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원 칼럼] 르노삼성은 아직 2018년에 머물고 있다
  • 최재원 노무사(노무법인 넥스트)
  • 좋아요 0
  • 승인 2019.03.29 14:55
[최재원 칼럼] 르노삼성은 아직 2018년에 머물고 있다
  • 최재원 노무사(노무법인 넥스트) (pr@motorgraph.com)
  • 댓글 0
  • 승인 2019.03.29 14:5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르노삼성 부산 공장

올해도 벌써 4월입니다. 국내 완성차 업계의 임단협 교섭이 통상 5월 정도에 시작한다는 점을 미뤄 곧 2019년도 임단협도 시작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자동차 업계는 글로벌 저성장 기조, 미국 관세정책 변화 등 외부 환경적인 요인과 각 사의 다양한 내부 요인들로 인해 2019년 임단협이 난항을 겪을 것이라고 벌써부터 짐작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르노삼성은 해를 넘긴 지금까지도 작년 임단협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어 아직까지 2018년도에 발목이 잡혀 있는 모습입니다. 공통적으로 자동차 산업의 외부 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지금 왜 르노삼성만이 작년에 묶여 있는 것인지는 좀 더 세밀한 관찰이 필요합니다.

#연속 3년 무분규 VS 역대 최장 파업

노사 갈등이 극심한 자동차 업계에서 르노삼성은 2015년부터 연속 3년 무분규 임단협 협상을 도출하며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왔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작년 하반기부터 약 6개월 정도 20여차례 이상 교섭이 결렬되며, 총 파업시간만 190여시간 넘기는 상반된 모습을 보입니다.

2015년에는 호봉제 폐지와 임금피크제 도입까지 사측 요구를 수용했던 르노삼성 노조가 강경한 자세로 전환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내부적으로 누적된 조합원들의 불만이 지난해 말 강경파 박종규 노조위원장을 선임한 것으로부터 표출되어 나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현재 노사 간 의견이 팽팽히 대립되고 있는 부분은 많은 언론에서 부각해 다루고 있는 임금인상 쟁점만이 아닙니다. 고용안정 보장과 근무환경 개선, 회사 배당금 구조까지 좀 더 복잡한 사안들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 아래에서 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지난 2월 르노삼성 부산 공장을 방문한 르노그룹 제조부문 총괄 호세 빈센트 드 로스 모조스 부회장

#임금인상의 입장차이 

르노삼성의 임금수준은 2017년 기준으로 평균 7800만원으로, 국내 완성차 업계 평균인 9000만원의 약 85% 수준입니다. 

임금인상과 관련해 사측은 기본급 동결을 조건으로 보상금 100만원, 성과 격려금 300만원 등 최대 1400만원까지 일시적으로 지급을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에 맞서는 노측은 기본급 약 10만원 및 자기계발비 약 2만원 인상과 특별 격려금 300만원 지급 등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노사 간 셈법이 다른 이유는 기본급을 낮추고 다른 수당을 많이 지급하고 있는 기형적인 국내 제조업의 급여체계에서 기인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사측에서는 퇴직금 및 가산수당의 기초가 되는 기본급 인상을 최대한 회피하고자 하고, 근로자 측은 이를 보장받고 싶어 합니다.

이에 추가하여 조합원 약 600여명 정도의 최저임금 미달 이슈를 노측에서는 기본급 인상으로 보완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사측은 격달로 지급되는 상여금을 매달 지급하는 것으로 지급 주기를 조정해 금액 인상없이 계산법이 변경하는 방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이번달 5일부터 8일까지 진행되었던 노사 집중교섭에서 임금에 대한 부분은 의견을 어느정도 모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2019년 최저임금 자율시정기간이 종료되고, 본격 계도가 진행되는 6월까지 임금인상 의견 차이가 장기화되지 않을까 했던 우려는 조금 낮아지고 있습니다.

# 고용보장 및 근무환경 개선

현재 노사 간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부분은 바로 근무환경 개선과 고용보장 영역입니다.

노측은 추가 인원 200명 투입, 생산라인 속도 하향조절(60대→55대), 외주화 영역을 ‘협의’에서 ‘합의’로 전환할 것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사측은 경영권에 속하는 해당 요구들이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들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러한 논의가 나온 이유는 2012년 구조조정 이후 지금까지 약 1600명의 인력이 이탈하며, 현재 약 4100명의 인원으로 기존 생산량을 부담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작됐습니다. 이에 추가적으로 1라인에서 3개 차종이 생산되는게 일반적인 수준이라면, 르노삼성은 1라인에서 7개 차종이 생산되어 1인당 생산량 및 작업 난이도 양측면에서 모두 높은 노동강도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노측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외주화 합의 전환의 경우 현재 노사 간 협의를 거쳐 외주화(전환배치)할 수 있는 규정을 합의로 변경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단 한 글자 차이처럼 보이지만 의견청취 정도로 끝낼 수 있는 협의와 반드시 의사합치를 만들어야 하는 합의가 고용 안정성을 현실에서 체감했을 때 현격한 차이가 있습니다.

20여일만에 다시 시작된 르노삼성의 임단협 교섭은 2차 집중교섭으로 이어집니다. 과연 각각의 사안들을 어떻게 풀어내며 작년의 마무리를 지을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