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톤 트럭을 구매하려 한다면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시기다. 현대차와 기아가 디젤 트럭을 단종하며 시장에는 LPG와 전기만이 선택지로 남았기 때문이다. 

BYD T4K
BYD T4K

이참에 아예 전기 트럭으로 교체할까 고민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충전이 걸림돌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는 고속도로 전기차 충전소를 포터와 봉고 전기차가 점령해 불만이라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과연 전기 트럭은 정말 몹쓸 물건일까. 추운 날 저온 주행거리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진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탑재된 BYD T4K에 1톤의 물을 싣고 직접 달려봤다. 

BYD T4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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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T4K의 스펙을 간단히 알아봤다. 외모를 보나 스펙을 보나 포터와 봉고를 노골적으로 견제하는 느낌이다. 한국인에게 익숙한 캡 오버 스타일의 캐빈을 채택했는데, 앞뒤 길이가 2400mm로 포터 슈퍼캡보다 약 100mm 더 길고 적재함의 길이도 2910mm로 50mm 길다. 모터 출력 역시 140kW(약 190마력)로 5kW 더 강하다.

배터리 용량은 82.02kWh로 포터(58kWh)보다 30% 더 크다. 에너지 밀도가 낮은 LFP 배터리가 적용된 탓에 연비(2.6km/kWh)는 포터(3.1km/kWh)보다 낮지만, 더 큰 용량 덕분에 주행거리(상온 기준 246km)는 약 10% 더 길다.

BYD T4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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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에 앞서 완속 충전기에서 배터리를 100%까지 완전히 충전했다. 계기판에 표시된 주행거리는 245km다. 등 뒤에 실린 짐을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인지, 따뜻한 지하 주차장에 둬서 그런지는 몰라도 인증 상온 복합 주행거리(246km)와 거의 같다.

시동을 켜고 가속 페달을 살짝 밟으니 뒤에 실린 물이 요란하게 출렁인다. 신호 대기를 위해 멈춰도 차체는 물과 함께 한참을 요동친다.

BYD T4K
BYD T4K

출렁임이 잦아들 때쯤 신호가 바뀌었다. 전기 승용차의 호쾌한 추진력을 상상하며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아봤다. 그러나 차는 생각 외로 부드럽고 편안하게 속도를 붙인다. 수 차례 다시 출발해봐도, 심지어는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봐도 천천히 나아갈 뿐이다.

이는 의도된 세팅으로 보인다. 실제로 고속도로에서 시속 90km/h로 달리는 도중에도 가속 페달을 조금만 깊게 밟으면 경쾌하게 가속한다. 힘이 모자란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초반부터 최대토크가 발휘되는 모터의 특성상 짐이 실린 상태에서는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부드럽게 가속하는 로직이 적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승차감은 무거운 짐을 버텨야 하는 상용차답게 단단하다. 승차감을 위해 앞쪽 서스펜션에 코일스프링을 사용한 포터와 달리 앞뒤 모두 리프 스프링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공차 상태에서 승차감을 비교하면 제법 차이가 난다. 그래도 짐을 실은 상태에서는 포터나 봉고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깊은 이음매나 포트홀을 지날 때만 크게 흔들릴 뿐 일반 노면에서는 그다지 불편하지 않다. 

BYD T4K
BYD T4K

한 가지 독특한 점은 차고가 꽤 높다는 점이다. 덕분에 운전자의 시야도 높다. 주변을 지나는 포터나 봉고EV보다는 확실히 높고, 2.5톤 트럭인 마이티보다 살짝 낮은 정도다.

이는 적재함 아래 있는 배터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기존 포터나 봉고의 경우 짐을 실어 차체가 주저앉으면 과속방지턱에서 배터리가 바닥에 닿는다는 불만이 있었다. 하지만 T4K는 차체를 들어 올려 이를 해결했다. 실제로 1톤에 달하는 짐을 싣고도 배터리는 지면에서 한 뼘 이상 올라가 있다.

높은 차체는 배터리를 보호하기엔 매우 좋지만, 그만큼 실용성에서는 마이너스다. 짐을 실을 때 더 높이 들어야 하고, 타고내릴 때도 더 힘겹다. 

BYD T4K
BYD T4K

또 다른 문제도 있다. 높은 차체에 캐빈 사이즈도 커 고속도로 요금소에서 2종 중형화물차로 인식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때마다 직원에게 1톤 소형 트럭이라고 알려줘야 했다. 물론, 하이패스 룸미러를 이용한다면 겪지 않아도 되는 문제다.

시내 주행과 고속도로 주행을 대략 절반씩 섞어 강원도 철원까지 약 132km를 달렸다. 사실 철원까지 가면 배터리가 거의 소진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T4K의 저온 인증 주행거리는 209km인데, 여기에 1톤에 달하는 짐까지 싣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은 배터리는 48%, 주행가능거리는 116km다. 의외로 계기판에 표시된 주행가능거리는 정직하게 줄어들고 있었다. 배터리를 소진하기 위해 이번엔 강원도 춘천으로 다시 내려왔다.

BYD T4K (티맵 내비게이션)
BYD T4K (티맵 내비게이션)

T4K에 내장된 T맵 내비게이션은 실시간으로 차량과 통신해 도착 시 예상 배터리 잔량을 표시해 준다. 화면에는 10%의 배터리가 남을 것이라고 나와 안심하고 약 100km의 추가 여정에 나섰다.

50km쯤 달렸을 때 긴 오르막 산길이 나왔다. 제법 가파르고 구불구불한 길이지만, 힘이 약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전기 트럭이 디젤 트럭만큼 힘을 내줄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해소되는 순간이었다. 여기에 회생제동량을 3단계로 설정할 수 있기 때문에 잠깐 나오는 내리막에서는 브레이크를 밟을 필요도 없었다. 브레이크 사용량이 적은 만큼 디젤 트럭 대비 유지비 면에서도 유리할 것 같다.

문제는 배터리다. 평지를 달릴 때는 정직하게 줄어들던 주행가능거리가 언덕을 만나며 급격하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급기야 내비게이션에는 남은 배터리로 목적지까지 달릴 수 없다는 경고가 표시되기 시작한다. 남은 거리는 56km, 계기판 상 주행가능거리는 50km. 낭패였다.

BYD T4K
BYD T4K 배터리

그러나 운이 좋게도 곧바로 긴 내리막길이 나타났다. 회생제동을 적절히 이용하며 달렸더니 주행가능거리가 금세 역전된다. T맵에 표시되는 도착 시 배터리 잔량은 다시 초록불로 바뀌었다. 목적지까지 무난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

이날 총 224.2km를 달렸다. 남은 배터리는 7%, 잔여 주행거리는 16km다. 배터리를 끝까지 썼다면 대략 240km를 달릴 수 있었던 셈이다. 

의외의 결과다. 저온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진 LFP 배터리임에도 1톤의 짐을 싣고 상온 주행거리에 근접한 기록을 냈다. 대부분의 전기차가 인증 수치보다 실 주행거리가 훨씬 길지만, 예상보다 더 좋은 결과였다.

BYD T4K
BYD T4K

물론, 주행거리만을 가지고 T4K를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한다는 것은 아니다. T4K의 경우 배터리 용량이 더 큰만큼 포터나 봉고보다 300만원정도 더 비싸다. 서울시 기준 1600만원의 보조금을 받더라도 3000만원 수준이다. 가격이 중요한 영세 개인사업자라면 고민될 만한 차이다. 차체가 높고 짐이 가벼울 때 승차감이 좋지 않은 만큼 지하 주차장에 자주 들어가고 온종일 짐칸에 오르내려야 하는 택배기사들에게도 부적합할 수 있겠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주행거리가 중요한 사람이나, V2L과 같이 T4K만의 장점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중국산이라는 선입견을 이겨낼 만한 상품성을 갖고 있었다. 

직접 느껴본 BYD T4K는 자체의 상품성은 물론, 현대차와 기아를 긴장케 할만한 차량이라는 점에서 존재 가치가 있어 보인다. 사실상 현대기아의 독점 시장이던 소형 상용차 시장에 T4K가 제대로 물을 흐려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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