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장애인 주차 구역인데 주차해도 괜찮은거예요?” "아 괜찮습니다. 걱정 마세요” 주차 해주는 직원이 차에서 내리며 답했다. 이미 장애인 주차구역이 모두 쏘나타 하이브리드 시승차로 채워져 더 이상 세울 곳이 없었다. 대체 뭐가 괜찮다는 걸까. 태어나서 단 한번도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한 적이 없는데, 마치 몹쓸 죄를 저지른 듯한 기분이 들었다. 

22일 인천 하얏트호텔 현대차 시승행사장. 장애인 주차구역이 마치 현대차 전용 주차 구역인것 같이 이용되고 있었다. 나만 유별난척 하기도 뭣해서 그러려니 하고 행사장으로 들어가려는데 아무래도 너무 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차 행사에 온게 무슨 특권이나 되나. 평소 장애인을 돕지야 못하더라도 법적으로 정해진 장애인 주차구역까지 무시하는건 납득이 안됐다. 

우리가 타고 온 차는 빼겠다고 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타고온 차까지 여섯대를 모두 뺄 수는 없었다. 잘못된거 아니냐고 했지만 ‘괜찮다'고만 하니 더 말할 수도 없었다. 

이래선 안되겠다 싶어 관할 지자체인 인천 중구청 장애인복지부서에 연락했다. 여기 장애인 주차구역이 시승차로 꽉찼는데, 이래도 괜찮은건지, 알고는 있는지 물었다.

“아…현대차 행사요. 그 사람들 참…” 중구청 담당자는 한숨을 내쉬더니 “하얏트 호텔 측에 얘기해서 다른데로 옮기라고 하겠다”고 말했다. 좀 의외였다. 원래 주차위반을 하면 바로 단속하는게 아니라 다른데로 옮기라고 배려를 해줬던가. “바로 단속하는게 아니냐” 물으니 “잠깐 볼일 볼 수도 있으니 보통 15분 정도 지켜본 후에 단속한다”고 답했다. 처음 듣는 얘기였다. 하지만 “옮기라고 말해달라”고 얘기한 후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30분 정도 지나 돌아왔는데 장애인 주차구역의 차들은 그대로였다.

다시 중구청 담당자에게 전화를 해서 어찌된 일인지 물었지만 대답은 의외다. "전화했지만 하얏트 호텔에 담당자가 없어서"라고 했다. 하얏트 호텔에 전화 받을 사람이 없다는 점도 믿어지지 않았지만, 요즘은 담당자가 자리에 없으면 단속도, 계도도 안한다는건지 의아했다. 그럼 단속을 하긴 할거냐 물으니 “단속을 하러 나가면 이미 행사가 끝날거잖아요”라고 되받는다. 짧은 행사인건 이미 알고 있는 모양이다. 

“단속할 생각이 없는거 아니냐”고 했더니 “그건 아니다”라면서도 단속을 하겠다는 얘기는 끝내 하지 않았다. “그러면 내가 사진을 찍어서 보내면 단속을 하겠냐”고 물으니 마지못해 “구체적으로 주차 위반 사례가 나타나도록 사진을 찍어주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특권의식에 사로잡혀서 장애인 주차구역 같은건 행사용으로 활용해도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고, 지자체는 혹시라도 대기업의 눈밖에 날까 두려워 하는 것 같았다. 국민들의 마음이 현대차에서 멀어지는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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