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포르쉐코리아 마이클 키르쉬 대표 “덜 팔더라도 고객 만족이 우선”
  • 신승영
  • 좋아요 0
  • 승인 2019.04.08 19:00
[인터뷰] 포르쉐코리아 마이클 키르쉬 대표 “덜 팔더라도 고객 만족이 우선”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포르쉐코리아 마이클 키르쉬 대표를 처음 만난 자리는 2017 서울모터쇼 브랜드 부스였다. 당시 포르쉐코리아는 최악의 시기를 겪고 있었다. 승승장구하던 회사는 법인 설립 이래 처음으로 판매가 추락됐고, 인증 문제로 외부의 날선 비판 끝에 서 있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갓 부임한 신임 대표와의 인터뷰는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진행됐다. 그 역시 희망차지만 다소 보수적인 답변으로 일관했다.  

2년 후 서울모터쇼에서 다시 만난 마이클 키르쉬 대표는 한층 부드러운 자신감과 여유를 발산하며 인터뷰에 응했다.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을 바탕으로, ‘가치 중심 성장(Value generating Growth)’을 천명한 포르쉐코리아 마이클 키르쉬 대표를 만나봤다.

Q. 한국에서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 어땠나?

A. 오는 7월이면, 만 3년째를 맞는다. 흥미진진한 3년이었다.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 물론, 앞으로도 쉽지 않겠지만 기대된다. 매해 타이틀을 붙이자면, 2016년 ‘분석과 위기관리’, 2017년 ‘변화’, 2018년 ‘수확의 시기’였다.

Q. 2년 전 서울모터쇼와 비교해 올해 감상은?

A. 아직도 첫 모터쇼 때만큼 떨린다. 주변의 많은 기대와 노력을 짊어지고, 이를 대변해야 하는 자리라 많은 책임감을 느낀다. 그건 2년과 똑같다.

다만, 이제는 시장의 이해도가 높아졌다.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결정에 대한 믿음이 높아졌다. 시간이 해결해 준 혜안이다.

딜러사와 파트너들에게 항상 고객중심적인 사고로 활동하면, 매출은 알아서 따라온다고 주문한다. 많이 팔고 한두 고객이 불만족한 것보다 한두 대 덜 팔더라도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작년 기록적인 판매 성적을 거뒀을 뿐만 아니라 독립 기관에서 진행한 신차 구매 및 서비스 고객만족도평가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지금까지 그 전략을 잘 이어온 것 같다.

Q. ‘타이칸’에 대한 기대가 크다. 포르쉐가 만드는 새로운 스포츠카는 어떤가? 

A. 우리는 전기차 도입에 앞서 ‘재정의 과정’을 거쳤다. e-모빌리티 시대, 어떻게 포지셔닝할 것인가부터 근본적인 스포츠카로서의 전기차를 고민했다.

스포츠카는 공기역학적으로 뛰어나고 빠르다. 단순히 빠른 것이 아니라, 제동도 빠르고, 가속도 빠르고, 코너링도 빠르다. 지금 상용화된 전기차는 살펴보면, 빠르게 가속하는 건 대부분 할 수 있다. 그중 제동 성능이 빠른 것은 일부다. 그리고 코너링까지 빠른 건 더 작다. 코너링도 한 번 이상 연속적으로 빨리할 수 있는 차와 레이스 트랙을 달릴 수 있는 차는 거의 없다. 

포르쉐 역사를 살펴보면, 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 창조의 경험이 있다. 지금 911도 앞서 356 버전이 있었다. 

과거에는 스포츠카를 상용화시키거나, 모든 사람이 편하게 타는 차로 만든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다. 레이스 트랙에서 사용한 차를 일반 공도에서 타고, 마트에 갔다가 다시 트랙으로 간다는 개념이 전무했다. 결국 혁신을 바탕으로,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시도하는 점은 포르쉐 브랜드의 원동력이자 자신감이다.

포르쉐의 최대 강점은 혁신과 헤리티지를 모두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서로 상충하는 두 강점을 잘 결합해왔다. 타이칸 역시 우리의 강점이 잘 반영됐다. 나중에 직접 차를 몰아보면, 이 말이 그 말이구나 하고 알 수 있을 것이다.

Q. 국내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가 미비한데, 이에 대한 해결책은?

A. 전기차 충전 시설과 관련해 고객의 가장 큰 두려움은 도로 위에서 갑자기 서는 것이다. 여기에 오랜 충전에 따른 불편함까지 있다. 주유는 5~10분이지만, 충전은 5시간부터 많게는 8시간까지 걸리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의 혁신이 시작된다. 앞선 배터리 기술을 바탕으로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가 400~500km에 달한다. 또한, 800v급 초고속 충전 시스템은 20분 미만에 완충이 가능하다.

물론, 아직까지 초고속 충전 시설은 많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한국 기업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직접 투자를 진행하려 한다. 각 딜러 네트워크마다 허브 시설로 초고속 충전 시스템을 설치할 예정이다. 고속도로 십여곳에도 초고속 충전 기점을 만들 계획이다. 독일이나 다른 국가에서도 한국의 충전 네트워크 추이를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 

Q. 최근 수입사 대부분이 차량 인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포르쉐코리아는 어느 정도인가?

A. 3년 전, 제가 처음 왔을 때는 우리 쪽에서 실수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내부 분석도 했고, 규제 당국에 보고하고, 그에 대한 벌도 받았다. 내부적으로 다시는 이런 실수를 하지 말자고 생각하며, 인증 프로세스를 많이 바꿨다.

그러나 차량 인증과 관련해 지난 몇 년간 점점 더 복잡해졌다. 예측불가한 요소가 존재하는 것 같다. 의외의 요소에 부딪힐 때도 있다.

이론상 한국은 미국이나 유럽과 FTA를 맺고 있기 때문에 그 지역에서 인증받은 차량은 한국에서도 비슷한 프로세스로 인증을 받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상세 요건에서 매우 복잡하고 추가적인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우리도 더 이상 실수를 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정부 쪽에서도 조심스러워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복잡한 프로세스다.

Q. 사업 규모가 빠르게 늘고 있다. 돈을 벌고 투자하기는 쉽지만, 시스템을 갖추고 인재를 수급하는 것은 어렵다.

A. 내일을 준비하는 데 있어 인력 투자가 가장 중요하다. 우리는 트레이닝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으며, 직원들에 대한 대우를 항상 고민한다. 

물론, 떠나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유지율을 높이고 패밀리 안에 묶어둬야 한다. 실제로 포르쉐란 이름 자체가 한 사람의 성(姓)인 것처럼, 우리는 직원을 가족 구성원이라 생각한다. 유지율을 높이는 데 있어 다양한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여러 인증 단계가 있고, 이를 달성할 때마다 연봉, 직급, 교육, 해외 연수 등 다양한 보상이 잇따른다. 

사실 투자 위험이 크기도 하다. 실컷 교육을 했는데 다른 곳으로 이직하면 손해가 막심하다. 그러나 사람에게 투자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일부 떠난 사람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들이 다시 돌아온다는 점이다.

테크니션의 경우 자동차 산업 전반에 걸쳐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러나 딜러사에서도 인력 유지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Q. 빠르게 판매가 늘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가 가지는 희소성이나 특별함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은?

A. 작년에 4200여대를 판매했다. 한국 인구가 5000만명이라 할 때, 5000대를 팔아도 1만명당 1대꼴이다. 이 정도면 희소성을 갖고 있지 않은가.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희소성은 중요한 요소다. 특히 한국 고객들은 나만의 것을 갖길 원한다. 그와 동시에 브랜드는 타인이 가진 것을 나도 가질 수 있다고, 접근할 수 있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서로 다른 측면에서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포르쉐는 다양한 혁신과 앞선 기술이 적용되는 만큼, 일반 대중적인 브랜드보다 비싸다. 우리는 태생적으로 모두를 위한 차가 될 수 없다. 독보적인 캐릭터나 희소성은 유지할 것이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