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의 잠재됐던 노사갈등이 파업 형태로 곧 분출될 것 같다는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습니다. 여러 매체에서는 ‘경영 정상화의 발목잡기’, ‘타협 없는 강성노조’ 등으로 현 상황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한국GM 신설법인인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에서 왜 이런 상황이 일어났는지, 또 사회적으로 자주 등장하는 ‘파업’이 아니라 생소한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한 건지 간략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국GM 디자인센터

# 노동쟁의 ≠ 파업

노동쟁의는 일반적으로 파업이라 부르는 쟁의행위와는 다른 개념입니다. 

노동쟁의란 임금, 근로시간, 복지, 해고 등 노조와 사용자 간 근로조건 결정에 관한 각자 주장의 불일치로 인해 발생한 분쟁상태를 뜻합니다. 만약 노조가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주장을 하거나, 경영권에 속하는 내용에 대해 주장을 한다면 이는 노사 간 분쟁상태가 발생하더라도 노동쟁의라 할 수 없습니다. 

한국GM 노조는 사측이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와의 단체교섭에서 정리해고의 일방 통보, 징계 범위 확대 등과 같은 조항을 협약에 포함하려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근로조건 결정에 관한 영역이기 때문에 이번 분쟁상태는 노동쟁의에 해당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또한, 관련법에서 당사자 간 합의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여도 더 이상 자주적 교섭에 의한 합의 여지가 없는 상태를 주장의 불일치라 보는데요. 이번 한국GM의 사례도 8차례 단체교섭이 진행됐지만 노사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바 더 이상 자주적 교섭으로는 합의 여지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신설법인에서 일어난 이번 분쟁은 노동쟁의 상태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파업이라고 부르는 쟁의행위란 무엇일까요?

쟁의행위란 파업, 태업, 직장폐쇄 등 여러 방법으로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로, 노조 혹은 회사에서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목적으로 행하는 행위를 뜻합니다. 쉽게 생각해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실제 행동을 취하는 단계라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쟁의행위는 노사 양측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큰 파장이 미치기 때문에 관련법에서는 가능한 쟁의행위를 예방하고 손해방지 조치 기회를 주기 위한 방법으로 조정 절차를 반드시 거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한국GM 노조가 4월 3일 노동위원회에 신청한 노동쟁의 조정신청이 바로 이 단계입니다. 조정 단계에서 노사 간 합의가 이뤄진다면 그 내용을 바탕으로 단체협약이 바로 체결될 수 있겠지만, 결렬된다면 조정단계는 거친 것이기에 본격적인 쟁의행위인 파업을 할 수 있는 요건을 밟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중앙노동위원회 관계자는 이달 11일과 15일 조정위원회를 개최해 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만약 15일 이후 조정이 결렬돼 조정중지 결정이 내려진다면, 다음 단계는 파업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가 이어질 전망입니다.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 로베르토 렘펠 대표

# 신설법인 조합원은 왜 파업을 준비할까?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는 2019년 1월 2일 한국GM 내 엔지니어링 및 디자인 부문 소속 약 3000명 가량이 분리돼 설립된 R&D 신설법인입니다. 

당시 사측은 한국 사업장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고, 두 법인 간 시너지가 중장기적으로 창출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노측은 R&D 법인이 신설되더라도 회사 가치 상승보다 부작용이 많을 뿐이라며 구조조정을 위한 포석이라 맞섰습니다. 

이어 노조는 사측의 법인분리 결정에 대해 8시간 부분파업, 간부 파업, 청와대 앞 노숙투쟁, 민주당 원내대표 사무실 점거농성 등을 실시하며 격렬한 반대의사를 표시하였는데요. 당시에도 기존 단체협약 내용을 신설법인에서 그대로 승계하는 것이냐는 부분이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현재 노조는 사측이 신설법인 설립 전 약속했던 것과 다른 내용의 단체협약을 제시하고 있다며, 이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측은 연구원이 대부분인 신설 조직의 특성상 생산직 위주의 기존 단체협약을 적용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한국GM의 이번 파업 전운은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이슈라기보다, 작년 말 법인 분리 단계에서부터 이어져 온 잠재된 노사 갈등이 신설법인의 첫 단체교섭 단계에서 구체화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이번 노사 양측의 팽팽한 줄다리기는 다음주 노동위원회 결정에 따라 향방이 정해질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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