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운전을 대신해줄순 없지만 적어도 대리운전 기사는 불러줄 수 있는 시대다. 아니, 당연히 그래야 한다. 술에 취해서 운전 기사를 부르려는데 복잡한 과정은 너무 큰 장애물이 되기 때문이다. 술취한 이가 현재 위치와 가는 곳을 정확히 파악해서, 대리운전 전화번호를 기억해내고, 전화를 거는게 쉬울까. 이런 과정은 너무나 구시대적이다.

스마트폰은 자신의 현재 위치를 상대에게 정확히 전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여러 데이터를 종합분석하게 해준다. 이로 인해 말없이 기사를 호출하고, 마음에 드는 대리운전 기사를 고르거나 결제 문제도 해결할 수 있게 해준다.

그동안 대리운전 기사를 이용하면서 불만이 많았는데, 이건 말 그대로 '신세계'다. 이런 서비스들이 확장될 수록 전체 대리운전 서비스의 질이 향상될거라는 믿음도 생긴다.

 

# 스마트폰, 대리운전의 신세계를 연다

요즘 유행한다는 '카카오 택시'처럼 대리운전 업계에도 다양한 앱들이 등장했다. 험한 대리운전 기사분들을 몇번 경험했고, 차도 애지중지하는 터라 어지간해선 대리운전을 쓰지 않고 택시를 타왔다. 그런데 굳이 이 앱들을 써보기 위해 술을 마시지 않고도 여러 대리 운전 앱을 이용해봤다. 유행하는 앱 중에 우선 버튼대리, 조이앤대리를 사용해봤다. 전화로 거는 대신 앱을 이용해서 연락 해주는 기능을 갖췄다. 단순한 기능이지만 만족스러웠다. 취해서 정신이 없고 만사가 귀찮은 판에 이용하기에 적절한 서비스다. 카드 결제가 된다는 점도 꽤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최근 등장한 컴백홈대리는 여기서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 했다. 버튼을 누르면 아예 내 위치나 가는 곳을 설명 할 필요가 없고, 알아서 스스로 전송해줄 뿐 아니라 기사의 위치와 평점을 확인해서 기사를 고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승객이 운전기사를 평가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인지 기사들도 각별히 친절하다. 뭐 이렇게까지 친절하게 해주나 싶은 생각이 든다. 한 여름이었는데 옷차림도 정장을 입거나 적어도 세미 자켓은 입도록 돼 있다고 했다.

 

더 편리한 점은 거리에 따라 자동으로 요금이 계산되고 미리 등록해둔 카드로 자동 결제되기 때문에 기사와 요금을 두고 옥신각신 하는 일도 없다. 옵션에 '말걸지 마세요'를 선택하면 아예 호출때 지정한 곳까지 알아서 데려다준다. 이쯤 되니 대리운전 서비스가 아니라 운전 기사를 둔 기분마저 든다. 

대리운전 업계의 우버(Uber)라고 하면 설명이 쉽겠다. IT와 스마트폰이 발전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첨단 서비스인 셈이다. 

가격은 최저 1만원부터 거리에 따라 늘어나는데 최저 요금 대리보다는 조금 비싼편이다. 기존 대리에 비해 몇천원쯤 더 내더라도 고급 서비스를 받겠다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다고 했다. 하디만 핸들포유 등 고급 법인대리 보다는 훨씬 싸다. 

# 직접 일일 대리운전기사가 돼 보다

 

소비자 입장에선 좋은 서비스지만 기사 입장에선 너무 고생 될 것 같았다. 마침 대리운전기사들의 처우가 나쁘고, 취객들을 상대해야 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약자로 부각되고 있었던 터였다.

그런데 다른 대리운전과 달리 감정노동까지 해야하고 옷차림까지 신경써야 한다니, 운전기사가 무슨 죄냐 싶은 마음도 들었다. 그래서 대리운전 중에 기사님을 짧게 인터뷰 해봤지만, 의외로 "다른 대리운전에 비해 편하다"고 했다. 그래서 한번 직접 체험 해보기로 했다. 대체 이 서비스가 어떻게 유지되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실제 체험을 하는데는 어려움이 많았다. 우선 대리운전 보험 가입이 안됐다. 최근 3년간 보험사가 꺼리는 사고는 한건도 없어야 보험에 가입할 수 있었다. 경쟁사의 경우 개인별 보험을 들지만 이 업체는 보험료를 회사가 내주는 구조기 때문에 이전에 사고 이력이 많은 사람은 가입이 안됐다. 때문에 손님을 직접 받을 수는 없고, 미리 준비한 후배를 태우는 정도의 체험만 할 수 있었다. 

대리운전 교육을 한시간 정도 받았다. 어차피 이번 체험이 '실전'은 아니니 속성으로 하는 것이라 했다. 대리운전은 손님을 태워서 가는게 문제가 아니라 돌아올때의 그물망 같은 셔틀을 잘 타는게 중요하다고 한다. 지하철 노선도 같이 펼쳐진 그림을 보니 참 놀랍다. 돌아오는 셔틀을 태워주는 대리운전기사들의 전용앱도 있다고 한다.

 

야간에는 택시에 대리운전 기사 전용 요금이 있어 저렴하게 타고 오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 택시 기사는 그들만의 눈치로 대리 기사라는것을 파악한다는 점이 의외다. 하지만 무엇보다 바람직한것은 셔틀을 타지 않고 현장에서 다시 콜을 받아 대리운전으로 나오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런 앱이 계속 발전하고 이용객이 늘면 그런 상황도 가능해질 것 같다. 

짧은 시간동안 엄청난 정보와 이미지 트레이닝을 통해 마치 노련한 대리운전 기사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게 됐다. 얼른 실전을 하고 싶었다. 후배들을 수소문해 대리운전을 해주겠다고 자처한 끝에 한 여자 기자를 섭외하는데 성공했다. 

# "어서오십시오! 고객님!"

 

기사용 앱은 극히 단순하다. '출근하기'와 '퇴근하기' 밖에 없다. 앱을 실행시키고 '출근하기'를 누르기만 하면 알아서 모든게 이뤄진다. 나머지 수많은 복잡한 일들은 앞에 드러나 보이지 않지만 뒤에서 이뤄지고 있다. 내가 '출근'하자 마자 근처에 있던 후배의 '손님용 앱'에서는 지도위에 내 얼굴과 평점이 떴다. 후배가 내 얼굴을 클릭하고 '기사 호출하기'를 눌렀다. 

동시에 기사용 앱에선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얼른 받지 않으면 다른 기사에게 넘어간다는 뜻이다. 정신차리고 '호출에 응하기'를 누르니 지도가 펼쳐진다. 지도에 손님이 있는 위치가 나오고, 가장 빠른 경로를 표시해준다.

손님은 내 얼굴을 알지만 나는 손님이 어떤 분인지, 어디로 가는지도 알수가 없었다. 손님이 기사를 먼저 알아보는 시스템이고, 여러면에서 기사보다는 손님에게 유리하다. 

 

친한 후배였지만 "어서오십시오 고객님!"하고 깎듯이 인사를 하고 나니 진짜 기사가 된 기분이 들었다. 손님은 기사가 운전은 잘 했는지, 친절하게 인사는 했는지, 옷차림은 제대로 차려 입었는지도 평가한다. 한번 평가를 받으면 두고두고 내 기사 이력에 남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체험일 뿐이지만 손님을 함부로 대할 수가 없었다. 반면 내가 지금 친절하게 손님을 대하면 그 또한 이력에 남기 때문에 기분좋게 이력을 쌓는 느낌도 들었다. 

손님을 만나기 전의 대기시간을 카운트 해서 지나치게 오래 머무르게 하는 경우 요금을 산정해준다. 논쟁의 여지를 없애주는 기능이다. 스마트폰을 대시보드에 올려놓으면 택시 미터기 요금이 올라가듯 숫자가 올라간다. 목적지까지 도착한 후 서로 지갑을 열거나, 거스름돈이 없다거나 하고 옥신각신 하는 일도 원천 차단돼 있다. 그냥 스마트폰 사이에서 알아서 결제가 이뤄질 뿐이었다.

 

손님으로 이용해본 후배는 "여자가 대리운전을 부르면 누가 나타날지 몰라 가끔 무서웠는데 이렇게 기사 신원이 보장되는 대리운전이라면 앞으로 꾸준히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따지고 보면 그전까지 대리운전 기사는 어떤 회사에도 소속되지 않고 불특정 인물들이었다는건데, 시대에 맞지 않고 좀 두렵기까지 하다. 지금은 컴백홈대리운전이나 아예 법인대리가 아니고선 이 부분을 해결할 수 없는데, 장차 대리운전기사도 소속제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날 단 한번의 대리운전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2만원 정도. 꾸준히 노력한다면 직업으로도 가능할 것 같았다. 본격적으로 체험을 하진 못했지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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