특이한 편입니다. 평범하게 생긴 모델이 없습니다. 오염물질 배출이 없다고 디자인이 튀어야 할 필요는 없을 텐데, 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요상한 모습을 갖추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가 야심차게 만든 수소전기차, 넥쏘입니다. 멋있는지 멋없는지에 대한 판단은 각자의 자유이지만 평범하지 않은 것은 확실합니다. 펜더까지 뻗어나갈 기세로 이어지는 기괴한 모양의 그릴과, 여기저기 휘몰아치는 굴곡, 그 위에 곡선의 향연이 더해집니다. 올곧은 정리나 단정한 모양새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사실 커다란 그릴도 그렇게 보일 뿐, 실제로 뚫려 있는 면적은 일반적인 차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그야말로 보여주기 위한 모양인 것이죠.

이 차는 토요타 미라이 입니다. 넥쏘와 마찬가지 수소전기차죠. 그러나 넥쏘와 달리 앞 범퍼 양쪽에 엄청나게 커다란 에어인테이크가 뚫려있습니다. 현재 전세계에서 판매 중인 수소연료전기차는 넥쏘와 미라이, 그리고 혼다의 클라리티까지 3종인데 유독 미라이의 범퍼에만 디자인 밸런스를 심각하게 훼손할 정도의 거대한 구멍을 뚫어놨습니다. 그렇다면 꼭 수소차에 필수적인 구멍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 밖에, 정리정돈과는 거리가 먼 유기적인 실루엣은 넥쏘나 미라이나 비슷합니다.

다음은 혼다의 클라리티 FCEV입니다. 클라리티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수소연료전지 동력원을 모두 갖추고 있는 모델입니다. FCEV는 그 중 수소연료전지 모델이지요. 이 차 역시 평범한 생김새는 아닙니다. 뒷바퀴는 반쯤 가려놓았고, 펜더와 뒷문짝에도 구멍이 뚫려 있습니다. 보통 구멍은 열을 식히거나 공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함인데 클라리티 FCEV의 경우 구멍의 위치를 보면 후자인 것 같습니다. 공기저항계수를 내리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한 것 같지만 홈페이지나 카탈로그에 관련 내용의 언급은 없습니다. 추측컨대 실제 계수를 내리기 위함 보다는 ‘계수가 낮아 보이도록’ 디자인한 게 아닐까 싶네요. 친환경차니까요.

다시 한 번 정리하자면 수소연료전지차 라고도 불리는 수소전기차 중에 평범한 디자인의 모델이 없다는 겁니다. 조금 더 디자이너적인 관점에서 명확하게 이야기하면 디자인 완성도 높은 차가 없습니다. 뭔가 신선함을 내세우기 위해 새로운 라인과 모양을 그려 넣었지만 전체적인 형상의 완성도는 떨어집니다. 이는 수소전기차 뿐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친환경차 모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특징입니다. 초창기 하이브리드카도 그랬고, 전기차도 그랬습니다.

이 차는 1세대 프리우스입니다. 지금 보면 별로 눈에 띄지 않는 디자인이지만 무려 20년 이상 전이라는 시대를 감안하고 보면 다릅니다. 거의 없다시피 한 그릴과 삼각형 헤드램프, 톨보이 스타일의 세단형 차체는 당시로서 파격적인 디자인이었죠. 그러나 이 차 역시도 디자인적 완성도가 높지 않습니다. 황금비율 같은 고리타분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아도, 누가 보아도 아름답고 안정적인 조형미는 아니지요. 불안정하고 껑충합니다. 헤드램프나 테일램프 등의 요소들도 예쁘거나 감동적인 모양이라고 마음 놓고 이야기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대망의 하이브리드카 시대를 열었던 프리우스도 초창기에는 이랬던 것입니다. (현행 모델도 다른 의미로 마음에 안 들기는 마찬가지 입니다만…)

혼다 1세대 인사이트. 양산형입니다

새로운 친환경차 디자인이 공통적으로 이상한 현상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없던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제품의 출시, 이것은 회사로서 큰 모험입니다. 과거 없었던 제품이니 만큼 사람들에게 더 알려야 하고, 존재감을 내뿜어야 합니다. 기존에 없던 새로움이라는 것을 복잡한 설명 없이 한 눈에, 단 번에 알려야 합니다. 그러기 위한 방법으로 디자인만큼 좋은 수단이 없습니다.

그러나 큰 모험이니 만큼 재원을 무작정 쏟아 부을 수도 없습니다. 게다가 새로운 친환경차라는 것은 신기술이 잔뜩 들어간 제품입니다. 이미 그 기술개발 만으로도 많은 비용이 투입되었죠. 성공을 100% 확신할 수 없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느라 재원은 부족한데, 이를 잘 알리기 위해 신선한 디자인은 필요한 상황.

완성도를 뽑아내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기술이나 디자인이나 마찬가지로 시간과 경험과 비용입니다. 그러나 새로운 친환경차를 출시해야 하는 회사 입장에서 그것을 튀게 해주는 디자인은 필요할지 몰라도, 그 낯선 디자인을 맛있고 멋있게 숙성시킬 시간과 비용은 대줄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유독 새로운 기술로 출시된 과거에 없던 친환경차의 디자인은, 역설적이게도 그다지 친환경적으로 생기지 않은 것입니다. 기술적으로는 환경에 좀 더 다가가지만 디자인적으로는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 셈이죠.

물론 이런 차들도 시장에 자리잡고 모델체인지를 이어가다 보면 디자인도 정리되고 순화되곤 합니다. 그래서 아마도 넥쏘의 2세대 모델이 나온다면 그릴은 지금보다 분명 다듬어질 것이고, 미라이의 2세대 모델 앞범퍼 구멍은 현행보다 작아질 거라고 확신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이들 차가 시장에 자리잡아, 차기모델을 바라볼 수 있는 수준까지 가야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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