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원 칼럼] 탄력근로제 확대가 걱정된다
  • 최재원 노무사(노무법인 넥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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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2.28 16:29
[최재원 칼럼] 탄력근로제 확대가 걱정된다
  • 최재원 노무사(노무법인 넥스트) (pr@motorgrap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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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2.28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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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력근로제제도개선 합의(사진=경제사회노동위원회)
2월 19일 탄력근로제제도개선 합의 발표(사진=경제사회노동위원회)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 산하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는 지난 2월 19일 탄력근로제도 단위기간을 6개월로 확대하는 것에 합의했습니다. 제도가 본격 시행되기 위해서는 국회 입법처리 절차가 아직 남아 있으나, 현재 개점휴업 상태인 국회가 다시 정상화된다면 큰 문제없이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경사노위는 노·사·정뿐 아니라 청년, 여성, 비정규직 등 목소리도 담고 있는데요. 이 경사노위에서 2달 간 진통을 겪으며 도출된 탄력근로제 확대 합의는 왜 의견이 엇갈리고 노동계 개악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일까요?

#탄력근로제도란?

근로기준법 제 52조에서 기준하는 탄력근로제도란 정해진 일정 기간(단위기간) 동안 특정일에 근무를 더 할 경우 다른 근무일에 근무시간을 줄여 평균근로시간을 맞추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2주 단위 탄력근로제 시행시 업무가 몰리는 첫 번째 주에는 40시간 + 8시간(탄력적으로 조정한 시간) + 12시간 연장근무를 해서 60시간 업무를 하고, 업무가 적은 두 번째 주에는 40시간 - 8시간(탄력적으로 조정한 시간) 근무를 해서 32시간만 근무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탄력근로제도를 도입하게 되면 사측은 위와 같이 주 52시간 근무를 적법하게 지시할 수 있으며, 12시간의 연장근로에 대한 수당만 지급하면 근로자 지급해야하는 추가적인 인건비 부담이 발생하지 않게 됩니다. 

#합의된 확대 탄력근로제도는?

이번 경사노위에서 합의된 확대 탄력근로제도는 ‘단위기간이 6개월까지 늘어나는 것’이 골자입니다. 여기에 도입요건을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로 정한 것, 근로시간을 하루 단위가 아닌 주 단위로 설정할 수 있게 된 것, 단위기간이 3개월을 초과할 경우 하루 11시간 연속 휴식을 보장할 것, 사용자는 임금저하 방지를 위한 보전수당 등 임금보전 방안을 노동부 장관에게 신고할 것 등이 추가 변경사항으로 도출됐습니다.

각각의 사안에 대하여 민주노총 및 정의당 등 노동계에서는 반대의 목소리를, 경총을 대표로 하는 경영계에서는 아쉽지만 어느 정도의 만족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탄력근로제 확대가 걱정되는 진짜 이유는?

임금보전 방안에 대한 실질 강제력이 없다는 것과 주 단위로 근로시간을 설정하게 되어 사측이 근로시간을 임의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현재 쟁점이지만, 이번 확대된 탄력근로제가 걱정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탄력근로제제도개선 합의(사진=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 발족회의(사진=경제사회노동위원회)

첫 번째로 근로자의 건강입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지침상 12주 동안 1주 평균 60시간을 초과 근무하거나, 4주 동안 1주 평균 64시간을 초과해서 근무한다면 ‘만성적인 과로한 업무’, 소위 ‘과로’로 산업재해 인정 기준이 됩니다.

확대된 탄력근로제도가 입법화된다면 연속해서 26주를 주 64시간까지 일 할 수 있게 됩니다.

경영계는 최초 타 선진국들처럼 탄력근로의 단위기간을 1년으로 도입할 것을 주장하였으나, 그 선진국의 대표인 독일이나 프랑스는 2017년 OECD 통계 기준 연간 근로시간이 국내의 절반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라는 점이 간과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노조가 없는 대부분의 사업장의 노동여건 악화입니다.

확대된 탄력근로의 도입여부, 줄어드는 임금 보전방안, 하루 11시간 연속 휴식시간 보장 등은 근로자 대표와 서면합의를 통해 시행되거나 조정할 수 있게 됩니다.

즉, 입법을 거치면서 임금보전 방안 등이 명확하게 결정되지 않고, 11시간 연속 휴식의 강제력이 부여되지 않더라도 노조가 있는 사업장에서는 노사간의 실질적인 협의를 거칠 수 있겠지만, 국내 노조 결성률이 10%가 되지 않는 현실에서 100개 중 90개 이상의 회사에서는 근로자에게 근로조건에 대한 결정은 몰론 의견개진의 기회조차도 없는 게 현실입니다. 

혹서기에 업무가 집중되는 현장이 많습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을 반복하지 않아도 될 만큼 우리사회는 많은 소를 잃어왔고 그만큼 성숙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확대 탄력근로제도는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수많은 근로자들의 근로여건을 얼마나 대변하고 있는 것인지 한번 더 고려하여, 혹시 불의의 사고가 발생되기 전에 꼼꼼하고 현실적인 후속법안이 만들어져야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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