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로스터 N 다이어리 1] “이 차를 선택한 이유”
  • 최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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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6.18 19:35
[벨로스터 N 다이어리 1] “이 차를 선택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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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려보니 손에 카탈로그가 들려 있었다

양심고백을 하자면, 벨로스터 N이 제 이상형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이상형에 몹시 가까웠을 뿐입니다. 

제 관심 대상은 i30 N이었습니다. 개발 과정에서부터 ‘남다른 국산차가 나올 것이다’란 이야기를 줄기차게 들어왔고, 공식 출시 이후 해외 언론의 극찬이 거듭됨을 볼 수 있었습니다. 국산차에 대한 인식 또는 평가가 조금씩 달라지고는 있지만, 이렇게까지 극찬을 받았던 국산차가 또 있었나 싶었습니다.

당시 군인이었기 때문에 관련 소식을 불규칙적으로 접할 수밖에 없었던 환경 또한 기대치를 높이는 데 크게 일조했습니다. 매달 나오는 자동차 잡지와 사이버 지식 정보방 정도가 유일한 정보 창구였거든요. 관련 기사를 일일이 스크랩하고, 관련 영상을 찾아보면서 남은 군 생활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자는 동안 꿈에 나오는 것을 경험한 이후로는 ‘진짜 이 차에 빠져 들었구나’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심각한 문제가 있었죠. 바로 한국에 정식 출시가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i30 N의 국내 출시 여부에 대한 기사가 여러 차례 나오는 것을 보며 반전이 있기를 바랐습니다. 물론 결과는 불 보듯 뻔했죠. i30 N은 유럽형이기 때문에 한국에는 정식 판매할 수 없다는 결론.

생각해보니 이런 일을 겪는 게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몇 년 전 우연한 기회에 기아 씨드 GT를 시승한 이후, ‘직수라도 해서 들여온다!’라는 치기 어린 선언을 한 때가 있었거든요. 물론 그 당시 자본이라는 큰 벽 아래 굴복했지요. 이번에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무리해서 검은 머리 유럽차를 한국 땅으로 가져올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렇게 i30 N에 대한 호감은 잦아드는 듯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로 벨로스터 N을 시승하게 됩니다. 

시승 직전까지만 해도 별 생각 없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벨로스터에 대한 관심이 크게 없었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물론 유별난 차라는 건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기이한 생김새와 독특한 2+1의 도어 형태는 ‘개성’ 그 자체였죠. 그리고 제법 꽤 잘 달린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었습니다. 1세대 출시 당시 벨로스터 터보가 갖춘 성능은 동 시대 및 동 가격대 차종에 비해 분명 남달랐습니다. 좋은 쪽으로 말입니다.

그렇게 잠시 스쳐가는 인연 정도로 생각하고 넘겼어야 했는데, 탈수록 계속 빠져들게 되더군요. 그 결과, 3박 4일의 시승 기간동안 일정 중 상당수를 시승에 할애하게 됐습니다. 시내 및 고속도로에서 탔을 때도 좋았지만, 와인딩 로드를 탔을 때의 즐거움이 가장 컸습니다. 유명한 와인딩 로드를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방문했습니다. 

속도에 따른 매력 변화가 상당히 크고, 매순간 달리고 싶게 정말 잘 만들었습니다. 충분한 엔진의 힘과 국산차 중 손 꼽히게 좋은 수동변속기의 직결감, 높은 섀시 완성도와 운전에 큰 도움을 주는 전자장비의 조화 역시 인상적이었습니다. 정말 쉽고 빠른 운전을 가능케 했죠.

시승차를 반납하고 집으로 가는 길, 제 손엔 벨로스터 N 카탈로그가 들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시승 전후로 느꼈던 생각을 꼼꼼히 정리하고 카탈로그를 넘겨보며 며칠을 보냈습니다. 어느새 마음 속 의구심은 확신으로 바뀌어 있었고, 계약 후 출고 시점(납기일)을 알아보는 지경에 이릅니다. 무엇보다 애정을 갖고 살펴보니 디자인도 그렇게 나쁘진 않은 것 같습니다. 벨로스터가 도로 위에 많지 않기 때문에 N이 도로 위 아이콘처럼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이미 갈 때까지 갔다고 봐야죠.

이 때부터는 김칫국을 마시기 시작합니다. 어떤 옵션, 어떤 색상을 선택할지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옵션은 퍼포먼스 패키지는 넣되 다른 두 가지 옵션(컨비니언스 패키지, 멀티미디어 패키지)을 어떻게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색상의 경우 N의 메인 컬러인 퍼포먼스 블루를 고르는 게 마땅하나 다른 두 가지 색상이 머릿 속에 자꾸 아른거립니다. 순정 상태를 유지할지 튜닝을 더할지에 대한 고민도 했고요.

이렇게 마음 속으로 벨로스터 N을 받아들일 준비를 어느 정도 마쳤습니다. 계약을 언제 할지 시점을 가늠하던 중 어느덧 해가 바뀌게 됩니다. 

(다음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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