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에 생산된 자동차를 현재 기준으로 충돌 테스트를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이 실험을 호주의 자동차 안전기관 ANCAP이 직접 했다. 테스트 결과는 두개골 골절, 뇌 손상, 치명적 위험 등의 표현으로 도배됐다.

호주 ANCAP이 1993년형 미쓰비시 마그나를 대상으로 충돌 시험을 진행했다
호주 ANCAP이 1993년형 미쓰비시 마그나를 대상으로 충돌 시험을 진행했다

호주 ANCAP이 설립 30주년을 맞이해 독특한 행사를 개최했다. ANCAP이 안전도 테스트를 시작한 1993년과 동일한 시기에 제작된 자동차를 대상으로 충돌 시험을 진행한 것이다. 1993년 생산 차량을 소유 중인 일부 소비자들도 참관했다.

결과는 참혹했다. 1993년에 생산된 중형 세단 미쓰비시 마그나(Mitsubishi Magna)를 대상으로 진행한 시험에서 탑승자 전원에게 심각한 부상 위험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운전자의 머리는 스티어링휠에 강하게 가격당했다. 에어백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두개골 골절 및 뇌 손상으로 인한 치명적인 부상 위험이 발견됐다. 운전자의 상체와 하체, 골반 모두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안전벨트가 뒷좌석 탑승자 복부 안쪽으로 파고 들어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안전벨트가 뒷좌석 탑승자 복부 안쪽으로 파고 들어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뒷좌석 탑승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안전벨트는 골반 부분을 잡아주지 못했다. 탑승자가 안전벨트 아래로 미끄러졌고, 골반에 위치해야 할 벨트가 복부를 조였다. 결국 심각한 내상을 입을 가능성이 확인됐으며, 어떠한 에어백도 없었기 때문에 2차 부상 위험 가능성도 심각한 수준으로 나왔다.

차체가 탑승객을 제대로 보호해주지도 못했다. 1993년형 미쓰비시 마그나는 크럼플 존에 이어 세이프티 존까지 크게 훼손됐다. 충돌 이후 루프 패널은 물론 앞좌석 도어와 로커패널부까지 찌그러졌다. 대시보드를 비롯해 스티어링휠까지 탑승자를 향해 밀고 들어왔다. 운전자 하체 부상이 크게 나타난 원인이다.

자동차가 찌그러져 충격을 흡수하는 구역은 크럼플 존(Crumple zone), 탑승자를 안전하게 지키는 공간을 세이프티 존(Safety zone)이라 부른다. 이는 이미 1953년 벤츠가 도입해 현재까지도 모든 자동차 제조사가 유지하고 있는 기본 개념이다.

1993년형 미쓰비시 마그나는 세이프티 존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1993년형 미쓰비시 마그나는 세이프티 존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1993년식 EB 포드 팔콘(Falcon) 소유주 찰리 먼스(Charlie Munns)는 현장에서 충돌 시험 과정을 지켜본 후 “큰 차는 작은 차보다 튼튼할 것으로 생각해서 선택했다”면서 “하지만 이번 결과를 지켜보면서 크기와 형태는 안전 성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언급했다.

카를라 후어웨그(Carla Hoorweg) ANCAP CEO는 "30년 전에는 제조업체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혔지만, 오늘날에는 오히려 새롭고 혁신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면서 "지난 30년 동안 자동차 안전이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소비자의 안전에 대한 요구와 자동차 안전기관의 노력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ANCAP은 NSW 도로교통청, VicRoads, QLD 교통부, SA 교통부, RACV, NRMA, RACQ, RAA, RAC 및 RACT 등 10개 창립 회원 기관의 지원으로 설립됐다. 현재 ANCAP은 호주와 뉴질랜드 전역의 21개 회원 기관의 지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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