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미국에서 대대적인 임금인상을 단행한다. 당장 내년 1월부터 14% 올리고, 이후 2028년까지 순차적으로 25%까지 인상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최근 진행된 포드·GM·스텔란티스와 같은 수준으로, 현대차는 이미 국내에서도 5% 내외의 기본급 인상에 합의했기 때문에 한국과 미국에서 인건비 부담을 안게 됐다.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조립 중인 현대 투싼과 근로자들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조립 중인 현대 투싼과 근로자들

이번 인상으로 미국 앨라배마 조립 공장에서 근무하는 생산직 노동자 4만여명이 혜택을 받게 된다. 또, 2025년 가동 예정인 조지아 공장 근로자들도 같은 조건으로 근무하게 된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는 "업계 최고의 직원들을 보유했고 이에 걸맞은 보상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동종 기업들에 상응하는 경쟁력 있는 임금과 복리후생을 유지하기 위해 지속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세 무뇨스(Joe Munoz)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장

일각에서는 현대차 발표와는 다른 해석도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현대차의 결정은 자사 근로자의 전미자동차노조(UAW) 가입을 저지하기 위한 선제적 결정"이라고 말했다. 포드나 GM 수준으로 임금을 높인 덕분에 UAW 가입을 피했기 때문이다.

테슬라를 비롯해 토요타, 혼다, 현대차 등은 미국에서 노조 없이 공장을 운영 중이다. 공장의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UAW의 가입 압박은 꾸준했으며, 임금 인상 관련 요구도 직간접적으로 받고 있다. 임금을 올리더라도 노조 가입만큼은 막기 위한 행동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UAW에 가입하지 않은 다른 제조사도 같은 이유로 임금을 높여주는 상황이다. 토요타와 혼다는 내년부터 각각 9.2%, 11% 인상한다. 

숀 페인(Shawn Fain) UAW 위원장
숀 페인(Shawn Fain) UAW 위원장

UAW는 승리를 자축하는 분위기다. 숀 페인 UAW 위원장은 "토요타는 UAW의 공세가 임박했다는 점을 깨닫고 임금을 인상한 것"이라며 "노조가 미국 자동차 업계 전반에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위해 일어서야 하고, 노조의 힘을 얕봐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남겼다"면서 "이번 성과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의 인건비 상승이 미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깎아 먹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포드 GM 스텔란티스는 UAW와 합의에 따라 2028년 4월까지 일자리 창출 등에 총 400억달러(약 53조원)를 지출해야 한다. 중국이 전기차 시장에서 물량 공세를 펼치는 가운데 인건비 부담이 커진 미국 기업들의 전기차 신규 투자가 제한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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