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자동차 번호판 예시, 사진=펜실베이니아주 교통국

나라마다 문화가 다르듯, 자동차 번호판 역시 국가마다 독특한 특징이 있다. 맞춤형 제작 번호판을 제공하기도 하고 희귀한 숫자가 주어진 번호판을 판매하는 곳도 있다.

미국은 차량 등록 시 30cmx15cm 규격의 기본 번호판을 발급받는다. 여기에 일정 비용을 지급하면 주인이 원하는 대로 번호판 디자인이 가능하다.

‘베니티 플레이트’라 불리는 장식 번호판에는 차량 번호와 해당 주 명칭 외에도 각 주의 지역 특색을 살린 배경을 넣을 수 있다. 주마다 다른 디자인을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 주의 이름과 슬로건이 공통으로 표기되며 닉네임, 이니셜, 좌우명 등 간단한 문장도 사용할 수 있다.

주마다 번호판 관련 법규도 다르다. 미시간 주를 포함한 19개 주에서는 차량 전면에 번호판을 달지 않아도 된다. 단, 경찰이 차량 뒤로 붙어서 단속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후면 번호판은 꼭 있어야 한다.

중국 전기차용 초록색 번호판, 이미지=중국교통운수부

중국 대도시에서는 번호판을 구매하여 사용한다.

상하이에서는 온라인 경매로 자동차 번호판을 판매한다. 평균 낙찰금액은 8만8176 위안(1480만원)으로, 소형차 한 대 값에 버금가는 금액이다. 상하이 당국은 2017년 기준 번호판 경매로 120억 위안(2조110억원)을 벌어들였다. 이는 전체 시 세수의 약 2% 수준이다.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숫자 8로 이뤄진 번호판은 더 높은 가격대를 형성한다. 8은 중국어로 재물이 생긴다는 뜻과 발음이 같아 중국인들이 좋아한다.

숫자 8이 가득한 ‘京A88888’ 번호판은 830만 위안(13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京’은 베이징을 뜻하는 글자이며, A는 알파벳 첫 번째 글자로 가장 우선한다는 의미다.

광저우에서는 부동산 재벌 왕지앤린 회장이 ‘B8888’ 번호판을 131만4000 위안(2억1980만원)에 사들여 화제가 된 바 있다.

숫자 6과 9 또한 인기인데, 6은 순조롭게 흐른다는 뜻, 9는 장수한다는 뜻과 발음이 비슷해 인기가 높다. 4는 죽음과 발음이 같다는 이유로 꺼리는 숫자다.

이외 지난 2008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경매에서 ‘1’ 번호판이 5220만 다르함, 당시 한화로 약 134억원으로 낙찰돼 가장 비싼 번호판으로 기네스북 오른 바 있다. 중동에서는 번호판이 그 사람의 지위와 부를 상징해 중국과 비슷하게 번호판에 대한 자부심이 높다.

사진=독일 교통부

유럽연합(EU)에 가입된 국가들은 통행 제한 철폐 내용을 담은 셍겐조약으로 인해 대부분 비슷한 디자인의 번호판을 적용하고 있다.

번호판 좌측에는 EU 로고가 새겨지며, 영문 이니셜로 어느 국가 소속의 차량인지 표기한다. 오스트리아 A, 체코 CZ, 독일 D, 프랑스 F, 핀란드 FIN, 이탈리아 I, 폴란드 PL 등이다.

오스트리아는 번호판 중간에 왕가 문장이 삽입되며, 영국은 L과 O와 혼동을 피하기 위해 I와 Q 문자는 쓰지 않는다. 이외 중립국인 스위스도 국기, 거주하는 지역, 주 문양 등을 삽입해 유럽식 번호판과 비슷한 디자인을 사용하고 있다.

독일 일부 차량에는 번호판 맨 끝에 H가 붙는다. 역사를 뜻하는 독일어 ‘Historisch’의 약자로, 30년 이상 된 차량에만 주어지는 특별 번호판이다.

H 번호판이 적용된 차량은 자동차세와 보험료가 크게 줄어든다. 또한, 친환경 지대를 지날 때 유로6를 만족하지 않는 차량이라도 H 번호판을 달고 있다면 통과할 수 있다.

단, 30년이 넘었다고 무조건 번호판이 발급되는 것은 아니다. 사고가 잦거나, 상태가 좋지 못해 정상 운행이 불가능하면 발급되지 않는다. 또한, 순정 상태가 아닌 개조 상태 차량에는 발급이 제한된다.

사진=Personalised Plates Queensland SNS

호주는 주에 따라 다른 색상의 번호판을 사용한다. 일부 주에서는 노란색, 검은색, 자주색 등의 색상을 사용하며 그외 지역은 대부분 파란색과 흰색을 사용한다.

호주 퀸즐랜드주는 지난 3월부터 공식 발급된 자동차 번호판에 이모티콘을 넣을 수 있다. 번호판 오른쪽 끝에 이모티콘이 추가로 적용된다. 초기 일부 시민들은 번호판 작성 시 이모티콘을 어떻게 표기할지, 번호판 식별이 용이할지 등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물론, 이모티콘은 정식 번호가 아니다. 공식 번호는 문자 혹은 숫자만 포함되며 이모티콘은 장식에 불과하다. 개인 맞춤 번호판의 판매 수익금 일부는 퀸즐랜드 주 정부의 교통안전을 위한 자금으로 쓰인다. 기존 차량과 신규 차량 모두 적용 가능하며 160~500호주달러(13만원~40만원)로 등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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