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연비 해부]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페라리, 산길 달려보니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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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0.24 07:54
[뻥연비 해부]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페라리, 산길 달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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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하이브리드카의 연비가 주행 상황에 따라 큰 폭으로 달라졌다. 산길 가혹 환경에선 심지어 페라리 캘리포니아 같은 슈퍼카에 비교해도 연비가 떨어지는 당혹스런 결과도 나왔다.

최근 상당수 현대차 쏘나타 하이브리드 운전자들이 실 주행연비가 표시연비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고 불만이다.  일반 가솔린 모델에 비해 나을게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자동차 전문매체 모터그래프(http://motorgraph.com)는 다양한 주행 조건에서 이 차 연비를 다른 차들과 비교하기로 했다. 지난 16일에는 산길 가혹 조건에서 연비 효율이 떨어진다는 페라리 캘리포니아와 동일한 속도로 달리며 비교했다.

▲ 현대차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페라리 캘리포니아로 연비 대결을 펼쳤다.

쏘나타가 앞장서 한껏 달리고 페라리 캘리포니아가 뒤를 쫓는 방식으로 연료를 소비한 후 연비를 측정하기로 했다. 

우선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에 위치한 주유소에서 두 차의 기름을 모두 가득 채웠다. 트립컴퓨터를 리셋한 후 약 25km 떨어진 중미산으로 향했다. 

▲ 테스트 전 연료를 가득 채운 후 중미산으로 향했다.

주유소에서 중미산까지 가는 경로는 최고속도 100km 구간의 고속도로와 편도 1차선의 국도, 다소 경사가 심한 산길이 포함됐다. 이 구간은 교통규제에 따라 일반적인 주행을 실시했다. 페라리 캘리포니아는 모터그래프 김한용 기자가 운전했으며,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국내 모터스포츠 경기에 출전 중인 아마추어 레이서가 운전했다.

중미산에 도착한 후 중미산천문대에서부터 양평군 옥천면 복동삼거리까지의 약 6km의 산길을 20회 반복 주행했다.

▲ 산길은 하이브리드카에게 다소 불리한 조건이었지만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페라리 캘리포니아의 공인연비는 큰 폭으로 차이나기 때문에 두 차 모두 핸디캡을 안고 있던 셈이다.

경사가 심한 산길에서 출력이 부족한 현대차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연료효율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언덕에선 배터리를 급격하게 사용해 EV 모드 혜택을 거의 보지 못했다. 가속페달을 조금만 강하게 밟고 오르면 불과 1분도 채 못버티고 배터리가 모두 방전돼 버렸다. 

전기모터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차는 이상한 움직임을 보였다.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일반적인 오토 사이클이 아닌 앳킨슨 사이클이 적용된 엔진을 장착하고 있어 초반 토크가 높지 않고, 이를 전기모터로 만회하도록 설계 돼 있기 때문이었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도 1~2초간 가속이 제대로 되지 않는 현상이 반복됐고, 이 현상 때문에 가속페달을 더욱 깊게 밟아야하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전기모터는 변속기 토크컨버터의 역할도 대신하도록 만들어져 있는데, 모터가 동작하지 않으니 변속 때 "쿵" 소리를 내면서 상당한 변속충격도 느껴졌다.

대신 내리막에서는 꾸준하게 배터리를 충전하며 떨어진 연료효율성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산 아래로 내려가더라도 배터리가 절반 밖에 채워지지 않았다.  

▲ 모든 테스트가 끝나고 쏘나타 하이브리드에 표시된 평균연비는 리터당 5.1km였다. 막상 기름을 가득 채워 계산해보면 그보다도 낮은 리터당 4.7km의 연비가 나왔다.

반면 바짝 뒤따르는 페라리 캘리포니아는 무척 여유로웠다.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와 넉넉한 출력 때문에 언덕을 오를 때에도 5단이나 6단으로 변속됐고 엔진회전수는 1500~2500rpm 정도로 매우 낮았다. 앞차가 최대 가속을 하는 상황에서도 페라리의 엔진 회전수는 5000rpm을 넘기지 않고 바짝 쫓을 수 있었다. 

산을 오르내리며 연비 측정을 계속 할수록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트립컴퓨터에 표시되는 평균연비는 점점 낮아졌다. 연비 측정을 끝내고 주유소에 도착했을 때 표시된 평균연비는 리터당 5.1km였고 총 주행거리는 189.5km였다. 페라리 캘리포니아의 평균연비는 트립컴퓨터에 표시되지 않으며 총 주행거리는 182km였다.

같은 주유소에서 다시 두 차의 연료를 가득채웠다. 페라리 캘리포니아에는 총 27.214리터의 휘발유가 주유됐다. 쏘나타 하이브리드에는 총 39.871리터의 휘발유가 주유됐다.

▲ 길고 긴 테스트가 끝났다. 페라리 캘리포니아는 리터당 6.6km의 연비를 기록했고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리터당 4.7km의 연비를 기록했다.

주행거리와 주유량을 나눠 연비를 측정해보면 페라리 캘리포니아는 리터당 6.6km,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리터당 4.7km의 연비를 기록했다. 공인연비 리터당 16.8km에 달하는 쏘나타 하이브리드지만, 산길에서 험하게 주행하자 연비가 공인연비의 25% 수준으로 떨어졌다. 

▲ 에너지 그래프에 표시되는 연비는 실제 연비보다 훨씬 높다.

모터그래프 김한용 기자는 "공인된 연비 측정방법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운전 방법과 조건에 따라 현대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연비가 얼마나 떨어지는지 시험하고 싶었다"면서 "산길 주행은 하이브리드차에 가장 가혹한 조건이지만 현대차의 하이브리드는 다른 브랜드 하이브리드에 비해 연비 하락폭이 너무나 컸다"고 말했다. 

한편 모터그래프는 다양한 주행환경을 통해 여러 차들의 연비를 비교 측정하고 있다. 가혹한 환경인 산길에서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페라리 캘리포니아와 비교한데 이어 도심지와 고속도로 등 일상적인 주행환경에서 렉서스 ES300h, 폭스바겐 파사트 2.0 TDI 등과도 연비를 비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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