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치북] 진짜 유로6 맞나?…볼보·르노·현대차 등 무더기 불합격
  • 독일=스케치북, 정리=전승용 기자
  • 좋아요 0
  • 승인 2015.09.11 13:32
[스케치북] 진짜 유로6 맞나?…볼보·르노·현대차 등 무더기 불합격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일에서 스케치북이라는 필명으로 인기리에 스케치북다이어리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완님의 칼럼입니다. 한국인으로서 독일 현지에서 직접 겪는 교통사회의 문제점들과 개선점들, 그리고 유럽 자동차 제조사들과 현지 언론의 흐름에 대해 담백하게 풀어냅니다.

 

작년부터 유럽에서는 디젤 차량에 반대하는 기류가 흘렀다. 지금까지의 환경 정책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에 초점이 맞춰있어 상대적으로 배출량이 적은 디젤차가 장려됐지만, 최근에는 분진이나 질소산화물(NOx) 등 인체에 해로운 배기가스가 더 위험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이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규제는 유로6(EURO 6)다. 유로6의 경우 이전 유로5와 비교해 질소산화물 허용치를 80%나 줄이도록 했다. 1km 주행 시 질소산화물 허용치가 최대 80mg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까다로운 기준에 맞추려다 보니 자동차 제조사들 입장에서는 등골이 휠 지경이지만, 그래도 천문학적인 벌금을 맞지 않으려면 유로6 배기기준을 만족시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나 작년부터 유로6라고 주장하는 많은 자동차들이 실제로는 유로6 기준에 들지 못한다는 것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국제청정교통위원회(이하 ICCT)는 유로6 기준에 드는 자동차 15대를 모아 실제 도로에서 수천~수만km를 주행하며 이 차들이 뿜어내는 질소산화물 양을 테스트했다. 그 결과 단 한 대만 유로6 기준을 만족시켰을뿐, 평균 기준치보다 7배가 넘는 질소산화물을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ICCT 측은 "현재 유럽 연비측정법은 실내에서만 테스트하기 때문에 현실성이 무척 떨어진다"면서 "차에 배기가스측정장치를 싣고 실제 도로를 달리는 RDE(Real Driving Emissions) 방식으로 측정한 결과, 대부분의 차들이 유로6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고 밝혔다.

독일 남부에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 환경보호평가연구소도 올해 초 마쯔다6와 BMW 320d, 폭스바겐 CC 등 세 대의 디젤 모델을 RDE 방식으로 측정한 결과, 기준치의 8.5배의 질소산화물이 뿜어져 나왔다고 주장했다. 

 

독일 최고의 시사주간지 슈피겔 보도에 따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최근 ICCT 유럽지회와 독일의 운전자클럽인 아데아체는 공동으로 유로6 판정을 받은 10개 브랜드, 32개 모델의 배기가스를 RDE 방식으로 측정했는데, 그 결과 22개 모델이 기준치를 초과해 불합격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볼보의 경우 기준치를 최대 15배 초과해 가장 많은 질소산화물을 배출한 브랜드로 밝혀졌고, 다음으로는 르노와 현대차에서 각각 9배, 7배를 초과한 배출가스가 나왔다. 아우디와 오펠은 약 3배 수준이었고, 메르세데스-벤츠는 기준치를 살짝 넘는 수준이었다. 유일하게 BMW만이 RDE 방식으로도 유로6를 만족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ICCT는 테스트에 참가한 10개 브랜드가 어디인지, 32개 차종에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브랜드가 제시한 테스트 참가 조건이 차종을 밝히지 않는다는 것이었는데, 조사 결과가 브랜드 이미지나 해당 차량의 판매에 직접적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슈피겔 측은 설명했다.

 

유럽은 2017년 9월부터 새로운 연비측정법을 도입할 예정인데, 이에 맞춰 배출가스 측정도 RDE 방식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보다 정확한 연비·배출가스 측정법이 도입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조사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경제적·기술적 어려움을 호소하며 2020년까지 늦춰달라고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조사들의 입장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지만, 당장 우리의 건강과 환경을 해치는 배출가스 규제에 대해선 어떤 타협도 있어서는 안된다. 이런 문제는 제조사의 자발적인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제도를 통해서라도 강제해야만 한다. 어떤 로비에도 굴하지 말고 2017년 9월(이 역시 이미 한 차례 이상 늦춰진 것이지만)에는 꼭 새로운 측정법이 마련되야겠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