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폴스타와 지리그룹, 르노코리아는 북미 수출과 한국 시장을 위해 폴스타 4를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합의했다. 폴스타는 표면적으로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의 23년 차량 제조 경험 및 수출항과 바로 연결되는 지리적 장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면에는 폴스타와 르노코리아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의 결과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폴스타의 르노코리아 부산공장 선택 배경을 분석해 봤다.

#폴스타의 새로운 시작을 알린다, 폴스타 4

폴스타 4
폴스타 4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에서 생산될 폴스타 4는 폴스타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이 담긴 ‘진정한 폴스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기차를 바탕으로 하지만 사고의 제약 없이 자유로움을 표현했고, 강력한 성능까지 발휘하기 때문이다.

폴스타만의 자유로움은 디자인에서 부각된다. 볼보와 독립적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고 리어 윈도우를 과감히 삭제했으며, SUV와 쿠페 사이에 위치하는 독특한 비율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 받고 있다. 성능도 지금까지 나온 폴스타 중 가장 강력하다. 듀얼모터 모델 출력은 544마력, 최대토크는 70.0kgf.m 수준으로, 0-100km/h 가속을 3.8초에 끝낸다. 배터리도 102kWh로 넉넉해 WLTP 기준 6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하다.

물론 많이 팔릴 차는 아니다. 새로운 도전을 추구하는 모델은 판매량보다 브랜드 이미지를 만드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에게 ‘환상’을 심어줘야 하는 역할을 맡은 것이 폴스타 4인것이다. 이런 모델들은 완성도가 중요하다. 이미지리더 모델 특성상 작은 문제라도 브랜드 전체에 치명적인 상처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모델을 폴스타가 직접 만들지 않고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에 ‘외주’를 준 것이다.

#부산공장 강점 1 : 뛰어난 품질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의 자동 용접 공정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의 자동 용접 공정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은 규모 면으로 따지면 왜소해 보일 수 있다. 연간 생산량은 30만대 수준이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이 1년에 약 140만대 정도를 만들어내는 것과 비교하면 5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부산공장의 가장 큰 강점은 품질에 있다.

1997년 완공된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은 르노그룹 전세계 20여개 자동차 공장 중 ‘공장 생산 차량 100대당 불량 수’, ‘공장 출하 차량에 대한 1대당 불량 수’ 등 주요 생산 품질 관리 지표에서 그룹 내 1~2위를 다투는 것으로 알려졌다.

300% 품질 검사가 유명하다. 말 그대로 1개 차종에 대한 검수를 3번 통과해야 소비자들에게 인도되는 과정이다. 이를 위해 60대 이상의 CCTV와 자동차 검사 로봇 4대도 도입해 운영 중이다. 자동차에 쓰이는 볼트와 너트를 규정대로 체결했는지 확인하는 ‘체결 품질보증 시스템’도 부산공장만의 특징이다.

부산공장은 2018년 50만번째 닛산 로그를 생산했다
부산공장은 2018년 50만번째 닛산 로그를 생산했다

생산 품질이 워낙 뛰어나다 보니 부산공장에 위탁 생산을 맡긴 닛산의 태도까지 변화시켰다. 2014년 북미 수출용 로그 생산 당시 닛산은 품질 부분에 대한 우려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같은 모델을 생산하던 일본과 미국 공장 모델 대비 품질이 우수한 것으로 밝혀졌고, 닛산은 르노코리아에게 당초 계약 물량의 50% 가까운 물량을 추가로 요청하기도 했다.

XM3는 르노 아르카나(Arkana)라는 이름으로 해외 시장에 수출된다
XM3는 르노 아르카나(Arkana)라는 이름으로 해외 시장에 수출된다

단순히 로그만 잘 만든 것이 아니다. XM3 품질도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호평받고 있다. 이미 XM3는 스페인 올해의 차에 뽑히는가 하면 영국에서 최고의 하이브리드, 프랑스는 기자들이 뽑은 최고 차량에도 선정됐다. 자동차를 비교 평가할 때는 반드시 실내외 조립 완성도를 확인하는 과정이 포함된다. 사소한 품질 차이가 올해의 차 선정을 판가름할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품질 완성도가 밭쳐줬기 때문에 나머지 성능과 주행 부분 등에서 가점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부산공장의 강점 2 : 전 세계 물류 중심지

부산 신항
부산 신항

토마스 잉엔라트(Thomas Ingenlath) 폴스타 CEO는 폴스타 4의 생산기지로 부산공장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수출항과 바로 연결되는 지리적 장점도 있기 때문”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부산공장은 수출 항구와 가까울 뿐 아니라 전 세계 항만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는 부산이라는 이점까지 겸비했다. 부산공장에서 부산 신항까지 거리는 8km도 안 된다. 차로 이동하면 10분대로 도착이 가능할 정도다.

부산은 2023년 기준 아시아 2위 수출 허브다
부산은 2023년 기준 아시아 2위 수출 허브다

부산항만공사에서 발표한 2023년 5월 자료에 따르면 미국, 유럽으로 향하는 정기 컨테이너 노선은 부산항이 37개에 이른다. 일본 요코하마항의 9개 노선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유럽이나 지중해 항로는 부산항이 14개 있지만 일본 요코하마항은 아예 없고 고베항 1개, 도쿄항 1개 노선이 전부다.

관세 없이 수출할 수 있는 창구 역할까지 한다. 한국은 미국과 유럽 모두 FTA를 체결해 미국의 2.5%, 유럽 3.7% 관세 없이 수출할 수 있다. FTA 종합지원센터에 따르면 관세 2% 인하는 현지 내수 가격을 10% 내릴 수 있는 효과를 만들기 때문에 부산공장에서 생산된 폴스타 4는 가격 경쟁력까지 가질 수 있게 된다.

#폴스타 4 르노코리아 부산공장 생산 나비효과… 이득은 소비자에게

2025년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에서 생산될 폴스타 4
2025년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에서 생산될 폴스타 4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에서 폴스타 4를 생산한다는 점은 궁극적으로 한국 소비자들이 이득을 볼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관심 가질 필요가 있다.

폴스타 4를 국내에서 조금 더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르노코리아가 내놓을 신차들의 품질과 완성도가 프리미엄 브랜드 급으로 우수해질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계적인 수준의 국산 차를 구입할 날이 머지않았다는 것이다.

폴스타 4는 2025년 부산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이후 르노코리아가 내놓을 국산 전기차는 2026년 이후로 예정됐다. 시기적으로 1년가량 텀을 두고 있는데, 부산공장 기술자들이 프리미엄 브랜드 자동차 조립을 숙달하고 남는 기간이다.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은 여러 차종을 한 개의 라인에서 만드는 혼류생산을 기본으로 한다. 폴스타 4 및 르노코리아 전기차도 혼류생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차종만 바뀔 뿐 신차를 조립하는 기술자는 동일하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앞으로 나올 국산차 품질이 폴스타와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 급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결국 자동차는 사람의 손끝에서 완성된다. 동일한 기업 표준이 적용된 공장이라고 해도 생산 국가에 따라 품질 문제가 다르게 나오는 것은 작업자가 가진 노하우와 실력 등에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은 새로운 변화를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 오로라 프로젝트의 첫 번째 결과물을 양산할 예정이다. 이후 폴스타 4와 르노코리아 전기차 등 신차들이 줄줄이 예정됐다. 단순한 신차가 아니라 세계적인 수준의 품질을 갖춘 신차라는 점이 소비자들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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