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닛산 맥시마, 파격적인 플래그십 스포츠 세단
  • 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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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0.15 11:45
[시승기] 닛산 맥시마, 파격적인 플래그십 스포츠 세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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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차를 이렇게 재밌게 시승한 것은 꽤 오랜만이다. 강력한 엔진은 더 밟아보라고 끊임없이 유혹했고, 무단변속기(CVT)는 자신이 듀얼클러치변속기(DCT)라고 착각이라도 한 듯 빠르고 경쾌하게 속도를 올렸다. 단단한 차체와 안정적인 서스펜션은 든든하게 몸을 받쳐줬고, 제법 공들여 만든 사운드는 강렬하게 으르렁거리며 귀에 꽂혔다. 시승 내내 살짝 흥분된 상태로 심장이 두근거렸고,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인천 영종도 일대를 약 120km가량 달리며 닛산의 플래그십 세단인 맥시마를 시승해봤다. 시승 모델은 플래티넘 트림으로 가격은 4370만원이다.

# 이렇게 파격적인 디자인의 플래그십 모델은 처음

닛산에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경영진의 세대교체라도 있었던게 아닐까 의심될 정도로 개성 넘치는 맥시마를 만들어냈다. 이전 모델에서는 찾아볼수 없을 정도의 파격적인 변화다. 보통 플래그십 모델은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와 직결되기 때문에 가장 중후하고 고급스럽게 만드는데, 닛산은 이런 고정 관념을 깨고 그 어떤 차보다 화려한 디자인을 과감하게 적용했다. 물론, 호불호가 분명한 디자인이겠지만,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시도는 칭찬해야 줘야겠다.

 

맥시마를 직접 보면 지독하게 사진발을 안 받는 모델이라는게 격하게 느껴진다. 사진으로 봤을 때는 플래그십 모델답지 않게 차가 작아 보였고, 독특한 디자인 요소들에 지나치게 부각되는 바람에 아무래도 전체적인 균형이나 비례, 미적 감각 등을 보는데 소홀했다.  

실물이 훨씬 매력적이다. 맥시마의 차체 길이는 4900mm로, 알티마(4860mm)와 비교해 40mm 길뿐이지만, 외관에서 풍기오는 존재감이 상당하다. 특히, 공기역학적 요소를 살린 측면 디자인은 유려한 라인과 음영을 이용해 볼륨감을 잘 살렸으며, C필러 하단부를 검은색으로 투톤 처리해 트렁크까지 매끈하게 연결시켰다.

 

전면부는 날카로운 램프 레이아웃에 부메랑 주간주행등을 넣었으며, V모션 그릴과 날렵한 디자인의 안개등, 과격한 느낌의 범퍼 등을 적용해 화려하게 꾸몄다. 후면부는 BMW GT나 혼다 크로스투어처럼 트렁크가 추켜 올라와 있는데, 전면부의 디자인 요소를 그대로 사용해 통일감이 느껴지도록 했다.

독특한 디자인임에는 분명하지만, 아무리 봐도 플래그십 모델에 어울린다고 생각되지 않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최근 추세는 차분하게 가로를 강조해 중후하면서도 차체가 넓어 보이는 효과를 주도록 만드는 것인데, 보닛에서 램프, 그릴을 거쳐 범퍼까지 이어지는 라인은 모두 세로를 강조하고 있다. 게다가 맥시마에서 캐시카이의 향기가 진하게 난다는 것은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도 있겠다. 일반적으로 4000만원대 대형 세단을 구입하는 소비층에서 기대하는 디자인과는 다소 차이가 있어 보인다. 

# 완성도 높은 실내, 동급 경쟁 모델 압도

 

호불호가 확연히 갈리는 외관에 비해 실내는 이견이 없을 정도로 잘 꾸몄다. 멀끔한 레이아웃이나 소재의 고급스러움, 각종 버튼의 배치, 다양한 편의 사양 등은 비슷한 가격대의 동급 경쟁 모델을 압도한다.

센터페시아에서 콘솔로 이어지는 라인을 높여 독립된 운전석 공간을 만들어냈다. 중앙의 인스트루먼트 패널도 운전석 방향으로 7도가량 기울여 사용하기 편하게 만들었다. 가족 단위로 이용하는 대형 세단이지만, 운전자의 권리를 확실하게 챙겨주는 모습이다.

 

계기반은 2개의 원형 클러스터와 7인치 LCD로 깔끔하게 만들었는데, 화려한 그래픽과 다양한 색상을 맘껏 사용해 시인성이 뛰어났다. D컷으로 잘라낸 다기능 스티어링 역시 휠의 크기와 잡는 느낌, 버튼 조작의 편안함 등이 모두 만족스러웠다.

센터페시아도 잘 꾸몄다. 중앙 에어컨 토출구와 쿨링·열선 시트 버튼 등에서는 올드한 느낌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단순한 구성의 레이아웃에 각종 버튼을 사용하기 편하도록 적재적소에 배치했다. 허리 라인에는 나무를 잘게 붙여 만든 리얼우드로 둘렀는데, 다른 소재와 이질감 없이 어울리며 고급스러움을 배가시킨다. 기어노브 하단에는 인포테인먼트 및 각종 편의 사양을 조작할 수 있는 커맨드 다이얼이 위치했으며, 노멀과 스포트 모드를 사용할 수 있는 주행모드 변경 버튼이 자리했다.

 

닛산이 자랑하는 저중력 시트는 푹신하게 몸을 안아준다. 다이아몬드 퀼팅으로 고급감을 높였는데, 가죽의 질감과 쿠션의 푹신함, 사이드월이 몸을 잡아주는 능력 등이 매우 뛰어나다. 스포티한 주행 및 장거리 운행 등을 모두 고려해 합의점을 똑똑하게 찾아낸 듯했다.

# 장인 정신이 살아 숨쉬는 VQ엔진과 CVT 조합

이렇게 다이내믹하게 생긴 주제(?)에 심심하게 달렸다면 무척 실망스러웠을 테지만, 맥시마는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우수한 주행 성능을 발휘했다. 고개가 뒤로 젖혀질 정도의 강력한 펀치력은 없지만, 시종일관 쭉 뻗어 나가는 시원한 스트레이트가 살아있는 듯했다.

 

우선, 엔진 성능이 좋아졌다. 알티마에도 사용되는 VQ35DE 엔진을 장착했지만, 차별성을 두기 위해 최고출력은 273마력에서 303마력, 토크는 34.6kg·m에서 36.1kg·m로 끌어올렸다. 실린더 헤드 및 블록, 직분사 시스템, 가변 밸브 타이밍, 흡기 밸브와 매니폴드 등 엔진 부품의 61%를 바꾼 덕분이다. 확실히 가속 시 느껴지는 엔진의 회전 질감, 빠른 속도에서도 넉넉하게 느껴지는 여유, 흡배기 능력, 소음 진동 억제 등은 알티마보다 한 단계 앞선 듯하다. 

닛산의 CVT 기술은 신의 경지에 오른듯 강력해진 엔진의 힘을 집요하게 끌어냈다. 특히, 사전 정보가 없다면 맥시마에 CVT가 장착 됐을 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을 정도로 능수능란하게 변속을 해준다. 원래 CVT는 속도가 빨라져도 엔진회전수를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데, 맥시마의 CVT는 인위적인 시프트업, 다운을 통해 변속한다. 자동변속기보다 더 자동변속기 같다. 또, 코너에 진입했을 때는 단수를 낮춰 회전수를 높인다. 더 빠르고 강력하게 통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엿보인다.

 

수동 모드에서는 더욱 놀랍다. 이렇게 감쪽같이 가짜 변속을 할 줄은 예상치 못했다. 수동 모드는 7단까지 지원되는데, DCT 수준으로 신속하게 회전수를 조절하면서도 별다른 충격 없이 매끈하게 변속한다. 일반 자동변속기보다 수동으로 조작하는 손맛이 더 좋다. 이렇게 재밌게 만들어 놓고 알티마에도 있는 패들시프트를 제외한 점이 이해되지 않을 정도다. 

닛산의 CVT는 경쟁력이 있어 보인다. 최근의 다단화 추세에도 불구하고 맥시마의 경쟁 모델들은 대부분 6단 자동변속기를 고수하고 있는데, 이 변속기의 성능 및 효율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기 때문이다. 닛산은 꾸준한 기술 개발로 CVT의 단점으로 지적됐던 저속 동력 손실 및 벨트 내구성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했고, 이제는 300마력이 넘는 고출력 모델까지도 CVT를 장착할 수 있게 됐다.

# 요즘 보기 힘든 대형 스포츠 세단

살짝 발아도 경쾌하게 튀어나간다. 차체 크기·무게에 비해 움직임이 가벼운 편이지만, 결코 경박스럽지 않다. 차체 강성 및 서스펜션 세팅, 고속 안정성, 코너링 능력, 핸들링 등이 알티마에 비해 한 단계씩 업그레이드된 느낌이다. 엔진과 변속기가 시종일관 강력한 힘을 안정적으로 뽑아내는 데다가, 차체 거동까지 든든하게 받쳐주니 운전이 재밌어졌다.

 

욕심을 부려 과격하게 차를 몰아붙여 봐도 별일 아니라든 듯 여유 있게 받아준다. 전륜구동으로 303마력을 소화하기는 힘들 것이라 생각했는데, 거뜬히 감당해낸다. 급가속할 때도 빠르게 속도를 높였으며, 고속에서 무게 중심을 유지하는 능력도 뛰어났다. 빠른 속도로 코너에 진입해도 예리하게 머리를 움직였고, 뒤도 열심히 잘 따라붙었다. 무리하게 움직여도 차가 한계치까지 끈질기게 잡아주는 것이 몸으로 느껴지는데, 저중력 시트가 운전자가 받는 G포스를 상당 부분 상쇄시켜줘 편하게 달릴 수 있었다. 

다만, 서스펜션 세팅은 조금 아쉽다. 과속 방지턱이나 요철 등을 지날 때 1차 충격은 쫀득하게 잘 잡아내지만, 다시 튕겨 나오는 2차 충격은 크게 전달된다. 전륜보다 후륜을 다소 물렁물렁하게 세팅한 듯하다. 장거리 운행이 많은 미국 시장을 겨냥한 모델이다 보니 일상 주행에서 부드러운 승차감이 느껴지도록 만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가속페달과 브레이크의 답력 배분 및 스티어링휠의 반응은 만족스럽다. 가속 및 제동 능력을 무리하게 끌어올리려는 억지 세팅 없이 자연스럽다. 스티어링휠은 조금 가벼우면서도 기민한 편인데, 주행 모드를 스포트로 바꾸면 티가 날 정도로 묵직해져 안정감이 느껴진다. 다만, 스포트 모드에서도 변속 타이밍은 그다지 극단적으로 변하지 않아 아쉬웠고,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마다 귀에 거슬리는 쇳소리가 들려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스포츠 세단답게 사운드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을 통해 주행 시 발생하는 소음을 줄이면서 사운드 제너레이터를 통해 강렬한 사운드를 토해내도록 했다. 저속에서부터 고속까지 꾸준하게 터져 나오는데, 인위적이지 않으며 속도 및 회전수와의 매칭도 훌륭해 이질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 만족스러웠다.

# 의외의 차, 의외의 결과로?

사실 한국닛산이 맥시마를 국내에 출시한 것은 의외였다. 독일차 점유율이 70%에 달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일본 브랜드의 플래그십 모델이 잘 팔리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맥시마에 앞서 출시된 도요타 아발론과 혼다 레전드는 어김없이 쓴맛을 봤다. 맥시마라고 해서 다를까 싶었다.

 

맥시마를 직접 타보니 이들과는 다른 독특한 특징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우선, 과연 어떤 회사가 최고급 모델을 이렇게 만들까 싶을 정도로 파격적인 디자인을 갖췄다. 또,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과 DCT가 판치는(?) 시대에 여전히 고배기량 자연 흡기 엔진과 CVT를 고집하고 있다. 게다가 점점 얌전해지는 다른 대형 세단과 달리 스포츠 세단을 표방해 다이내믹한 주행 요소를 마구 집어넣었다. 

한국닛산에 따르면 맥시마는 한 달 만에 150대의 사전 계약이 진행됐다. 올해 9월까지의 아발론(39대)과 레전드(100대) 판매량과 비교해보면 무척 좋은 출발이다. 과연 맥시마가 모두의 예상을 뒤집고 의외의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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