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 칼럼] 포드의 대량 해고, 그리고 회장님 연봉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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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3.18 17:22
[이완 칼럼] 포드의 대량 해고, 그리고 회장님 연봉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w.lee@motorgrap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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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3.18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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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이었죠. 포드자동차가 독일에서 인력 5천 명을 감축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49세 이하 직원들은 퇴직금을 지급하는 방법으로, 50세 이상은 조기퇴직을 유도하는 방법으로 인원을 줄일 것이라는 계획인데요. 유럽 포드 경영진은 지난 10년간 경영 실적이 개선되지 못하고 계속 나빠진 것이 이번 결정의 배경이 되었다는 내용의 편지를 직원들에게 보냈다고 합니다.

# 효자 '유럽 포드'도 피해 갈 수 없었던 구조조정

포드는 백 년 가까운 기간 동안 영국과 독일에 거점을 두고 유럽에서 자동차 사업을 해왔습니다. 같은 미국 자동차 그룹인 GM이 유럽에서 손해가 크자 미련 없이 손을 털고 떠난 것과는 달리 포드는 유럽화에 일찍 성공해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사업을 해오던 곳이었죠. 유럽, 아시아, 북미 등에 흩어져 있던 포드의 복잡한 구조를 단순화해 '원(One)포드' 정책을 새롭게 펼쳤을 때에도 유럽 포드는 상당한 역할을 했습니다.

유럽 최대 자동차 시장인 독일과 영국에서는 서로 포드가 자기들 브랜드라며 애정 아닌 애정을 보냈고, 2017년 여름 새롭게 포드의 회장 자리에 앉은 짐 해켓은 유럽 포드 사장을 글로벌 사장으로 승진시켰을 정도로 유럽 포드는 신뢰받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2006년 유럽에서 11%까지 했던 신차 점유율은 2018년 6.4%까지 떨어집니다. 거기에 노딜 브렉시트가 발생하면 1조 원 이상의 손해를 입을 것이라며,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영국 내 공장 2곳을 폐쇄할 수도 있다는 경고를 했다고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GM은 1만 5천 명의 직원을 내보내며 일부 공장을 폐쇄하는 구조조정안을 발표합니다. 그리고 포드 역시 지난해 겨울 이보다 더 많은 전체 직원(20만 2천 명)의 10%가 넘는 약 2만 5천 명을 줄이는 구조조정에 들어간다는 소식이 언론들을 통해 전해졌습니다.

지금 이대로 가기엔 손실이 너무 크다는 판단 하에 15개 공장이 있는 유럽에서 포드는 인력 감축 등, 틀을 새롭게 짜기로 결정한 것인데요. 그 첫 번째로 독일에서 5천 명이 회사를 떠나게 된 것입니다. 유럽 전역에서 일하고 있는 포드 직원은 약 5만 4천 명. 그중 독일에서만 2만 4천 명 이상이 일하고 있습니다.

유럽 포드 본사와 공장이 있는 쾰른에 1만 8천 명, 자를루이 공장에 6천 명, 그리고 아헨에 2백 명 가량이 일하고 있다고 독일 언론 쥐트도이체차이퉁이 전했습니다. 모두 정직원들이며 시간제 노동자들까지 포함하면 회사를 나갈 사람들의 숫자는 더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독일 자를루이 공장. 새로운 포커스를 조립하게 된 것을 기념하고 있는 2018년 직원들 모습 / 사진=포드

영국은 앞서 이야기했듯 브렉시트 문제와 연결돼 그 공포감이 더 커 보입니다. 영국 포드 직원들은 하루하루 피를 말리며 회사의 감원 결정과 규모에 촉각을 세우고 있죠. 참고로 영국에서는 약 1만 3천 명의 직원들이 포드를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유럽 전역에서 구조조정이 들어가면 그것으로 포드는 5억 달러 정도를 아낄 수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인원이 줄고, 문을 닫는 공장이 생기는 만큼 판매가 시원치 않은 일부 모델들을 단종될 텐데요. 현재는 SUV에 집중하려 하고 있고, 그래서 패밀리 밴인 C-MAX 등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 '잘못된 경영' 그리고 회장님의 연봉

포드의 이런 결정이 나자 노조는 경영을 잘못해서 발생한 문제라며 경영진을 비판했습니다. 또한 독일의 유명한 자동차 전문가 페르디난트 두덴훼퍼 교수 역시 쥐트도이체차이퉁과의 인터뷰에서 일자리를 줄인다고 수익성이 보장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포드의 대응 방식을 비판했습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영국 자동차 전문지 오토 익스프레스는 독일 인력 감축 소식을 전하며 포드 회장의 연봉을 함께 언급합니다. 오토 익스프레스는 짐 해켓 CEO가 지난해 우리 돈으로 201억의 돈(주식 배당금, 보너스, 인센티브, 각종 보너스가 포함된 액수)을 받았다고 소개한 것입니다. 직접적인 표현은 삼갔지만 현재 포드 상황과 회장님의 업계 최고 수준의 연봉을 대비시킨 것은 분명 비판의 의도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진 우측 짐 해켓 회장 / 사진=포드

포드의 상황을 보니 전 폭스바겐그룹 회장 페르디난트 피에히는 자서전이 떠오릅니다. 책에는 회장에 막 취임했을 때 해야 했던 대규모 구조조정에 관한 내용이 기록돼 있습니다. 그중 멕시코 푸에블라 공장에 대한 언급이 눈길을 끄는데요. 현지 공장에서 생산된 모델 품질이 형편없어 경쟁력이 떨어졌고, 당연히 판매량이 줄며 경영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페르디난트 피에히는 이 문제의 원인을 멕시코 노동자들에게 두지 않고 경영 이사들에 있다고 봤습니다.

결국 그는 실력을 인정받지 못 한 이사들을 명예퇴직시켰고, 실적에 따라 재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조건을 바꾸게 됩니다. 경영의 잘못으로 얻은 문제는 그 잘못을 만든 이들에게 묻는다는 상식으로 문제를 처리한 것입니다. 워낙 좋지 않은 시기에 회장에 취임하기도 했지만 피에히 전 회장은 그룹 전체 구조조정을 통해 많은 직원들을 해고시킨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의 냉정한 결정에 많은 노동자들이 눈물을 흘려야 했죠. 하지만 책임을 직원들에게만 묻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경영의 잘못으로 회사가 어려움에 빠졌다는 점 등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부분은 인정할 부분입니다.

사실 일 잘하는 CEO에게 얼마를 주든 그건 문제가 아니죠. 하지만 포드는 지금 2만 명 이상의 직원들을 해고하고 여러 공장 문을 닫아야 합니다. 이렇게 안 좋은 상황까지 오게 된 가장 큰 책임은 경영자, 경영 그룹에 있습니다. 포드는 과연 그들에게 책임을 물었나요? 전년보다 11억 원가량 오른 돈을 손에 쥔 회장의 모습이 지금 포드 상황과 어쩔 수 없이 대비됩니다. 너무 한쪽에만, 그것도 힘없는 직원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하고 고통을 나누자고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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