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in 칼럼] 격변을 맞이할 '자동차 디자이너'라는 직업
  • 김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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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3.18 17:49
[Erin 칼럼] 격변을 맞이할 '자동차 디자이너'라는 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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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달리는 멋진 차의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본 적 있을 것입니다. 아무나 아무렇게나 평가하기 좋아하는 자동차 디자인이지만, 실은 얼마나 어려운 작업인지 아마 어렴풋이라도 알고 있을 겁니다. 그렇기에 잘 디자인된 자동차는 그만큼 우리에게 신비스런 경외감과 커다란 매력을 안겨다 줍니다.

자동차는 자동차 디자이너가 디자인합니다. 자동차라는 멋진 존재만큼, 손 끝에서 그것을 만들어내는 자동차 디자이너들 또한 선망의 대상이 되는 이유입니다. 혼자만의 세계를 탐구하는 고독한 예술가도 아닌, 그렇다고 고리타분한 샐러리맨도 아닌, 양쪽 모두를 섞어놓은 신비스런 느낌마저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배경 속에 수 많은 디자인과 학생들이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뛰어듭니다.

기업들이 자동차 론칭이나 홍보를 위해 디자이너를 멋지게 포장해 내세우면서 생겨난 가상의 이미지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도 자동차 디자이너들은 산업디자인 분야에서 부러움을 받는 엘리트 층에 속합니다. 도전하는 이들은 많지만 채용시장은 작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검증된 능력자들만이 그 문에 들어가지요. 이렇듯 자동차 디자이너는 많은 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자 꿈 같은 직업입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자동차 디자이너에 대해 예측되고 있는 또 다른 면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좀 더 길고 멀리, 자동차 디자이너라는 직접 자체의 장래성이 어떤지 말입니다. 

현재 자동차시장은 격변의 시기를 앞두고 있습니다. 거대한 변화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지요. 그렇기에 정확한 방향이나 예측은 어렵지만 대략적인 키워드는 있습니다. 핵심은 자동차라는 제품의 주력대상이 소유에서 공유로 바뀌며, 운전하는 제품에서 이동하는 수단으로 변한다는 점입니다. 조금 더 쉽게 표현할까요?

지금까지의 자동차가 ‘내가 소유하고, 내가 운전하며, 나를 나타내주는, 욕구 실현성 제품’이었다면, 

앞으로의 자동차는 ‘나를 목적지까지 편하게 이동시켜주는 이동수단 플랫폼의 한 구성요소’로 나아간다는 것입니다.

욕구 실현성 제품에서는 디자인의 사소한 차이가 매우 중요합니다. 매우 작은 차이로 인해 사용자도 모르는 사용자의 취향과 감성을 자극하고 구매로 유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디자이너들이 더 사소한 차이, 더 작은 디테일, 더 많은 표현에 집착하는 이유입니다. 이렇게 디자인하려면 비교적 많은 디자이너가 필요합니다. 다양한 디자이너의 수 많은 감성과 아이디어를 이용해 아직 찾지 못한 ‘디자인 구멍’을 찾아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현재도 도전자에 비해 채용시장이 작은 편인데, 이만하면 상대적으로 많은 디자이너가 투입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앞으로 펼쳐질 자동차세상에 비해서 말이죠.

이동수단 플랫폼의 한 부분이 될 미래 자동차의 디자인은 지금보다 훨씬 더 모듈화와 표준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은 좀 더 다른 라인, 약간 더한 차별성을 찾아내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몰두하지만, 자동차가 거대 서비스 플랫폼의 구성요소가 되는 미래에는 디자인 방식이 바뀐다는 뜻입니다. 개성과 정체성 보다는, 모듈화된 플랫폼 서비스 안에서 효율성을 추구하고, 수 많은 이용자들에게 자연스레 다가가는 공통적이고 친화적인 디자인이 중요해질 것입니다. 물론 미래 시대에도 여전히 차를 직접 소유할 부유층 대상 럭셔리브랜드를 제외하고 말입니다.

거대한 이동수단 서비스의 디자인에는 수 많은 디자이너의 감각적 작업보다, 사용자들에 의해 쌓아 올린 플랫폼 데이터가 더 중요합니다. 사소한 스타일링 차이가 지금만큼 중요하지 않아진다는 뜻이자, 자동차의 모듈화로 인해 손댈 수 있는 스타일링 영역 자체가 줄어든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지금의 디자이너 업무에서 꽤 중요한 축을 차지하는 ‘멋진 스타일링 뽑아내기’ 영역은 앞으로의 디자이너 업무에서 ‘내외관의 구분이 없는 고도화된 패키징’ 쪽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동차의 모듈화가 진행될 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팎으로 탑승자 개인화를 지원하고 감각적인 만족감을 주도록 자동차를 유연하게 패키징해야 하는 것이죠. 분명 디자이너가 해야 할 일이지만, 많은 사람이 필요한 일은 아닙니다.

큰 변화를 앞두고 있는 자동차산업 안에서도 디자인은 특히 변화의 폭이 클 것이고, 위와 같은 흐름의 결과 자동차를 디자인하기 위해 필요한 디자이너 숫자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바뀌어갈 자동차 디자이너의 업무가 지금보다 좋다 나쁘다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처럼 유려한 라인과 촉촉한 실루엣에 사활을 거는 디자인 업무를 상상하며 자동차 디자이너를 지망한 사람에게는, 상상과 많이 다른 변화가 펼쳐질 거라는 뜻이지요.

철판을 두드려 차체를 만들던 코치빌더 작업 중 일부가 진화되어 탄생한 자동차 디자이너라는 직업. 자동차 탄생 이후 가장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이 시대의 강한 바람은 여기에도 똑같이, 아니 더 강하게 불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느 분야에서나 변화는 찾아오기 마련이고, 그것에 발맞춘 사람만이 살아남습니다. 현재 디자이너들에게는 유연한 변화가 필요하고, 디자이너 지망생들에게는 전혀 다른 접근과 사고방식이 필요한 시점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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