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들어도 심장이 두근거리는 드림카. 페라리를 구입하는건 어떤 느낌일까.

도산대로를 지날때면 언제나 곁눈질로 살피게 되는 FMK의 페라리 전시장. 새로 확장 오픈을 한지 벌써 수개월 지났지만 언감생심 자세히 살펴볼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국산 자동차 매장에만 들어서도 침이 꿀꺽 삼켜지는데 살수도 없을 페라리 매장을 감히 들어가도 되나 싶은 생각마저 들어서다. 

모터그래프는 페라리 청담 전시장을 방문해 페라리 매장이 어떻게 생겼고, 어떤 과정을 통해 차를 구입하는지를 간접 경험해 봤다. 

▲ 페라리 청담 전시장에 들어서면 강렬한 '페라리 레드'에 먼저 감동한다

◆ 강렬한 페라리에 주눅들까 싶었는데…예상보다 훨씬 친절

매장에 들어서자 '페라리 레드'에서 풍겨 나오는 강렬함에 탄성이 터져나왔다. 너무 압도적인 자태에 나도 모르게 주눅 드는 듯 했다. 8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 슈퍼카 브랜드는 긴 세월 고유의 아우라를 만든 듯 하다. 페라리에서 느껴지는 카리스마는 단순히 가격이 높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어떤 자동차 매장은 손님 복장에 따라 대우가 달라진다기에 미리 비싼 옷이라도 챙겨 입어야 하나 싶었다. 그러나 오히려 페라리는 그런 속세의 판단 기준에서도 크게 벗어난듯 하다. 들어서자 마자 대기하던 영업사원이 90도 인사를 하더니 흰 장갑을 끼고 차량이 전시된 곳으로 안내했다. 

▲ 알루미늄 무광 도색된 페라리 F12 베를리네타

페라리 매장에는 캘리포니아와 458 이탈리아, 458 스파이더, F12 베를리네타 등 총 5대의 차량이 전시돼 있었다. 불과 5대지만 차량의 기본 가격만 20억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런 차에 손을 대도 되나 싶지만, 영업사원은 최고의 고객과 동등한 대접을 해주는 느낌이다. 

양산(?) 페라리 중 최고가인 F12 베를리네타의 가격표를 힐끔 살폈는데, 글씨가 빼곡하다. 수천만원짜리 옵션도 여러개, 수백만원짜리 옵션은 수십개가 달려 옵션 가격만으로도 고급 수입차를 살 수 있을 정도였다. 

영업사원에 따르면 전체 판매량의 80~90%가 구매자의 성향에 맞게 새롭게 조합돼 판매된다고 한다. 거리를 달리는 대부분 페라리는 대부분 각기 다른 개성을 지녔다는 설명이다.

◆ 고급스런 대기실…"테마 커피숍보다 낫네"

페라리는 별도 '컨피규레이터(Configurator.가상주문시스템)룸에서 1:1 맞춤형 상담을 해주는게 특징이다. 넓은 방에 한팀의 손님만 받기 때문에 먼저 온 손님의 상담이 끝날때까지 대기실에서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대기실에는 최고급 소파와 페라리 관련 잡지들로 채워져 심심하기는 커녕, 오히려 페라리를 접하기 전의 일종의 전희 과정 같이 느껴진다. 이탈리아 페레로 로쉐 초콜렛이 가득 쌓여있고 아름다운 여성이 이탈리안 로스팅의 최고급 커피를 내온다. 자동차 전시장이 이렇게 고급스러워도 되나 싶을 정도다.

컨피규레이터룸은 소비자가 원하는 차의 세부 사양을 컴퓨터를 이용한 가상 프로그램으로 주문하는 방이다. 방 안에는 각종 외장 컬러와 휠, 시트, 가죽, 카페트, 안전벨트 등의 샘플이 있어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며 선택 할 수 있다.

▲ 페라리 전시장 컨피규레이터룸에는 각종 샘플이 전시돼 직접 보고 만져볼 수 있다
▲ 시트의 모양과 색상을 선택 할 수 있다. 페라리는 전 모델에 레이싱 시트 적용이 가능하다

완벽에 가까운 가상 주문 시스템…하나에서 열까지 원하는대로 

컨피규레이터 룸에는 커다란 모니터와 마우스가 놓여있다. 서킷에서 가장 잘 달린다는 '458 이탈리아'도 매력적이었지만, 경우에 따라 뒷좌석에 어린이도 태우고 짐도 놓을 수 있는 4인승 컨버터블 '페라리 캘리포니아'에 마음이 꽂혔다. 

▲ 구매자가 선택한 사양은 컨피규레이터(가상주문시스템)에 즉시 적용돼 화면에 반영된다

외장 컬러는 시원한 느낌의 파란색으로 선택했다. 파란색만도 여러가지고 이름도 워낙 복잡해 정확히 어떤걸 골랐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페라리를 구입하는 부자라면 이런걸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저 느낌 가는데로 표현하면 스마트한 영업 사원과 더 스마트한 '컨피규레이터'가 나보다 내 취향을 더 잘 파악해서 뽑아주기 때문이다. 

다음에는 차의 색상에 어울리는 휠과 캘리퍼 색상을 조합했다. 원하는 사양은 즉시 컨피규레이터에 반영돼 곧바로 3D 화면으로 돌려보며 확인 할 수 있었다. 

실내는 시트 색상과 형태를 고른 후 시트에 적용되는 패턴과 안전벨트 색상 등을 맞췄다. 시트 스티치를 이탈리아 장인이 한땀한땀 수놓은건 당연하고, 스티치 색상과 간격 같은 세밀한 사항까지 세세하게 선택할 수 있었다. 워낙 고급스런 시트지만 시트 위에 시트가 여럿 있었다. 레이싱 브랜드 이미지에 맞게 모든 모델에는 레이싱용 버킷 시트까지 적용할 수 있게 했다. 

▲ 시트의 모양과 색상, 패턴, 안전밸트와 스티치의 색상까지 선택 가능하다

대시보드 역시 다양한 색상을 비롯해 2가지 톤을 선택할 수 있는데, 시트와 통일감을 주도록 단색으로 골랐다. 이어 천장과 바닥 카페트 색상, 계기반, 센터콘솔, 페달, 스티어링휠 등도 전체적인 외관과 실내 색상에 맞춰 선택했다.

실내는 온통 가죽과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져 플라스틱이라고는 찾기 힘든데, 그나마 일부분에 탄소섬유(카본파이버)를 적용해 보니, 고급스러움과 스포티함이 동시에 느껴져 마음에 들었다. 특히 핸들은 카본이 제격이었다. 

마지막으로 크루즈컨트롤 등 주행 사양을 선택하자 드디어 나만의 캘리포니아가 완성됐다. 매장에 전시된 캘리포니아에 직접 탑승해 어떤 옵션이 장착됐는지, 선택한 사양이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살펴볼 수 있었다. 

영업사원에 따르면 이렇게 고른 캘리포니아의 가격은 약 3억 후반대. 옵션 가격은 어느새 수천만원이 됐다. 캘리포니아의 기본 가격은 3억5000만원인데 4억은 넘지 않았다. 사람이 참 간사해서, 어느새 수백만원의 옵션 가격 정도는 가볍게 여겨졌다.

▲ 다양한 사양을 맞춤 선택해 완성된 페라리 캘리포니아

◆ 페라리, 그 가격에 걸맞는 가치

똑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만나면 좀 낯뜨거워지는데, 자동차는 왜들 똑같이 선택할까. 

부자들이 남과 다른 차를 선택하려는 심리도 어찌보면 당연하다. 요즘 유행하는 독일차도 나쁘지 않지만, 남들 다 타는 차 말고 한번쯤은 독특한 페라리도 선택해 보는 거다.

이 심정을 잘 헤아린 페라리는 맞춤형 제작에도 적극 나서 구매자가 '평생 갖는 나만의 자동차'를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색상이나 소재를 다양하게 조합하는 가벼운 주문부터 심지어는 실내를 청바지 같은 데님 재질로 만드는 것이나 외장에 금을 입히는 것까지 모든게 가능하다. 원한다면 날개도 달아줄 수 있다는 열린 자세가 페라리를 슈퍼카답게 만드는 가장 큰 강점인 셈이다. 

또, 페라리는 차량의 모든 사양이 결정되면 인도받을 때까지 구매자가 제작에 관련된 모든 과정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원한다면 이탈리아 마라넬로 공장을 찾아가 직접 차를 픽업하고 이탈리아를 신나게 달려볼 수도 있다. 

물론 세상에서 가장 사치스런 물건 중 하나다. 필요해서 사는건 아니지만 인생 최고의 행운을 지닌 사람이 그 정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차. 갖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위치에 올라서겠다는 다짐이 들게 하는 그런 물건이다. 최고로 성공한 자신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내 기준에서 비싸다 아니다를 판단하는건 무의미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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