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서울 고척돔에서 이른바 '롤드컵'이라고 불리는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 월드챔피언십 2023' 결승전이 개최됐다. 이번 대회는 LOL계의 리빙 레전드, 페이커 이상혁 선수가 속한 T1이 통산 4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화려하게 마무리됐다. 

우승 인터뷰를 하는 T1 뒤로 거대한 메르세데스-벤츠 엠블럼이 보인다
우승 인터뷰를 하는 T1 뒤로 거대한 메르세데스-벤츠 엠블럼이 보인다

메르세데스-벤츠는 4번째로 롤드컵 메인스폰서로 참여했다. 경기 시작 전 벤츠 EQS SUV가 서머너즈컵(우승컵)을 고척돔까지 운반하는 영상이 상영됐고, 페이커가 우승컵을 드는 순간에는 무대 뒤에 거대한 삼각별이 떠 있었다.

언뜻 봐서는 이해되지 않는 조합이다. 게임과 e스포츠의 주력 소비층은 10~20대이고, 벤츠의 주 고객은 이미 부를 축적한 30~50대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성격도, 타겟도 각기 다른 두 회사가 손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라이엇게임즈 나즈 알레타하 리그오브레전드 e스포츠 글로벌 총괄(왼쪽)과 2벤츠코리아 킬리안 켈렌 제품, 마케팅 및 디지털 비즈니스 부문 총괄 겸 부사장(오른쪽)
라이엇게임즈 나즈 알레타하 리그오브레전드 e스포츠 글로벌 총괄(왼쪽)과 벤츠코리아 킬리안 켈렌 제품, 마케팅 및 디지털 비즈니스 부문 총괄 겸 부사장(오른쪽)

벤츠코리아 킬리안 켈렌 부사장은 "전통적인 채널로는 노출이 쉽지 않은 고객층에게 자연스럽게 우리의 브랜드를 노출할 수 있었고 좋은 결과를 얻었다"라며 "내부 조사 결과 게임을 선호하는 연령층은 브랜드 인지도가 가장 떨어지기 때문에 이번 협력이 더욱 긍정적이지 않았나 싶다"라고 밝혔다. 이어 "메르세데스-벤츠그룹과 라이엇게임즈는 2025년까지 스폰서십을 연장했다"면서 "협력 관계의 연장 자체가 하나의 좋은 증거"라고 덧붙였다.

라이엇게임즈 나즈 알레타하 e스포츠 총괄 역시 "벤츠와 협력은 지난 2017년 중국 리그(LPL)에서 시작했다"라며 "그것을 글로벌 파트너십까지 확대해 간다는 점이 뜻깊은 일 아닌가 싶다"라고 전했다. 또, "두 기업은 늘 탁월함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가치와 비전의 접점이 굉장히 많다"라며 "벤츠와 협력을 통해 챔피언링(우승 반지)을 제작하는 등 대회를 프레스티지 레벨로 한단계 성장시킬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사진=라이엇게임즈
경기장에 입장하는 페이커 선수의 뒤로 메르세데스-벤츠 엠블럼이 보인다(사진=라이엇게임즈)

글로벌 본사와 별개로 벤츠코리아는 올해 4월, T1과 후원 계약을 체결하며 젊은 소비자 공략에 나서고 있다. 전동화 브랜드인 EQ의 핵심 타겟으로 혁신적이며 최신 기술에 빠르게 적응하는 '테크 새비(Tech-Savvy)족'과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다.

킬리안 부사장은 "e스포츠, 그중에서도 LOL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기술에 대해 관심이 많고 디지털, 테크 분야에 친화적인 사람들이 많다"라며 "내부적으로 진행한 시장조사 결과를 보면 LOL 소비층의 특징은 전동화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전했다. 

업계 한 전문가는 "벤츠가 최근 소프트웨어 및 디지털 분야에서 발전을 이어가고 있고, 전동화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는 만큼 e스포츠를 통한 소비자 접점 다양화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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